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모세 (4)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
[11] 모세 - 4
이스라엘을 추격하던 애굽 군대가 홍해 바다 속으로 자취도 없이 사라진 후 이스라엘 백성들은 뒤돌아서 본격적으로 광야 행군을 시작했다. 더 이상 생명의 위협은 없었다. 즐거운 행군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노예도 아니며 노동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애굽 관리들의 채찍을 맞지 않아도 되었다. 이스라엘 백성 모두는 자유인이었다.
그렇게 출애굽 한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애굽에서 가지고 나온 식량이 바닥이 났다. 그러자 백성들은 다시 불평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감사는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말았다. 참 불신앙의 백성들이다. 혹 이들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염려된다.
(출16:1)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이 엘림에서 떠나 엘림과 시내 산 사이에 있는 신 광야에 이르니 애굽에서 나온 후 둘째 달 십오일이라'
(출16:3)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있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너희가 이 광야로 우리를 인도해 내어 이 온 회중이 주려 죽게 하는도다'
백성들의 원망을 보신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백성들에게 광야의 식탁을 선포하게 하셨다.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하늘에서 음식을 비처럼 내려 주신다는 내용이었다.
(출16:8) '모세가 또 이르되 여호와께서 저녁에는 너희에게 고기를 주어 먹이시고 아침에는 떡으로 배불리시리니 이는 여호와께서 자기를 향하여 너희가 원망하는 그 말을 들으셨음이라 우리가 누구냐 너희의 원망은 우리를 향하여 함이 아니요 여호와를 향하여 함이로다'
이 양식의 이름은 만나와 메추라기였다. 메추라기는 한 달 동안 매일 공급되었고 만나는 사십 년 동안 공급되었다. 성경에 만나는 떡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메추라기는 고기로 표현되어 있다.
(민11:18b-20a)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고기를 주어 먹게 하실 것이라 하루나 이틀이나 닷새나 열흘이나 스무 날만 먹을 뿐 아니라 냄새도 싫어하기까지 한 달 동안 먹게 하시리니'
메추라기(quail)는 메추리라고도 하는 꿩과의 겨울 철새이다. 메추라기는 오장육부를 강하게 하고, 뼈와 근육을 강하게 해서 추위와 더위를 견디게 한다. 그래서 다리가 약하고 오래 걷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메추라기를 먹인다고 한다. 또한 설사나 식욕부진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시말해 메추라기는 광야를 걷는 백성들에게 안성맞춤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것이다.
만나는 '이것이 무엇이냐?'는 뜻의 히브리어 '만 후'(man hu)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이 만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음식이었다. 생김새는 희고 둥글며 서리같이 가늘었고 이슬과 함께 내렸다. 세상에 전혀 없는 새로운 메뉴였기에 음식을 먹는 방법도 모세를 통해 지시하셨다. 만나는 생식(生食)이 아닌 구워서 먹거나 삶아서 먹어야 했다.
(출16:14) '그 이슬이 마른 후에 광야 지면에 작고 둥글며 서리 같이 가는 것이 있는지라'
(출16:23) '너희가 구울 것은 굽고 삶을 것은 삶고 그 나머지는 다 너희를 위하여 아침까지 간수하라'
(민11:7-8) '만나는 깟씨와 같고 모양은 진주와 같은 것이라 백성이 두루 다니며 그것을 거두어 맷돌에 갈기도 하며 절구에 찧기도 하고 가마에 삶기도 하여 과자를 만들었으니 그 맛이 기름 섞은 과자 맛 같았더라'
하나님께서 광야의 음식인 만나와 메추라기를 백성들에게 주신 까닭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알게 하며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하나님과 동행하면 영육간의 모든 필요가 채워지는 이치를 알게 하심이다.
(신8:3)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이렇게 백성들은 광야의 식탁을 공급받으며 행군한 지 삼 개월 만에 시내산에 도착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이 곳 시내산에서 율법을 백성들에게 주셨다. 육신의 양식인 만나와 메추라기에 이어 영(靈)의 양식인 말씀, 곧 십계명과 율법을 주신 것이다.
(출19:1)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을 떠난 지 삼 개월이 되던 날 그들이 시내 광야에 이르니라'
이스라엘은 이곳 시내산에서 11개월을 머물렀다. 시내산은 해발 2285m인데 이 산 아래 머물면서 613개 조항의 율법을 받았다. 613개 조항을 둘로 구분 지으면 '하라'는 긍정의 명령 248개, '하지 말라'는 부정의 명령 365개이다.
이 613개 계명을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은 A.D. 3세기 경의 유대인 랍비 심라이(Simlai)다. 그는 토라에 나오는 모든 계명을 분류해 ‘하라’는 명령 248개와 ‘하지 말라’는 명령 365개를 찾아냈다.
어떤 학자는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에 대해 이렇게 해석한다. '사도신경은 우리가 믿는 믿음의 요약이고, 십계명은 우리가 행해야 하는 행동의 요약이며, 주기도문은 우리가 바라는 비전의 요약이다.' 그래서 사도신경은 기독교 신앙(믿음)의 핵심이고, 십계명은 기독교 윤리(사랑)의 핵심이며, 주기도문은 기독교 비전(소망)의 핵심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시내산에서 11개월을 머물며 이렇게 신앙적인 토대를 세웠던 것이다. 바빌로니아 탈무드에는 613개의 계명을 단 한 구절의 성경 구절로 요약하면 하박국서 2:4절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합2:4)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서 모세는 신적인 존재와 다름없었다. 이백 만명을 통솔하는 사람, 하나님과 직접 대면하여 말씀을 듣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세 인생의 막바지 모습들을 보면 그는 철저하게 말씀으로 다스림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는 교만하지 않았고 이 땅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겸손과 충성됨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영웅 모세의 가나안 입성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 모세에게 가장 먼저 그 땅을 밟는 기회를 주셔야 마땅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낙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건강함에도 하나님이 명령하시는 죽음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였다. 모세, 그는 대단했다. 그를 구약의 인물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듯 하다.
모세는 훗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 변화산에 엘리야와 함께 나타났다. 아마도 예수님을 응원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나님의 특사로서 예수님을 위로하지 않았을까?
(신34:4-8)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이는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여 그의 후손에게 주리라 한 땅이라 내가 네 눈으로 보게 하였거니와 너는 그리로 건너가지 못하리라 하시매 이에 여호와의 종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 벳브올 맞은편 모압 땅에 있는 골짜기에 장사되었고 오늘까지 그의 묻힌 곳을 아는 자가 없느니라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 이스라엘 자손이 모압 평지에서 모세를 위하여 애곡하는 기간이 끝나도록 모세를 위하여 삼십 일을 애곡하니라'
(마17:1-3)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을 데리시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그들 앞에서 변형되사 그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 그 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와 더불어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보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