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욥 (1)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37] 욥 (1)
욥(Job)은 다른 성서 인물들처럼 실존 인물이다. 성서학자들은 욥이 족장(族長) 시대의 인물이라고 한다. 아마도 아브라함 시대를 전후(前後)한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욥은 지금으로부터 약 4,000여 년 전의 인물이다. 욥은 가나안 땅에서 가까운 우스(Uz) 땅, 곧 에돔 땅에서 살았다.
(욥1:1) '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더라'
구약성경의 욥에 대한 평가는 악에서 떠난 사람, 온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과연 사람은 악(惡)에서 온전히 떠날 수 있을까? 사도바울은 평생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악을 행하는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자신은 도무지 악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했다.
악(惡)이 인생을 장악하는 능력은 우리의 생각을 훨씬 넘어선다. 그럼에도 욥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던 사람이었다. 온갖 사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욥은 악에서 떠난 사람이 되었다.
(롬7:18-19)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
욥에게는 아들 일곱과 딸 셋이 있었다. 그리고 욥은 동방 사람 가운데 최고의 부(富)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많은 종들이 있었고 짐승 또한 11,500 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욥1:2-3) '그에게 아들 일곱과 딸 셋이 태어나니라 그의 소유물은 양이 칠천 마리요 낙타가 삼천 마리요 소가 오백 겨리요 암나귀가 오백 마리이며 종도 많이 있었으니 이 사람은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한 자라'
당시에 욥의 명망(名望,reputation)은 큰 임금과 견줄 만큼 대단했다. 이것은 욥이 단지 부자여서가 아니라 평소 욥의 연약한 자에 대한 배려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욕을 먹지 않고 살아가기만 해도 훌륭한대 욥은 오히려 백성들로부터 관원에 이르기까지 칭송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욥29:8-12) '나를 보고 젊은이들은 숨으며 노인들은 일어나서 서며 유지들은 말을 삼가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지도자들은 말소리를 낮추었으니 그들의 혀가 입천장에 붙었느니라 귀가 들은즉 나를 축복하고 눈이 본즉 나를 증언하였나니 이는 부르짖는 빈민과 도와 줄 자 없는 고아를 내가 건졌음이라'
욥은 자식들이 생일 잔치를 끝내면 그들을 불러다가 하나님께 번제(burnt offering)를 드렸다. 이는 자녀들이 잔치 여흥(餘興,fun)에 취해 은연 중에 하나님 앞에 입술로나 마음으로 범죄했을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욥은 자신의 신앙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신앙에 대해서도 깨어 있던 사람이었다.
(욥1:5) '그들이 차례대로 잔치를 끝내면 욥이 그들을 불러다가 성결하게 하되 아침에 일어나서 그들의 명수대로 번제를 드렸으니 이는 욥이 말하기를 혹시 내 아들들이 죄를 범하여 마음으로 하나님을 욕되게 하였을까 함이라 욥의 행위가 항상 이러하였더라'
하나님께서는 사탄 앞에서 이런 욥을 자랑하셨다. 욥은 하나님께서 그냥 두고 보시기에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었다. 하나님이 한 사람을 자랑할 수 있음을 욥이 최초로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욥은 지적할 게 없는 사람이었다.
(욥1:6,8)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와서 여호와 앞에 섰고 사탄도 그들 가운데에 온지라...여호와께서 사탄에게 이르시되 네가 내 종 욥을 주의하여 보았느냐 그와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는 세상에 없느니라'
하지만 사탄은 이에 수긍하지 않고 하나님의 평가에 문제가 있다며 반론을 제기한다. 하나님께서 욥에게 먼저 큰 은혜를 주셨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응으로 믿음을 나타내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 하나님께서 욥을 저주하시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는 순수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가 참 모습이라고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욥1:9-11) '사탄이 여호와께 대답하여 이르되 욥이 어찌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리이까 주께서 그와 그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물을 울타리로 두르심 때문이 아니니이까 주께서 그의 손으로 하는 바를 복되게 하사 그의 소유물이 땅에 넘치게 하셨음이니이다 이제 주의 손을 펴서 그의 모든 소유물을 치소서 그리하시면 틀림없이 주를 향하여 욕하지 않겠나이까'
사탄의 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이제 하나님께서 욥의 신실함을 증명해 보이실 필요가 생겼다. 결국 하나님께서 사탄에게 욥은 건드리지 말고 그의 주변만 칠 것을 허락하셨다.
