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야곱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
[5] 야곱
야곱이 형 에서의 복수를 피해 밧단아람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했다. 이때 야곱의 나이는 76세였다. 그리고 20년 후인 90대 후반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야곱이 70대 후반의 나이에 외삼촌 집으로 야반도주(夜半逃走)한 것은 형 에서가 두려워서이다. 야곱이 아버지를 속여 장자 에서가 받아야 할 장자권의 축복을 가로챘기 때문이다. 에서는 분노했고 야곱을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창27:41) '그의 아버지가 야곱에게 축복한 그 축복으로 말미암아 에서가 야곱을 미워하여 심중에 이르기를 아버지를 곡할 때가 가까웠은즉 내가 내 아우 야곱을 죽이리라 하였더니'
그러나 다행스럽게 어머니 리브가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리브가는 야곱을 살리기 위해 그를 밧단아람으로 급히 피신시킨다.
(창27:42-44) '맏아들 에서의 이 말이 리브가에게 들리매 이에 사람을 보내어 작은 아들 야곱을 불러 그에게 이르되 네 형 에서가 너를 죽여 그 한을 풀려 하니 내 아들아 내 말을 따라 일어나 하란으로 가서 내 오라버니 라반에게로 피신하여 네 형의 노가 풀리기까지 몇 날 동안 그와 함께 거주하라'
그리고 리브가는 아들들의 일을 알지 못하는 이삭에게 말하기를 야곱을 외삼촌에게 보내 그의 딸들 가운데서 야곱의 아내를 구할 것을 독촉했다.
(창27:46) '리브가가 이삭에게 이르되 내가 헷 사람의 딸들로 말미암아 내 삶이 싫어졌거늘 야곱이 만일 이 땅의 딸들 곧 그들과 같은 헷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면 내 삶이 내게 무슨 재미가 있으리이까'
이삭은 리브가의 뜻을 받아들여 야곱이 밧단아람에 다녀 올 것을 허락한다.
(창28:1-2) '이삭이 야곱을 불러 그에게 축복하고 또 당부하여 이르되 너는 가나안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지 말고 일어나 밧단아람으로 가서 네 외조부 브두엘의 집에 이르러 거기서 네 외삼촌 라반의 딸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라'
야곱은 지금 꿈에 부풀어 외삼촌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엄밀하게 피신(避身,flee)중이다. 당연히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야곱은 아버지의 유산을 포기하고 오직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밧단아람으로 쫓겨가는 것이다.
야곱이 고향집 브엘세바에서 출발하여 길을 가다가 벧엘에 이르러 해가 졌다. 야곱은 그곳에 있는 돌을 가져다가 베개를 삼고 잠을 잤다. 그리고 꿈에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도망자에게 하나님께서 찾아오신 것이다.
(창28:12-13)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하나님께서는 도망자 야곱에게 축복의 언약을 선언하셨다. 지금 가는 길이 생명의 길인지, 사망의 길인지 분명하지 않음에도 축복을 선언하신 것이다. 그리고 야곱과 함께 하시겠다는 임마누엘의 약속까지도 주셨다.
(창28:15)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이에 야곱은 하나님께서 자기를 지키시고 복을 주시면 평생 하나님만을 섬기고 십일조를 드리겠다고 서원한다.
(창28:21-22)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하였더라'
밧단아람에 도착한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외삼촌의 양떼를 돌보며 지낸지 한 달이 되자 라반이 야곱에게 품삯을 정하자고 제안한다. 야곱은 돈 대신에 외삼촌의 둘째딸 라헬을 위하여 7년을 봉사하겠다고 한다. 라반에게는 꽤 솔깃한 제안이었고 야곱은 최선을 다해 7년을 섬겼다.
(창29:20) '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으나 그를 사랑하는 까닭에 칠 년을 며칠 같이 여겼더라'
라반은 7년이 되자 잔치를 베풀고 딸을 야곱에게 아내로 주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깨어보니 둘째 딸 라헬이 아닌 첫째 딸 레아와 동침한 것을 알게 되었다. 전기가 없던 시절이기에 가능한 해프닝이다. 야곱은 외삼촌에게 따졌다. 외삼촌은 이 지방의 관례상 큰 딸을 먼저 주었다며, 일주일 후에 작은 딸도 주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라헬도 아내로 맞아 들였다.
(창29:25-26) '야곱이 아침에 보니 레아라 라반에게 이르되 외삼촌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행하셨나이까 내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을 섬기지 아니하였나이까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찌됨이니이까 라반이 이르되 언니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에서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창29:30) '야곱이 또한 라헬에게로 들어갔고 그가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하여 다시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더라'
야곱은 라헬을 위하여 칠년을 봉사했었지만 레아까지 아내로 받았으니 칠년을 또 섬길 수 밖에 없었다. 야곱은 외삼촌이 자기를 기만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야곱은 아내 둘을 얻기 위해 14년을 외삼촌께 봉사했다.
그리고 그 무렵 자녀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출산경쟁이 시작되었다. 레아와 라헬은 자신의 시녀들인 실바와 빌하를 야곱에게 첩으로 주면서 애 낳기 경쟁을 했다. 최종적으로 레아는 6남1녀를, 라헬은 2남을, 실바도 2남을, 빌하도 2남을 낳았다. 합 12남1녀이다.
