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엘리야 (3)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28] 엘리야 - 3
기독교 영성가 헨리 나우엔(Henri Jozef Machiel Nouwen)은 신앙인의 내적 성장을 위한 방법으로 이렇게 권면했다. 'doing nothing, being useless' 이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쓸모없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내가 무언가를 하겠다고, 무언가를 이루고야 말겠다고 분주하면 할수록 우리의 성장은 더디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영적인 침체기에 빠지는 신앙인들에게서 발견되는 모습이 바로 분주함이다. 너무 바쁘다는 것은 영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그래서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모든 것 내려놓고, 마치 쓸모없는 존재처럼 하나님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영적인 성장에 유익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열뫙기상 19장에는 영적인 침체기에 빠져버린 위대한 선지자 엘리야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앞장인 18장에서 엘리야는 바알의 선지자 450명과 갈멜산에서 대결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단 한번의 대결이었다. 바알의 선지자들은 온 종일 부르짖었으나 하늘에서 불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엘리야는 단 두 마디의 기도로 하늘에서 불을 내려 제물을 태웠다. 바알이 참 신이 아니라 하나님이 참 신인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 결과 바알 선지자 450 명은 붙잡혀 기손 시내로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불과 하루 동안에 있었던 사건이다. 여기까지는 정말 완벽한 승리였다. 그러나 아합왕이 왕비 이세벨에게 이 사건을 설명한 뒤 부터 상황은 역전된다. 이세벨이 엘리야에게 사람을 보내 반드시 죽이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기 때문이다.
(왕상19:2) '이세벨이 사신을 엘리야에게 보내어 이르되 내가 내일 이맘때에는 반드시 네 생명을 저 사람들 중 한 사람의 생명과 같게 하리라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신들이 내게 벌 위에 벌을 내림이 마땅하니라 한지라'
아합왕과 달리 이세벨은 갈멜산 대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24시간 내에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전달하게 한다. 이세벨의 경고를 받은 엘리야는 영적인 자부심에서 떠나 순식간에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만다. 겨우 하루 사이에 영적으로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를 타게 된 것이다.
(왕상19:3) '그가 이 형편을 보고 일어나 자기의 생명을 위해 도망하여 유다에 속한 브엘세바에 이르러 자기의 사환을 그 곳에 머물게 하고'
엘리야는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도망을 간다. 아합왕이 머물던 왕의 별궁이 있던 이스르엘에서 유대 땅 브엘세바(Beer-sheba)까지의 거리는 약 140 km이다.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엘리야는 이세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그 먼 거리를 간다. 엘리야에게서 어제의 승자의 여유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브엘세바 남쪽으로는 네게브(Negeb)광야가 펼쳐져 있다. 네게브 광야의 크기는 13,000㎢이다. 우리나라 전라남도 크기와 비슷하다. 엘리야는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이렇게 드넓은 광야로 도피한 것이다. 광야는 드문드문 작은 나무 한 그루나 풀이 조금 자라는 환경이다. 이렇게 이세벨의 추적이 불가능한 곳으로 엘리야는 몸을 숨긴 것이다.
(왕상19:4) '자기 자신은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가서 한 로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자기가 죽기를 원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하고'
엘리야는 광야 입구에 주저앉은 것이 아니라 하룻길 쯤 광야 깊숙히 들어간다. 구약시대에 히브리인들이 하룻길이라고 관용적으로 사용하던 표현은 보통 32~40km의 거리를 말한다.
엘리야는 광야로 도피한 후 하나님께 죽기를 구했다. 바알 선지자들 앞에서 당당했던 모습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죽음이 최선인 것 마냥 자신의 생명을 거두어 가시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우리가 늘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경우든 죽음은 최선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는 로뎀나무(broom tree) 아래에 지쳐 쓰러져 잠든 엘리야에게 천사를 통해 숯불에 구운 떡과 물 한 병을 보내 주셨다. 이 일이 두 번 반복된다. 그릿 시냇가에서 까마귀를 통해 공급하셨던 것처럼 이곳 네게브 광야에서도 음식을 공급해 주신 것이다.
