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신앙에세이 {삶에 젖과 꿀이 흐르게 하라} 24
[24] 소속이 중요하다
골리앗 장군은 블레셋 군대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백전무패의 명장이다. 패배의 쓴 맛을 모르는 전쟁놀이에 빠진 이방인 장군이다. 이 골리앗을 필두로 블레셋은 이스라엘을 침공했다. 전쟁을 일으키는 목적은 상대국을 속국으로 만들고 조공을 받아 가기 위함이다. 군인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골리앗이 이끄는 블레셋 군대와 사울왕의 이스라엘 군대는 엘라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진을 쳤다. 객관적인 전력은 블레셋이 절대적 우위였다. 당시 사울왕의 군대는 말이 군대지 우리나라의 민방위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군복은 입었지만 거의 전투력이 없는 무늬만 군대였다.
골리앗도 이스라엘의 전력을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밀물처럼 밀어 붙이지 않고 40일 동안 말싸움에 집중했다. 골리앗은 피를 보지 않고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협박만 계속했다. 손자병법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 이 말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다' 는 뜻이다.
골리앗이 이 전술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전쟁에서 전면전은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 독식 구조이지만, 승자의 인적 물적 자원의 손실도 큰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골리앗은 자국 전력의 손실없이 전쟁을 이기고자 했을 것이다.
40일 동안 공격하지 않고 협박만 한 것은 블레셋에게는 좋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피 말리는 긴 시간이었다. 이스라엘 군대와 달리 블레셋 군대는 40일 동안 마치 야유회를 나온 것처럼 삼시 세끼를 잘 챙겨 먹었을 것이다. 품질 좋은 전투식량을 먹었을 것이다. 이것이 강자의 여유이기 때문이다.
이 골리앗의 전략은 자기 병사들을 죽음에 내몰지 않고 전쟁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이스라엘 군대는 왕으로부터 병사들까지 목에 음식물이 넘어가지 않는 시간들이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시간들이었다. 이스라엘의 시각에서 이 전쟁은 이미 패색이 짙은 싸움이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전장터에 등장시킨 새로운 인물이 소년 다윗이다. 아직 얼굴이 붉은 소년이었다. 세상 말로 머리에 아직 피도 마르지 않은 소년이었다. 다윗은 군인 신분이 아니었고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형들의 안부를 살피기 위해 전장터에 오게 된 것이었다. 다윗은 정말 우연히 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전쟁에 끼어든 다윗에 의해 살벌한 전쟁이 웃음기 가득한 전쟁이 되고 말았다. 다윗이 전투 물품으로 준비한 게 막대기와 물맷돌 다섯 개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골리앗 장군은 어이가 없었다. 어린 소년에게 완전히 무시당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삼상17:42-43) '그 블레셋 사람이 둘러보다가 다윗을 보고 업신여기니 이는 그가 젊고 붉고 용모가 아름다움이라 블레셋 사람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를 가지고 내게 나아왔느냐 하고 그의 신들의 이름으로 다윗을 저주하고'
40일 동안 협박만 하던 골리앗은 소년 다윗의 태도 때문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다윗을 치기 위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독이 잔뜩 오른 모습이었다. 다윗도 골리앗을 향해 마주 달려가며 힘껏 물맷돌을 던졌다. 그리고 무거웠던 분위기와 달리 대결은 정말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골리앗의 이마에 돌이 박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기 때문이다. 골리앗은 거구였지만 전봇대 넘어지듯이 쓰러지고 말았다.
이에 사기를 얻은 이스라엘이 블레셋을 치기 시작했고 골리앗만 바라보던 블레셋은 퇴각하기에 바빴다. 결국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한 전쟁을 어린 소년이 해결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님의 개입하심이었다.
블레셋과 이스라엘의 이 전쟁에서 단연 독보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가 있다면 소년 다윗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윗에게 주목하고 그의 믿음을 칭찬한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윗의 믿음의 고백은 정말 놀라운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다윗은 군인이 아니다. 형들의 안부를 살피기 위해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전장터에 온 소년일 뿐이다. 이 무명의 소년이 이스라엘 전쟁 역사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진리를 선포했다.
(삼상17:45)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이스라엘이 치르는 모든 전쟁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고, 또 이후에도 그래야만 한다는 지침이 되는 고백을 남긴 것이다.
나 또한 오래도록 다윗을 찬양했기에 이 글에서는 다윗이 아닌 골리앗에 주목해 보려고 한다. 골리앗(Goliath)은 블레셋의 장군으로 키는 약 3m, 갑옷의 무게는 57kg, 창날의 무게만 7kg인 거인 장수이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일생의 유일한 패배에서 그는 죽임을 당했다. 그럼 골리앗의 죽음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 골리앗은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라는, 그리고 이스라엘 장군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고 본다. 골리앗은 훌륭한 장수이지만 하나님을 대적하는 이방나라 장수이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도 패배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골리앗은 큰 인물이 될 수 있는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지만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골리앗이 이스라엘 군대의 장수였다면, 그리고 골리앗이 다윗처럼 하나님의 이름으로 나아갔다면 아마 천하무적이 되지 않았을까? 군사훈련 한번 받지 않은 소년 다윗도 영웅이 되었는데 골리앗은 얼마나 더 위대했을까? 아마 골리앗도 영웅의 반열에 들어섰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골리앗의 최대의 약점은 하나님의 군대가 아닌 이방나라의 장수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최대 강점은 바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점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의 사역자이기에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소속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요1:12)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엘리사 선지자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아람 군대가 도단 성읍을 에워쌌다. 아침 일찍 엘리사의 종인 게하시가 성읍을 둘러싼 이방 군대를 보고 기겁했다. 게하시는 선지자에게 위급함을 알렸다. 하지만 엘리사는 하나님께 게하시의 영안을 열어 주시길 기도했다. 그리고 게하시는 생애 최초로 영안이 열려 하나님의 군대를 보았다.
(왕하6:15-17) '하나님의 사람의 사환이 일찍이 일어나서 나가보니 군사와 말과 병거가 성읍을 에워쌌는지라 그의 사환이 엘리사에게 말하되 아아, 내 주여 우리가 어찌하리이까 하니 대답하되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와 함께 한 자가 그들과 함께 한 자보다 많으니라 하고 기도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원하건대 그의 눈을 열어서 보게 하옵소서 하니 여호와께서 그 청년의 눈을 여시매 그가 보니 불말과 불병거가 산에 가득하여 엘리사를 둘렀더라'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다. 이것이 우리의 소속이다. 그런고로 우리는 승리할 것이고 영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