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욥 (2)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38] 욥 (2)
욥을 향한 사탄의 첫 번째 공격으로 욥은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었다. 열 명의 자녀들과 종들과 11,500마리의 가축과 인생 명예를 모두 잃었다. 사람들의 존경과 칭송도 연기처럼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제 욥에게는 허울(vanity)뿐인 육신만 남았다. 하지만 예고없이 찾아 온 큰 불행에도 불구하고 욥은 조금도 영적인 혼란을 겪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을 찬송하는 높은 신앙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사탄이 욥을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탄이 의문의 1패를 당했다.
사탄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공격을 하기 위해 하나님께 욥을 고발한다. 첫 번째 공격에서는 욥이 신앙으로 견디어 내며 하나님을 찬송함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욥2:3) '여호와께서 사탄에게 이르시되 네가 내 종 욥을 주의하여 보았느냐 그와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가 세상에 없느니라 네가 나를 충동하여 까닭 없이 그를 치게 하였어도 그가 여전히 자기의 온전함을 굳게 지켰느니라'
이제 욥에게 남은 것은 지칠대로 지친 육신 뿐이다. 사탄은 그것마저 무너뜨리려 한다. 그래서 하나님께 욥의 육신에 해(害,harm)를 가할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한다.
(욥2:4-6) '사탄이 여호와께 대답하여 이르되 가죽으로 가죽을 바꾸오니 사람이 그의 모든 소유물로 자기의 생명을 바꾸올지라 이제 주의 손을 펴서 그의 뼈와 살을 치소서 그리하시면 틀림없이 주를 향하여 욕하지 않겠나이까 여호와께서 사탄에게 이르시되 내가 그를 네 손에 맡기노라 다만 그의 생명은 해하지 말지니라'
'가죽으로 가죽을 바꾼다'는 말의 의미는 사람은 자기 목숨을 건지기 위해 내놓지 못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사탄은 첫 번째 공격에서 욥의 생명 대신 열 명의 자녀들의 생명과 종들의 생명과 엄청난 수의 가축들의 생명을 거두어 갔다.
이제 욥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자기 몸 밖에 없으니 그의 몸을 칠 수 있도록 하나님께 허락을 구한 것이다. 만약 그의 몸을 치면 분명 하나님을 향해 욕할 것이라고 사탄은 주장한다. 하나님께서는 이번에도 욥을 신뢰하시며 그의 몸을 칠 수 있도록 허락하신다.
(욥2:7-8) '사탄이 이에 여호와 앞에서 물러가서 욥을 쳐서 그의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종기가 나게 한지라 욥이 재 가운데 앉아서 질그릇 조각을 가져다가 몸을 긁고 있더니'
사탄이 욥을 치니 욥의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악성 종기로 뒤덮였다. 욥은 재(灰) 위에 앉았다. 이 말은 쓰레기 더미에 앉았다는 말이다. 아마도 욥은 마을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태웠던 곳에서 망연자실(茫然自失)한 모습으로 앉아 있던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 더미에 앉은 욥은 종기로 인한 가려움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질그릇 조각을 가져다가 몸을 긁었다. 이것은 일회적인 행위가 아니라 피가 나고 고름이 흘러 내리기까지 계속해서 긁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이들에게서 노인들에게까지, 관원들과 유명인들에게까지 존경받던 욥이 이제는 쓰레기 더미에서 고름을 짜는 비참한 상황으로 전락(轉落,a fall)하고 만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사탄의 역사(work)였다.