(왕상19:6-7) '본즉 머리맡에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이 있더라 이에 먹고 마시고 다시 누웠더니 여호와의 천사가 또 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 하는지라'
엘리야는 천사가 공급해 주는 음식을 먹고 길을 떠난다. 엘리야의 목적지는 호렙산이었다. 브엘세바 곧 네게브 사막에서 호렙산까지는 약 300km의 거리다. 아주 먼 거리이다. 엘리야는 지금 이세벨에게 쫓겨 이스르엘에서 호렙산까지 약 400 km이상을 이동한 것이다.
엘리야의 목적지가 호렙산인 것은 하나님의 뜻도, 엘리야의 바램도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엘리야는 하나님께서 공급하신 두 끼 식사를 하고 사십 주야를 걸어 호렙산, 곧 모세가 율법을 받았던 시내산으로 간다. 호렙산은 엘리야에게 영적으로 큰 자극을 주었을 것이다.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 된 땅이기 때문이다.
엘리야는 겨우 두 끼 식사를 했을 뿐인데 사십 일을 걸어서 호렙산에 도착하여 어느 굴에 들어가 머물게 된다.
(왕상19:8-9) '이에 일어나 먹고 마시고 그 음식물의 힘을 의지하여 사십 주 사십 야를 가서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니라 엘리야가 그 곳 굴에 들어가 거기서 머물더니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NIV 성경에는 'he went into a cave and spent the night' 라고 되어 있다. 번역하면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밤을 보냈다" 이다. 엘리야는 철저하게 혼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어찌하여 이곳까지 오게 되었냐며 질문하신다. 이 상황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물으신 것이다.
그럼 엘리야가 400km 이상 달려와 호렙산 동굴에 숨게 한 원인은 무엇인가? 표면적인 이유는 이세벨 왕비 때문이다. 그러나 이면적인 이유는 두려움이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두려움이 우리의 행동 원인이 되어선 안된다. 두려움 때문에 도망하고, 두려움 때문에 거짓을 말하고, 두려움 때문에 신앙의 자리에서 물러나 앉으면 안된다. 엘리야는 많은 군중속에 있다가 두려움 때문에 400km 밖에 있는 동굴로 피신하고 말았다.
두려움이 행동 원인이면 결과는 아름답지도 평안하지도 않다. 사울왕은 블레셋과의 전쟁 때에 사무엘 선지자는 약속한 기한에 오지 않고 백성들은 흩어지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여 직접 제사를 집례했다. 제사는 제사장의 고유 권한이다. 전쟁 중에도 예외는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울왕은 하나님께 버림 받는다.
(삼상13:8-9) '사울은 사무엘이 정한 기한대로 이레 동안을 기다렸으나 사무엘이 길갈로 오지 아니하매 백성이 사울에게서 흩어지는지라 사울이 이르되 번제와 화목제물을 이리로 가져오라 하여 번제를 드렸더니'
(삼상13:13-14a)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왕이 망령되이 행하였도다 왕이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에게 내리신 명령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그리하였더라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위에 왕의 나라를 영원히 세우셨을 것이거늘 지금은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할 것이라'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를 회복시키기 위해 몇가지 일을 행하신다. 태풍과 지진과 불과 세미한 음성이다.
(왕상19:11-12)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가서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 하시더니 여호와께서 지나가시는데 여호와 앞에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나 바람 가운데에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바람 후에 지진이 있으나 지진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또 지진 후에 불이 있으나 불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더니 불 후에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하나님은 엘리야를 위해, 그리고 오늘 우리를 위해 태풍도 마다하지 않으시며, 지진도 마다하지 않으시며, 엄청난 불의 역사도 마다하지 않으시며, 세미한 음성 들려 주시기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일하시기를 언제나 즐거워 하시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우리는 힘을 내야 한다. 모든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다. 엘리야는 결국 두려움을 이기고 다시 사명의 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권능의 종의 모습을 회복했다.
(왕상19:15-16)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너는 네 길을 돌이켜 광야를 통하여 다메섹에 가서 이르거든 하사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의 왕이 되게 하고 너는 또 님시의 아들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게 하고 또 아벨므홀라 사밧의 아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너를 대신하여 선지자가 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