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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인물 에세이 - 엘리사 (2)

문학n천국 2022. 11. 3. 09:35

성경인물 에세이 - 엘리사 (2)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31]  엘리사 - 2

모세 율법에 채무(debt)에 관한 규정이 있다. 빚을 갚지 못하면 종을 삼게 하는 법이다. 빚의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지만 종을 삼는 기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곧 빚이 얼마든 육 년 동안만 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규정이다.

(신15:12) '네 동족 히브리 남자나 히브리 여자가 네게 팔렸다 하자 만일 여섯 해 동안 너를 섬겼거든 일곱째 해에 너는 그를 놓아 자유롭게 할 것이요'

빚 때문에 종이 된 자가 육 년 동안 주인을 섬겼다면 칠 년째, 곧 안식년에는 반드시 종을 본래의 삶의 자리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어느 누구도 빚 때문에 평생 고통 받는 일은 없게 하는 것이다. 육 년이 지나면 누구나 자유인으로 하나님을 섬기며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오래도록 제한하거나 좌지우지(左之右之)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다만 채권자의 권리를 위해 육 년은 허락했다.

또한 종을 자유케 할 때는 그의 자립을 위해 가능한 모든 도움을 주도록 했다. 부자가 가난한 자에게 긍휼을 베풀고 돕는 것은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 은혜는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의 애굽에서의 노예 해방에서 기인(起因)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먼저 이스라엘에게 해방의 기쁨을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신15:13-15)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때에는 빈 손으로 가게 하지 말고 네 양 무리 중에서와 타작 마당에서와 포도주 틀에서 그에게 후히 줄지니 곧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 대로 그에게 줄지니라 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속량하셨음을 기억하라 그것으로 말미암아 내가 오늘 이같이 네게 명령하노라'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돈으로 사람을 사서 평생 노예로 삼는 폐단(an evil)이 발생하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모세 율법이 선포된 이후 약 650년이 흐른 뒤 아모스 선지자를 통해 이와같은 행위는 범죄임을 선포하게 하신다.

(암2:6)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이스라엘의 서너 가지 죄로 말미암아 내가 그 벌을 돌이키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은을 받고 의인을 팔며 신 한 켤레를 받고 가난한 자를 팔며'

엘리사 시대에 하나님께 헌신한 선지생도의 가정이 있었다. 요즘 현실에 비추어 보면 신학생이나 전도사 쯤 되는 가정이다. 그런데 엘리사의 제자인 남편이 갑작스럽게 죽고 말았다.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남은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워 부득이 빚을 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빚 독촉(debt urging)을 경험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것은 사실 피를 말리는 악행(惡行)이다.

(왕하4:1) '선지자의 제자들의 아내 중의 한 여인이 엘리사에게 부르짖어 이르되 당신의 종 나의 남편이 이미 죽었는데 당신의 종이 여호와를 경외한 줄은 당신이 아시는 바니이다 이제 빚 준 사람이 와서 나의 두 아이를 데려가 그의 종을 삼고자 하나이다 하니'

빚 독촉을 받는 선지생도의 아내는 이제 꼼짝없이 두 아들을 빼앗겨 종으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선지생도의 아내는 두 아들을 종으로 보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모든 어머니들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선지생도의 아내는 엘리사 선지자를 찾아 하소연을 한다. 물론 엘리사 선지자는 재물을 쌓아두지 않기에 그에게 현금이 없음을 알았지만 이렇게라도 하나님께 호소하고 싶었다.

엘리사는 이 가정의 아픔을 충분히 가늠한(fathom) 뒤 선지생도의 아내에게 묻는다.

(왕하4:2) '엘리사가 그에게 이르되 내가 너를 위하여 어떻게 하랴 네 집에 무엇이 있는지 내게 말하라 그가 이르되 계집종의 집에 기름 한 그릇 외에는 아무것도 없나이다 하니'

선지생도의 가정에는 기름 한 병이 전부였다. 동전 몇 개도 찾아볼 수 없는 아주 극빈(極貧) 가정이었다. 이 가정에 희망이 있을까? 엘리야 시대 때 사르밧 과부의 가정처럼 이미 한계에 도달한 가정이었다. 기름 한 병으로 어떻게 두 아들을 빼앗기지 않고 지켜낼 수 있을까? 선지자는 하나님의 영감(inspiration)으로 선지생도의 아내에게 명령한다.

