김상용목사의 {기적을 말하다} 시리즈 11
[11] 삼손이 다곤 신전을 무너뜨리다 (삿16:23-31)
모세의 광야시대와 여호수아의 정복전쟁 시대가 지나고 마침내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신정국가로서의 체제를 갖췄다. 하나님께서 친히 다스리시는 국가의 체제이다. 이 시대를 사사시대라고 부른다. 사사시대는 300 여년 정도 지속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사인 사무엘 때까지 이 기간 동안 13명의 사사가 국가적 위기 때마다 등장해 이스라엘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백성들이 우리에게도 다른 민족들처럼 왕을 달라고 하나님께 부르짖기 까지 여러 지파 출신들의 사사가 나라를 다스렸다. 유다지파 출신이 3명, 에브라임과 므낫세 지파가 각 2명, 나머지는 베냐민, 잇사갈, 갓, 스불론, 단 지파가 각 1명이었다. 훗날 사울왕, 다윗왕으로 이어지는 왕정국가가 세워지기 까지 사사(judges)는 통치 및 제사 등 모든 일을 주관했다. 사사들의 임기는 짧게는 6~7년, 길게는 40년, 가장 긴 태평성대는 두번째 사사 에훗 시대로서 80년간 이스라엘에 평안을 가져왔다.
본문은 12번 째 사사인 삼손의 이야기다. 사무엘을 제외하고 12사사를 말할 때는 마지막 사사인 셈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강대국 블레셋의 지배 아래 있었다. 삼손은 단 지파 출신이다. 단 지파는 지중해(대해)에 인접해 있는 곡창지대였다. 요나 선지자 때문에 유명해진 욥바 항구가 단 지파의 땅이었다. 삼손은 이곳에서 마노아라는 사람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래 마노아의 아내는 불임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능력으로 임신을 하게 된다. 그렇게 태어난 삼손은 하나님의 사자의 지시대로 나실인으로 구별되었다. 나실인은 구별된 사람, 헌신된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나실인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고, 포도주와 독주를 마실 수 없었다.
사사기의 기록에만 의존해서 보면 삼손은 3명 정도의 블레셋 여인을 사랑했던 것 같다. 첫번 째 딤나여인과는 혼인을 했었고, 두번 째는 기생, 그리고 세번 째 여인 들릴라를 사랑했었다. 그래서 흔히 여자 때문에 망한 인생을 꼽으면 삼손이라고 한다. 결말이 나쁘기 때문이다.
삼손은 나귀 턱뼈로 블레셋 사람 천명을 죽였다(삿15:15). 또한 아스글론 사람 삼십 명을 죽이기도 했다(삿14:19). 그리고 블레셋 당국에 의해 지명수배자가 되었다(삿15:12). 삼손은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독립투사 같은 사람이었다.
삼손의 몰락은 이방여자에게 빠져 분별력을 잃어버렸을 때 찾아왔다. 본래 삼손의 계획은 블레셋 여인과 결혼해서 의심받지 않고 조국 이스라엘의 독립을 위해 일하는 것이었다.
(삿14:3-4) '그의 부모가 그에게 이르되 네 형제들의 딸들 중에나 내 백성 중에 어찌 여자가 없어서 네가 할례 받지 아니한 블레셋 사람에게 가서 아내를 맞으려 하느냐 하니 삼손이 그의 아버지에게 이르되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하오니 나를 위하여 그 여자를 데려오소서 하니라 그 때에 블레셋 사람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까닭에 삼손이 틈을 타서 블레셋 사람을 치려 함이었으나 그의 부모는 이 일이 여호와께로부터 나온 것인 줄은 알지 못하였더라'
하지만 삼손은 오히려 블레셋 여인들에게 빠졌고, 특히 들릴라의 꾀에 속아 머리카락이 밀려 힘을 잃고 붙잡혔다.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의 두 눈을 빼고, 놋줄로 결박해 갔다. 그리고 감옥에 가두고 연자맷돌을 돌리게 했다(삿16:21). 삼손의 사사로서의 임기는 20년이었다.
이제 블레셋 사람들은 잔치를 하게 되었다. 골치 아픈 이방인 독립투사를 족쇄에 묶어 두었기 때문이다. 블레셋 사람들은 그들의 신 다곤에게 제사를 드리며 잔치했다. 다곤의 신전에 모인 사람들은 방백들을 제외하고도 남녀가 삼천 명이었다(삿16:27).
그들은 잔치가 무르익어 갈 무렵 삼손을 끌고와 재주를 부리게 했다. 얼마나 치욕적인 장면인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눈이 뽑히고 이방인들 앞에서 춤을 추는 광경이 말이다. 삼손도 하나님 앞에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며 단 한번의 기회를 간구했다. 원수 블레셋 사람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하나님께 구했다.
(삿16:28) '삼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어 이르되 주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나의 두 눈을 뺀 블레셋 사람에게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옵소서 하고'
하나님께서 삼손의 마지막 기도를 들으셨다. 삼손이 블레셋에 복수하고 이스라엘의 사사로서 명예롭게 죽을 수 있도록 본래의 힘을 회복하게 해주셨다. 삼손은 신전을 지탱하고 있던 두 기둥을 각각 한 손에 잡고 힘껏 밀었다. 그러자 다곤 신전이 무너지면서 그 안에 있던 사람 최소 남녀 삼천명 이상이 건물에 깔려 죽었고 삼손도 죽었다.
(삿16:30) '삼손이 이르되 블레셋 사람과 함께 죽기를 원하노라 하고 힘을 다하여 몸을 굽히매 그 집이 곧 무너져 그 안에 있는 모든 방백들과 온 백성에게 덮이니 삼손이 죽을 때에 죽인 자가 살았을 때에 죽인 자보다 더욱 많았더라'
삼손이 죽을 때에 죽인 블레셋 사람이 살아있을 때에 죽인 사람보다 많았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다. 사람의 혈기대로, 거룩한 분노로 열심히 원수를 죽였지만 그 숫자는 천 여명 보다 조금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하나님께 자신의 생명을, 자신의 영혼을 위탁하며, 하나님의 공급하시는 힘으로 했을 때는 삼천 명 이상을 동시에 여호와의 이름으로 죽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삼손의 마지막 절규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 마지막 기회를 구하는 모습이다. 우리가 삼손처럼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해도 하나님을 향한 진심과 기도만 드릴 수 있다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큰 일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다. 큰 일은 언제나 하나님께서 하셨다. 우리는 그저 진심으로 하나님의 뜻을 추종하고, 방법은 하나님께 위임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하나님께서 이루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