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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인물 에세이 - 사무엘 (2)

문학n천국 2022. 9. 19. 18:31

성경인물 에세이 - 사무엘 (2)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

[17] 사무엘 - 2

어린 사무엘을 양육했던 엘리 대제사장은 민족의 지도자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아쉬움을 많이 남긴 인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엘리의 모습이 과연 그에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엘리는 지도자로서 아버지로서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엘리는 아버지로서 아들들을 잘 가르치지 못했다. 그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제사장이었음에도 하나님께 드릴 제물을 훔쳐 먹었고, 성전에서 일하는 여인들을 성폭행했다. 그러나 엘리는 아들들을 책망하거나 징계하지 않았다. 그저 너희 소문이 좋지 않고, 너희 죄를 백성들이 본받고 있다 하고 덮어버렸다.

(삼상2:24) '내 아들들아 그리하지 말라 내게 들리는 소문이 좋지 아니하니라 너희가 여호와의 백성으로 범죄하게 하는도다'

하나님은 사사시대 말기 이렇게 영적으로 타락한 이스라엘을 블레셋의 손에 붙이셨다. 대제사장의 가정마저 타락했으니 백성들은 오죽했으랴? 삼상4:2절에는 블레셋 군대가 쳐들어와서 이스라엘 군사 사천 명을 죽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삼상4:2)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대하여 전열을 벌이니라 그 둘이 싸우다가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들 앞에서 패하여 그들에게 전쟁에서 죽임을 당한 군사가 사천 명 가량이라'

이때 백성들은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 부르짖어 기도해야 했다. 하지만 백성들의 어른인 장로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전쟁 패배의 원인을 여호와의 법궤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호와의 언약궤를 가져다가 그것으로 우리를 원수의 손에서 구원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삼상4:3) '백성이 진영으로 돌아오매 이스라엘 장로들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어찌하여 우리에게 오늘 블레셋 사람들 앞에 패하게 하셨는고 여호와의 언약궤를 실로에서 우리에게로 가져다가 우리 중에 있게 하여 그것으로 우리를 우리 원수들의 손에서 구원하게 하자 하니'

그들은 하나님의 언약궤만 들고 나가면 거기에 하나님께서 임재하셔서 전쟁에서 승리를 주시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의 기대와 달리 침묵하셨고, 결국 이스라엘 보병 삼만 명이 죽고 언약궤마저 빼앗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었다. 또한 두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아버지 엘리 대제사장도 그 충격으로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목이 부러져서 죽었다. 참으로 씁쓸한 지도자의 마지막 모습이다.

(삼상4:18) '하나님의 궤를 말할 때에 엘리가 자기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문 곁에서 목이 부러져 죽었으니 나이가 많고 비대한 까닭이라 그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사십 년이었더라'

그리고 제사장 비느하스의 아내는 자식을 낳다가 죽어가면서 그 아이의 이름을 ‘이가봇’이라고 지었다. 이가봇은 ‘여호와의 영광이 떠났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자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은 피폐(疲弊)해졌다.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 때 잘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자 이스라엘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엘리 제사장이 98세에 죽자(삼상4:15), 사무엘이 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지도자로 세움 받았다. 이때 사무엘의 나이는 성소에서 봉사 직무를 시작할 수 있었던 최소 연령인 삼십 세 이상이었을 것이다. 다수의 성서 학자들은 이때 사무엘의 나이는 50세 쯤이었을거라고 한다.

사무엘이 지도자로서 백성들에게 전한 첫 메시지는 '이방신과 우상을 버리라'였다.
(삼상7:3) '사무엘이 이스라엘 온 족속에게 말하여 이르되 만일 너희가 전심으로 여호와께 돌아오려거든 이방 신들과 아스다롯을 너희 중에서 제거하고 너희 마음을 여호와께로 향하여 그만을 섬기라 그리하면 너희를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건져내시리라'

사무엘이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은 바로 불신앙 타파(break down)였던 것이다. 하나님의 돌보심을 원한다면 먼저 우상을 버리라는 것이다. 또한 블레셋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길 원한다면 불신앙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이것은 당시 백성들의 영적인 상태가 어떠했는지 알게 하는 반증(反證)이다. 백성들은 하나님보다 이방신들과 아스다롯을 더 가까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무엘의 명령을 따라 바알과 아스다롯 등 이방신들에게서 떠났고, 미스바로 모여 들었다. 새로운 시대는 이렇게 도래하고 있었다.