욥이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 가운데 있을 때 그의 아내가 등장한다. 욥으로 말미암아 평생 귀부인(貴婦人,dona)으로 살았던 사람이다. 온갖 좋은 것을 남편 때문에 누린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 남편이 비참한 모습이 되자 아내는 욥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퍼부어 댄다. 동고동락(同苦同樂)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욥2:9) '그의 아내가 그에게 이르되 당신이 그래도 자기의 온전함을 굳게 지키느냐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
아무리 열린(?) 입이지만 이건 막말이다.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는 말은 결코 해선 안되는 말이다. 정말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말이다.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사람의 말이다. 은혜를 아는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막말을 내뱉은 것이다. 부부지간에 신앙심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고난 앞에서 두 부부의 신앙의 격차(格差,a gap)가 너무도 크다. 욥이 장로라면 부인은 새신자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욥은 비록 재 가운데 곧 쓰레기 더미 가운데 앉아 있을지라도 아내의 불신앙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어리석은 여자가 되지 말라며 책망한다. 엄밀하게 말해서 복(福)이나 화(禍)는 인간이 거부한다 해서 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욥2:10) '그가 이르되 그대의 말이 한 어리석은 여자의 말 같도다 우리가 하나님께 복을 받았은즉 화도 받지 아니하겠느냐 하고 이 모든 일에 욥이 입술로 범죄하지 아니하니라'
욥은 강력한 재앙을 받았음에도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았다. 오직 감사함으로 하나님의 저주를 수용했다. 우리 믿음의 목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받는 모습이다.
사도바울에게도 육체의 가시가 있었다. 학자들은 아마도 간질병(癎疾病)이나 안질(眼疾)이었을거라고 말한다. 육체의 가시는 건강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었기에 사탄의 사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고후12:7)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1세기에 유럽과 소아시아 지역의 선교에 있어 가장 크게 쓰임 받은 사람이 바울이다. 바울이 지나는 길에는 큰 구원의 역사가 나타났고 교회들이 세워졌다. 바울은 최고의 복음 전도자이고 설교자였다.
그런데 바울은 복음 전하는 현장에서 혹은 설교 현장에서 예고없이 발작을 일으키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간질병이었다. 설교하다 거품 물고 쓰러진 바울을 보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나 잘하세요! 네 몸이나 챙기세요! 라며 비웃는 사람들도 있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바울만큼은 건강했어야 하지 않을까? 최고의 전도자가 건강해야 하나님 나라 확장에 유익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가장 부끄러울 수 있는 그 병을 바울이 앓고 있었다. 집안 배경이나 학벌로나 상위 1%에 속했던 바울은 결국 이 병때문에 겸손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행22:3) '나는 유대인으로 길리기아 다소에서 났고 이 성에서 자라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우리 조상들의 율법의 엄한 교훈을 받았고 오늘 너희 모든 사람처럼 하나님께 대하여 열심이 있는 자라'
바울 스스로도 이 병 때문에 괴로움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세 번 작정기도를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 응답하셨다. 다시말해 바울의 기도를 거절하신 것이다. 그럼에도 바울은 거절하신 하나님께 크게 기뻐하며 감사한다.
(고후12:8-9) '이것이 내게서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내가 세 번 주께 간구하였더니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우리의 믿음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욥의 아내처럼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하나님 탓으로 돌리고 불평과 원망으로 살아갈 것인가? 욥처럼 주신 자도 하나님이시고 거두어 가신 자도 하나님이시니 찬송 받으시옵소서 할 것인가?
바울처럼 부끄러운 질병을 갖고 살아도 저주라 여기지 않고 도리어 크게 기뻐하며 살아가야 한다. 약한 것을 저주라 여기지 않고 하나님을 기뻐하면 그리스도의 능력이 우리 안에 머물기 때문이다.
선택은 나의 몫이다. 위대한 신앙인은 하나님이 만들어 주시는 것이 아니다. 나 하기 나름인 것이다(It depends on me). 욥처럼 믿고 욥처럼 행동할 수 있으면 위대한 신앙인이 되는 것이다. 바울처럼 생각하고 바울처럼 행하면 위대한 신앙인이 되는 것이다.
욥의 인생의 결말은 갑절의 축복을 누린 삶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욥으로 하여금 아픈 과거를 온전히 잊게 하고 더 큰 영화를 누리게 하셨다. 원망하고 불평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저주스런 상황에서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송했던 욥의 삶의 결말이 오늘 우리에게 도전으로 다가와야 한다.
(욥42:12-13,16-17) '여호와께서 욥의 말년에 욥에게 처음보다 더 복을 주시니 그가 양 만 사천과 낙타 육천과 소 천 겨리와 암나귀 천을 두었고 또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두었으며...그 후에 욥이 백사십 년을 살며 아들과 손자 사 대를 보았고 욥이 늙어 나이가 차서 죽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