(욥1:12) '여호와께서 사탄에게 이르시되 내가 그의 소유물을 다 네 손에 맡기노라 다만 그의 몸에는 네 손을 대지 말지니라 사탄이 곧 여호와 앞에서 물러가니라'
하나님의 승인을 얻은 사탄은 욥의 소유를 거침없이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욥이 평생에 일구어 왔던 소중한 것들을 모두 빼앗아 갔다. 특히 열 명의 자식들이 한 날 한 시에 죽임을 당한 것은 욥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욥1:15,16,17,19) '스바 사람이 갑자기 이르러 그것들을 빼앗고 칼로 종들을 죽였나이다...
그가 아직 말하는 동안에 또 한 사람이 와서 아뢰되 하나님의 불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양과 종들을 살라 버렸나이다...그가 아직 말하는 동안에 또 한 사람이 와서 아뢰되 갈대아 사람이 세 무리를 지어 갑자기 낙타에게 달려들어 그것을 빼앗으며 칼로 종들을 죽였나이다...거친 들에서 큰 바람이 와서 집 네 모퉁이를 치매 그 청년들 위에 무너지므로 그들이 죽었나이다 나만 홀로 피하였으므로 주인께 아뢰러 왔나이다'
욥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었다. 어떤 희망의 싹도 남지 않았다. 사탄은 욥이 하나님을 욕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욥은 놀랍게도 그 진심을 의심받을 만큼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오직 찬송뿐이었다.
(욥1:20-22) '욥이 일어나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밀고 땅에 엎드려 예배하며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 이 모든 일에 욥이 범죄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지 아니하니라'
피해자 욥이 가해자 사탄에게 주는 대답은 하나님을 향한 찬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찬송 받으실 분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주신 분이 거두어 가셨으니 아무 원망도 없다는 고백이다. 아마 욥이 지금까지 완전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이 수준까지 신앙이 성숙함을 보시고 하나님께서도 놀라셨으리라 생각해 본다.
욥은 목회자가 아니다. 그러나 신앙은 하나님 보시기에 으뜸이었다. 어쩌면 욥의 신앙은 진흙 속의 진주처럼 묻혀 지나칠 뻔 했다. 그런데 사탄이 욥을 시험하면서, 욥의 삶을 파괴하면서 진흙 속의 진주같은 욥의 신앙이 드러나게 되었다.
사탄은 욥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오히려 욥이 밝은 조명(Lighting)을 받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진흙 속의 진주를 발굴한 것은 사탄이었다. 결과적으로 사탄이 가져간 것은 욥의 소유 뿐이었고 오히려 욥의 보석 같은 믿음을 선전해 주고 말았다.
로마의 시인 터툴리안(Tertullian)은 "햇빛이 하수구 안까지 고르게 비추어 주어도 햇빛 자신은 더러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은 훌륭한 사람은 진흙 속에 있는 진주와 같아서 주위 환경에 오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욥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욥은 악한 세상의 불신앙에 조금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 신앙인이었다.
욥이 우리의 해답이다. 욥은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능동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높이는 삶을 우리에게 모범으로 보여주었다.
욥처럼 겸손하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질그릇 신앙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토기장이 하나님께서 질그릇 같은 나를 쓸모있게 하신다는 믿음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찌 하시든지 우리가 이 시대에 욥이 되기를 바라야 하겠다.
(렘18:6)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스라엘 족속아 이 토기장이가 하는 것 같이 내가 능히 너희에게 행하지 못하겠느냐 이스라엘 족속아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 있음 같이 너희가 내 손에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