(삼상7:4-5) '이에 이스라엘 자손이 바알들과 아스다롯을 제거하고 여호와만 섬기니라 사무엘이 이르되 온 이스라엘은 미스바로 모이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리라 하매'

미스바(mizpah)는 히브리어로 ‘감시탑(watchtower), 경계초소(guardpost)’를 뜻한다. 미스바는 해발780m의 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 이곳은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약13km 거리에 있다.

사무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미스바로 모이게 한 이유는 이곳이 비교적 이스라엘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 땅 어디서나 모이기가 용이하고, 또 그곳이 넓은 평지여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곳 미스바에서 사무엘은 이스라엘을 새롭게 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첫 영적 대각성집회를 열게 된 것이다. 이 미스바 성회는 이스라엘의 새 출발을 공식 선언한 것이었다. 오직 하나님 신앙으로 다시 시작하는 첫 걸음이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백성들이 은혜받는 그 시간에 블레셋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한 곳에 모였음을 듣고 쳐들어왔다. 이스라엘에게 치명적인 패배를 안겨주기 위함이었다. 백성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삼상7:7) '이스라엘 자손이 미스바에 모였다 함을 블레셋 사람들이 듣고 그들의 방백들이 이스라엘을 치러 올라온지라 이스라엘 자손들이 듣고 블레셋 사람들을 두려워하여'

하지만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블레셋의 교만을 꺾어 주셨다. 기적적인 방법으로 블레셋을 치셨다. 우레를 블레셋 군대에게 내리신 것이다. 우레는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인데 '천둥벼락'과 같은 말이다. 비오는 날 벼락이 치는 것을 간혹 보게 되는데 블레셋 군대에게 이런 벼락을 내리신 것이다. 귀가 울리고 하늘이 쩍쩍 갈라지는 벼락 소리를 듣고 블레셋은 혼비백산하여 도망했다.

(삼상7:10-11) '사무엘이 번제를 드릴 때에 블레셋 사람이 이스라엘과 싸우려고 가까이 오매 그 날에 여호와께서 블레셋 사람에게 큰 우레를 발하여 그들을 어지럽게 하시니 그들이 이스라엘 앞에 패한지라 이스라엘 사람들이 미스바에서 나가서 블레셋 사람들을 추격하여 벧갈 아래에 이르기까지 쳤더라'

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에벤에셀' 하나님을 고백하게되었다.
(삼상7:12) '사무엘이 돌을 취하여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워 이르되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 하니라'

미스바 성회는 예배가 곧 승리이고,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강한 능력임을 보여준 사건이다. 블레셋 군대는 사기충천(士氣衝天)하여 왔으나 결국 하늘을 진동하는 우레 소리에 '걸음아 나 살려라'(step, save me)하며 퇴각하고 말았다.

엘리 대제사장은 실로 성읍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와서 여호수아의 명령으로 회막을 세웠던 곳이 실로였고(수18:1), 사무엘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 백년동안 하나님의 거룩한 성소가 있던 곳이 실로였다. 하지만 사무엘은 실로를 떠나 미스바를 비롯해 벧엘과 길갈과 라마를 순회하며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하나님이 다스리는 신정(神政)통치를 한 것이다.

(삼상7:15-17) '사무엘이 사는 날 동안에 이스라엘을 다스렸으되 해마다 벧엘과 길갈과 미스바로 순회하여 그 모든 곳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렸고 라마로 돌아왔으니 이는 거기에 자기 집이 있음이니라 거기서도 이스라엘을 다스렸으며 또 거기에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