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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인물 에세이 - 한나

문학n천국 2022. 9. 5. 22:43

성경인물 에세이 - 한나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

[15] 한나

성경에 기사화(記事化)된 불임 여성은 일곱 명이다. 구약에서는 사라, 리브가, 라헬, 삼손의 어머니, 한나, 수넴 여인이며, 신약에서는 엘리사벳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끝까지 자녀를 출산하지 못한 여인은 없다. 하나님의 은혜로 모두 불임을 고침받았기 때문이다. 사라는 이삭을, 리브가는 에서와 야곱을, 라헬은 요셉과 베냐민을, 삼손의 어머니는 삼손을, 수넴 여인도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성경에 이름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한나는 사무엘 외 다섯 명을, 그리고 엘리사벳은 세례요한을 낳았다.

유대인에게는 세 가지 수치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여자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다. 여자 대머리다. 둘째는 결혼을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은 독신주의자들이 많은 시대니까 이것은 더 이상 수치가 아니다. 셋째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의 전통에는 여인이 결혼을 해서 삼 년 안에 아이를 낳지 못하면 남편을 다른 여인에게 양보하도록 되어 있다.

구약 시대에 불임 여성에 대한 이런 편견과 부당한 대우는 그들의 자존감(自尊感)에 심각한 타격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남편의 또 다른 아내인 브닌나에게서 심한 모욕을 받았다.

(삼상1:6-7) '여호와께서 그에게 임신하지 못하게 하시므로 그의 적수인 브닌나가 그를 심히 격분하게 하여 괴롭게 하더라 매년 한나가 여호와의 집에 올라갈 때마다 남편이 그같이 하매 브닌나가 그를 격분시키므로 그가 울고 먹지 아니하니'

본문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대 '아이도 못 낳는 것이...어쩌구 저쩌구...' 하며 면박(面駁)을 주었던 것 같다. 한나가 겪었을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을거라 생각한다.

한나(Hannah)는 엘가나(Elkanah)의 아내였다. 엘가나는 에브라임 산지 라마다임소빔에 사는 에브라임 사람이었다. 엘가나는 아내가 두 명이 있었는데 그 중 첫째 부인이 한나였고, 브닌나는 둘째 부인이었을 것이다.

엘가나는 매년 가족들을 데리고 실로 성소에 올라가서 하나님을 예배하며 제사를 드렸다. 그리고 엘가나는 한나를 위로하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갑절이나 되는 예물(헌금)을 그녀에게 주었다. 엘가나가 한나를 누구보다 더 사랑했기 때문이다.

(삼상1:4-5) '엘가나가 제사를 드리는 날에는 제물의 분깃을 그의 아내 브닌나와 그의 모든 자녀에게 주고 한나에게는 갑절을 주니 이는 그를 사랑함이라'

그러자 이 일을 분하게 여긴 브닌나가 한나를 더 괴롭게 함으로 한나는 늘 눈물 바람으로 보내야 했다. 엘가나에게 한나는 언제나 '내 사랑 울보' 였다.

한나는 이 문제로 실로 성소에서 눈물로 하나님께 호소했는데 워낙 흐느끼며 중얼거리므로 제사장 엘리는 한나가 취한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한나는 하나님께 마음을 토하고 있었다.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었다.

한나는 기도하는 중에 만약 아들을 주시면 하나님께 나실인으로 드리겠다고 서원했다. 나실인은 하나님께 구별되어진 사람을 말한다. 나실인은 평생 머리에 삭도(削刀)를 대지 않았고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않았다. 시체를 가까이 하지도 않았다(민6:2-8).

성경에 나실인으로 소개되는 사람이 넷이 있는데 삼손(삿13:5,7), 사무엘(삼상1:11), 세례요한(눅1:15), 바울(행18:18)이다.

엘리 제사장은 한나의 심정의 괴로움을 알고서 대제사장으로서 그녀를 위해 하나님께 중보했다. 한나에게 아들을 주시기를 구한 것이다.

(삼상1:17) '엘리가 대답하여 이르되 평안히 가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네가 기도하여 구한 것을 허락하시기를 원하노라 하니'

엘리 제사장의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한나의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마침내 한나가 임신을 했다. 임신하지 못하여 구박을 받던 사람이 당당하게 아이를 잉태한 것이다. 그리고 한나의 태를 통해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가 바로 사무엘이다.

(삼상1:20) '한나가 임신하고 때가 이르매 아들을 낳아 사무엘이라 이름하였으니 이는 내가 여호와께 그를 구하였다 함이더라'

사무엘은 이스라엘 마지막 사사이고, 왕정시대를 여는 개국공신 같은 대선지자이다. 사무엘에 의해 이스라엘 첫 번째 왕 사울과 두 번째 왕 다윗이 기름부음을 받았다. 사무엘은 이스라엘 왕을 세운 영적인 지도자였다.

(삼상10:1) '이에 사무엘이 기름병을 가져다가 사울의 머리에 붓고 입맞추며 이르되 여호와께서 네게 기름을 부으사 그의 기업의 지도자로 삼지 아니하셨느냐'

(삼상16:13) '사무엘이 기름 뿔병을 가져다가 그의 형제 중에서 그에게 부었더니 이 날 이후로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니라 사무엘이 떠나서 라마로 가니라'

한나는 어린 사무엘이 젖을 떼자 실로에 올라가 엘리 제사장에게 사무엘을 나실인으로 드렸다. 사무엘의 삶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순간이다. 한나는 기쁨으로 사무엘을 하나님께 드렸다. 기도에 응답하시고 억울함을 풀어주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 때문이다.

그리고 한나는 그동안의 모든 고통과 기쁨의 순간을 돌아보며 하나님께 성숙한 기도를 드렸다(삼상2:1-10). 한나의 기도는 고통을 통해 경험하고 만난 하나님에 대한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자기 고백이다.

(삼상2:6-7) '여호와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스올에 내리게도 하시고 거기에서 올리기도 하시는도다 여호와는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하게도 하시며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시는도다'

어떤 분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낮이 있으면 밤도 있고, 높은 곳이 있으면 골짜기도 있고, 봄이 있으면 겨울도 있는 법, 우리는 이런 리듬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저항해 봐야 소용없다. 차라리 받아들이는 정도가 아니라 즐겨야 한다. 꽃은 꽃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낙엽은 낙엽대로 즐기는 법을 안다면 은혜는 더 풍성해질 것이다. 하나님은 십자가의 고통 속에 그리스도라는 보물을 심어놓으셨다.'

그렇다. 우리도 믿음으로 인생의 리듬(rhythm)을 잘 탈 수 있어야 하겠다.
(빌4:11-13)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우리 인생의 모든 대소사(大小事)는 주님께서 주관해 가시는 것이다.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이런 울퉁불퉁한 리듬을 잘 타야 한다. 불평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서 감사의 이유를 찾아가며 찬양해야 한다.

어떤 환경에 처하든지 우리는 주님의 도우심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한나처럼 눈물과 한숨 뿐인 인생이라도 기도하면 높여주시고 풍부하게 하시는 분이 바로 우리 주님이시다.

한나는 영원히 명예로울 것이다. 대선지자 사무엘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온 이스라엘의 존경을 받는 선지자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고통 가운데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하나님께서 높여 주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