(왕하4:3-6) '이르되 너는 밖에 나가서 모든 이웃에게 그릇을 빌리라 빈 그릇을 빌리되 조금 빌리지 말고 너는 네 두 아들과 함께 들어가서 문을 닫고 그 모든 그릇에 기름을 부어서 차는 대로 옮겨 놓으라 하니라 여인이 물러가서 그의 두 아들과 함께 문을 닫은 후에 그들은 그릇을 그에게로 가져오고 그는 부었더니 그릇에 다 찬지라 여인이 아들에게 이르되 또 그릇을 내게로 가져오라 하니 아들이 이르되 다른 그릇이 없나이다 하니 기름이 곧 그쳤더라'

선지생도의 아내는 이웃들에게서 가서 빈 병들을 빌려 왔다. 빈 병을 빌리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빈 병을 얼마나 혹은 몇 개 정도 빌리라는 선지자의 구체적인 주문이 없었기에 그 여인은 자기의 믿음만큼 빈 병을 빌려 왔다.

이제 기름병을 가져다가 빌린 빈 병에 기름을 부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병에도 부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기름병을 채워갔지만 놀랍게도 여인의 본래 기름병은 여전히 같은 양(量)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방(living room)의 기적이었다. 안방에 둘러 앉은 여인과 두 아들이 경험한 특별한 사건이었다.

선지생도의 아내는 비로소 어두운 빚(debt)의 수렁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두 아들을 지킬 수 있게 되었고 생계의 곤란에서 해방되었다. 이 일은 전적인 하나님의 돌보심이었다.

(왕하4:7) '그 여인이 하나님의 사람에게 나아가서 말하니 그가 이르되 너는 가서 기름을 팔아 빚을 갚고 남은 것으로 너와 네 두 아들이 생활하라 하였더라'

선지생도 아내의 인생 혼돈은 이렇게 끝이 났다. 하나님께서는 하마터면 숨쉬는 것 까지도 괴로울 뻔했던 한 여인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응답하셨다. 그녀의 삶은 감사와 행복으로 회복되었다. 여인은 비로소 인생의 단 맛(sweetness)을 절감(切感)하게 되었다. 아무리 쓰디 쓴 인생도 주님이 돌보시면 스윗(sweet)한 삶이 되는 것이다.

사르밧 과부도 외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는데 이미 한계 상황에 맞닥뜨린 가정이었다. 마지막 한 끼만 남겨둔 빈곤 가정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 가정에 엘리야 선지자를 보내신다. 엘리야는 스스럼없이(without reserve) 떡 한 조각을 요구한다.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는 선지자에게 실망한 것도 잠시 그의 말에 순종했더니 기근이 지나기까지 삼년 육개월 동안 통의 기름이 떨어지지 않고 병의 기름이 없어지지 않았다.

(왕상17:15-16) '그가 가서 엘리야의 말대로 하였더니 그와 엘리야와 그의 식구가 여러 날 먹었으나 여호와께서 엘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 같이 통의 가루가 떨어지지 아니하고 병의 기름이 없어지지 아니하니라'

말씀에 대한 순종은 늘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준다. 특히 한계 상황에서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기적을 경험하게 한다. 기적은 '나 하기 나름이다'( It's up to me).  

아브라함은 백 세에 겨우 얻은 외아들 이삭을 모리아산에 가서 번제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다. 이삭을 다시 살려 주시겠다는 약속은 없었다. 다른 아들을 주시겠다는 약속도 없었다. 그저 아들을 빼앗아 가겠다는 해석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창22:2)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그런데 성경에 아브라함은 고민한 흔적이 없다. 아브라함은 바로 아멘 하고 행동에 옮긴다. 고민한 척이라도 해야 아들한테 덜 미안할 것 같은데 말이다.

(창22:3) '아브라함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두 종과 그의 아들 이삭을 데리고 번제에 쓸 나무를 쪼개어 가지고 떠나 하나님이 자기에게 일러 주신 곳으로 가더니'

결국 아브라함은 말씀에 순종한 복으로 '여호와 이레'를 가장 먼저 경험한 사람이 되었다.

(창22:13-14)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살펴본즉 한 숫양이 뒤에 있는데 뿔이 수풀에 걸려 있는지라 아브라함이 가서 그 숫양을 가져다가 아들을 대신하여 번제로 드렸더라 아브라함이 그 땅 이름을 여호와 이레라 하였으므로 오늘날까지 사람들이 이르기를 여호와의 산에서 준비되리라 하더라'

선지생도의 아내는 빈 병을 동네 이웃들에게 빌려와 기름을 부으라는 선지자의 명령에 순종함으로 빚을 청산하고, 아들들을 지키고, 생활의 어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런고로 우리도 어려울 때와 한계 상황에서 하나님께 순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