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사무엘 (1)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
[16 ] 사무엘 - 1
사무엘은 레위 지파 사람으로 에브라임 산지에 살던 엘가나와 한나의 아들로 태어났다. 레위 지파는 다른 지파들처럼 가나안 땅을 분배받지 않고 열 두 지파에 분산되어 살았다. 각 지파 안에서 제사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제사장들이 서울에만 모여 살면 남쪽 지방 사람들이 하나님께 절기를 지키거나 제사를 드릴 때 매번 수백 리를 왕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대로 백성들이 제사장을 찾아 서원을 드리는 일도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런고로 레위 지파는 각 지파에게서 생활할 수 있는 성읍과 목초지를 제공받아 각 지파의 땅에 분산되어 살았던 것이다.
(수21:1-3) '그 때에 레위 사람의 족장들이 제사장 엘르아살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자손의 지파 족장들에게 나아와 가나안 땅 실로에서 그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사 우리가 거주할 성읍들과 우리 가축을 위해 그 목초지들을 우리에게 주라 하셨나이다 하매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자기의 기업에서 이 성읍들과 그 목초지들을 레위 사람에게 주니라'
사무엘은 출생과 함께 레위인이자 제사장의 길이 정해진 사람이었다. 또한 사무엘은 어머니 한나의 서원기도로 출생한 나실인이었다. 하나님께 이미 삶이 바쳐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젖을 떼자 마자 실로에 있는 성소에 올라가 제사장이자 사사(士師,Judges)인 엘리에게 맡겨졌다. 엘리 제사장은 사무엘을 양육하고 가르친 후견인이 되었다. 이것은 엘리에게 갑자기 아들 하나가 생긴 것과 같은 것이다.
(삼상1:24) '젖을 뗀 후에 그를 데리고 올라갈새 수소 세 마리와 밀가루 한 에바와 포도주 한 가죽부대를 가지고 실로 여호와의 집에 나아갔는데 아이가 어리더라'
(삼상2:11) '엘가나는 라마의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그 아이는 제사장 엘리 앞에서 여호와를 섬기니라'
(삼상3:6) '여호와께서 다시 사무엘을 부르시는지라 사무엘이 일어나 엘리에게로 가서 이르되 당신이 나를 부르셨기로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니 그가 대답하되 내 아들아 내가 부르지 아니하였으니 다시 누우라 하니라'
사무엘이 엘리에게 맡겨진 때는 젖을 뗀 후이다. 성서학자들은 당시 관습을 따라 5세 전후였을거라고 말한다. 우리 현실에 적용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입학할 연령이다. 이때부터 사무엘은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겼다. 물론 제사장의 나이 제한이 있기에 엘리 제사장의 심부름 수준의 일을 했을 것이다.
제사장의 나이에 대해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레위 지파 고핫 자손의 수를 계수하되 성막 일에 참여할만한 삼십 세 이상 오십 세 이하 되는 사람을 계수하라고 하셨다. '삼십 세 이상으로 오십 세까지 회막의 일을 하기 위하여 그 역사에 참가할 만한 모든 자를 계수하라'(민 4:3). 성막에서 일할 수 있는 나이를 30~50세로 정하신 것이다.
그런데 민 8장에서는 성막에서 일할 수 있는 나이를 이십오 세에서 오십 세라고 말씀한다. '레위인은 이십오 세 이상으로는 회막에 들어가서 복무하고 봉사할 것이요 오십 세부터는 그 일을 쉬어'(민 8:24-25).
또한 역대상 23장에서는 성막에서 일할 수 있는 나이를 이십 세 이상으로 말한다. '여호와의 성전에서 섬기는 일을 하는 이십 세 이상 된 우두머리들이라'(대상 23:24).
제사장의 이런 근로 기준 연령의 차이는 아마도 공식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나이는 삼십 세 이지만, 예비 제사장으로서의 견습 기간을 5년 혹은 10년으로 설정한 것이라 이해하면 좋겠다.