야곱은 14년의 약속 기한이 되자 고향으로 돌아 오고자 했다. 그러자 외삼촌이 야곱을 붙잡았다. 부인 4명과 자식들 13명을 포함해 18명(당시는 베냐민이 태어나기 전이므로 17명)의 가족인데 아직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품삯을 정해놓고 일을 계속 하라는 것이었다. 야곱도 이 뜻에 동의하여 6년을 더 외삼촌의 양떼를 치게 되었다.
(창30:25) '라헬이 요셉을 낳았을 때에 야곱이 라반에게 이르되 나를 보내어 내 고향 나의 땅으로 가게 하시되'
(창30:28) '또 이르되 네 품삯을 정하라 내가 그것을 주리라'
야곱이 정한 품삯은 현금이 아닌 양떼 가운데 아롱진 것과 점 있는 것과 검은 것이 태어나면 자기의 소유가 되게 하는 것이었다. 라반은 확률적으로 자기가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계약을 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로 태어나는 양들 가운데 건강한 것들은 다 아롱지거나 점이 있거나, 검은 것이어서 야곱의 소유가 라반을 추월하게 된다. 물론 성경에는 야곱이 건강한 염소가 임신할 때 버드나무와 살구나무와 신풍나무의 껍질을 벗겨 물구유 앞에 두었더니 양들이 그것을 보고 임신하여 다 아롱지고 점있고 검은 염소였다고 한다. 이것은 유전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신적인 방법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야곱을 축복하시기 위해 기적을 행하셨다.
(창30:41-42) '튼튼한 양이 새끼 밸 때에는 야곱이 개천에다가 양 떼의 눈 앞에 그 가지를 두어 양이 그 가지 곁에서 새끼를 배게 하고 약한 양이면 그 가지를 두지 아니하니 그렇게 함으로 약한 것은 라반의 것이 되고 튼튼한 것은 야곱의 것이 된지라'
야곱은 고향에 돌아갈 마음이 간절했다. 이십년을 부모와 고향을 떠나 있었기에 그리움이야 오죽했을까? 요즘처럼 명절이라고 잠시 며칠 동안 다녀올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 라반과 그의 아들들의 얼굴빛이 야곱에게 점점 냉소적이 되어 갔다. 야곱은 마음이 괴로웠다. 그때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다.
(창31:2-3) '야곱이 라반의 안색을 본즉 자기에게 대하여 전과 같지 아니하더라 여호와께서 야곱에게 이르시되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 하신지라'
야곱은 라반과 그의 아들들이 마침 양털을 깎으러 며칠 집을 비운 틈을 이용하여 가족과 소유물을 데리고 고향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사흘 후 소식을 들은 라반이 추격해 왔다. 하지만 라반은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고 야곱과 언약을 맺고 축복하며 떠나갔다.
(창31:55) '라반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손자들과 딸들에게 입맞추며 그들에게 축복하고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더라'
이렇게 해서 야곱은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에서였다. 어찌 알았는지 에서는 400명을 거느리고 야곱에게로 오고 있었다. 20년 전의 일을 복수하기 위함이었다.
야곱은 두려운 나머지 밤새 하나님의 천사와 씨름했다. 하나님의 천사와 씨름하다가 허벅지 뼈가 위골되었다. 그래도 살 수 있는 길은 하나님 뿐이었다. 야곱은 천사를 놓아주지 않았고 축복의 약속을 받은 후에야 천사와의 씨름을 끝냈다. 그리고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하나님과 겨루어 이기었다는 뜻이다.
(창32:24-25)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그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매 야곱의 허벅지 관절이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어긋났더라'
(창32:28)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
기도는 정말 만사를 변화시킨다. 밤새도록 천사와 씨름했더니 기적이 일어났다. 에서가 400명을 거느리고 왔는데 어느새 순한 어린 양이 되어 있었다. 오히려 동생 야곱을 긍휼히 여겼다. 아마 허벅지 뼈를 다쳐 절룩거리는 야곱을 보고 에서의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창33:12) '에서가 이르되 우리가 떠나자 내가 너와 동행하리라'
이후 에서와 야곱은 앙금을 씻고 평화롭게 지냈다. 그리고 야곱은 벧엘에 올라가 머물렀다. 이후 부인 라헬이 베들레헴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베냐민을 출산하다 죽고 만다. 야곱은 베들레헴 길에 라헬의 묘비를 세워주고 헤브론으로 간다. 야곱은 헤브론에 살던 아버지 이삭을 찾아가 마지막을 돌보고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야곱은 평화롭게 사는 듯 했으나 아들 요셉을 잃고 만다. 형들에 의해 요셉이 노예로 팔려갔기 때문이다. 야곱은 이후 22년 만에 애굽에 내려가 총리가 된 요셉을 만난다. 그때 그의 나이는 130세였다. 그로부터 17년 뒤 야곱은 147세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창47:8-9) '바로가 야곱에게 묻되 네 나이가 얼마냐 야곱이 바로에게 아뢰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하고'
야곱, 신앙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모습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에게서는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발견된다. 다만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쟁취하기 위해 몸부림 쳤던 삶의 자세는 우리에게 좋은 영적인 자극이 된다. 그렇다. 은혜는 운(運)이 아니다. 은혜는 찾고 구하는 자에게 선별적으로 주시는 복이다.
야곱의 고백처럼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은 험악한 세월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험악한 삶이라도 야곱처럼 하나님과 기도로 씨름하며 완주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 우리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