사무엘이 처음으로 여호와의 음성을 들은 것은 실로 성소에서 엘리를 도와 하나님을 섬기던 어린 시절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무엘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알지 못했다.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어느날 하나님께서 성전 안에 누워있던 어린 사무엘을 부르셨다. 사무엘은 엘리 제사장이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뛰어 갔지만 엘리는 부르지 않았다며 돌려 보냈다. 이런 일이 세 번 반복되었다. 그리고 엘리의 지시로 네 번째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을 때 사무엘은 비로소 하나님께 대답했다.
(삼상3:10) '여호와께서 임하여 서서 전과 같이 사무엘아 사무엘아 부르시는지라 사무엘이 이르되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하니'
사무엘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첫 응답은 자기의 스승인 엘리 제사장 가문에 대한 심판의 내용이었다. 그의 아들들인 홉니와 비느하스의 악행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린 사무엘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응답이었을 것이다.
(삼상2:12,17) '엘리의 아들들은 행실이 나빠 여호와를 알지 못하더라....이 소년들의 죄가 여호와 앞에 심히 큼은 그들이 여호와의 제사를 멸시함이었더라'
(삼상2:22) '엘리가 매우 늙었더니 그의 아들들이 온 이스라엘에게 행한 모든 일과 회막 문에서 수종 드는 여인들과 동침하였음을 듣고'
엘리 제사장의 아들들은 부녀들을 성폭행하고 성전 제사 제물을 빼앗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자행했던 것이다.
엘리가 다음 날 하나님의 응답을 묻자 어린 사무엘은 이 일을 가감없이 사실대로 알린다. 그리고 이에 대해 엘리는 하나님의 응답을 부정하지 않고 선한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구한다. 자기 가문이 없어질 수 있는데도 항변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서기를 원한 것이다.
(삼상3:13) '내가 그의 집을 영원토록 심판하겠다고 그에게 말한 것은 그가 아는 죄악 때문이니 이는 그가 자기의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하되 금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
(삼상3:18) '사무엘이 그것을 그에게 자세히 말하고 조금도 숨기지 아니하니 그가 이르되 이는 여호와이시니 선하신 대로 하실 것이니라 하니라'
그러나 엘리 제사장은 이미 무명의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심판의 말씀을 받았었다. 하지만 사무엘에게 다시 같은 응답을 받기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삼상2:27,31) '하나님의 사람이 엘리에게 와서 그에게 이르되 여호와의 말씀에 너희 조상의 집이 애굽에서 바로의 집에 속하였을 때에 내가 그들에게 나타나지 아니하였느냐...보라 내가 네 팔과 네 조상의 집 팔을 끊어 네 집에 노인이 하나도 없게 하는 날이 이를지라'
조금 놀라운 것은 엘리가 아들들의 범죄를 모른체 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아들들을 하나님의 은혜에 맡겼다는 것이다. 이것은 엘리 제사장의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자신과 아들들의 허물이 드러났지만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에 의탁했다.
사무엘의 사역 초반에 이미 성경은 하나님께서 그의 말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셨다고 말씀한다. 얼마나 사모할만한 은혜인가?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말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어찌될까? 아마도 대혼란(Pandemonium)이 발생할 것이다. 각 사람의 욕망이 다르고 상황을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축복의 말보다 저주의 말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삼상3:19-20) '사무엘이 자라매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셔서 그의 말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니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의 온 이스라엘이 사무엘은 여호와의 선지자로 세우심을 입은 줄을 알았더라'
그럼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우리의 말은 '옳다 혹은 아니라' 의 틀에서 벗어나면 안된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나의 말로 변경하면 안된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하나님의 말씀이고, 사람의 말은 아무리 잘 포장해도 그저 사람의 말일 뿐이다. 사무엘은 어려서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철저히 존중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스승 엘리에게 담대히 저주의 말씀을 전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마5:37)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
(삼상2:30)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고 나를 멸시하는 자를 내가 경멸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