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다니엘 (2)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40] 다니엘 (2)
바벨론이 온 천하를 평정(平定)했다. 신바벨론 제국이 건국된 지 채 40 여년도 안되어 지중해 동쪽 곧 애굽(이집트)을 비롯한 동방의 모든 나라들을 제패한(dominate) 것이다. 그리고 남유다마저 바벨론에 의해 멸망한 바로 그 다음 해에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왕은 자신의 권세와 영광이 영원함을 과시하기 위해 두라 평지(the plain of dura)에 큰 금신상(金神像)을 세웠다. 이 금신상의 낙성식(落成式)은 느부갓네살왕 재위(在位) 18년에 있었다.
(단3:1) '느부갓네살 왕이 금으로 신상을 만들었으니 높이는 육십 규빗이요 너비는 여섯 규빗이라 그것을 바벨론 지방의 두라 평지에 세웠더라'
금신상의 규모는 높이 27m, 폭이 2.7m였다. 오늘날의 건축 개념으로 아파트 10층 높이 쯤 되는 큰 우상을 세운 것이다. 일종의 기념비(monument)라 할 수 있다. 금신상 낙성식에는 바벨론 제국 안의 모든 관리들을 불러 모았다.
(단3:2) '느부갓네살 왕이 사람을 보내어 총독과 수령과 행정관과 모사와 재무관과 재판관과 법률사와 각 지방 모든 관원을 느부갓네살 왕이 세운 신상의 낙성식에 참석하게 하매'
그리고 관리들에게 금신상에 절을 하라는 왕의 명령이 선포되었다. 만약 거부하는 자는 풀무불에 던져넣는다는 엄명(嚴命, command)이 있었다.
(단3:5-6) '너희는 나팔과 피리와 수금과 삼현금과 양금과 생황과 및 모든 악기 소리를 들을 때에 엎드리어 느부갓네살 왕이 세운 금 신상에게 절하라 누구든지 엎드려 절하지 아니하는 자는 즉시 맹렬히 타는 풀무불에 던져 넣으리라 하였더라'
모든 관리들이 악기 소리가 울리자 금신상을 향해 절을 했다. 아마도 보복이 두려워서가 아닌 자발적인 행위였을 것이다. 본래 우상을 섬기는 문화에 젖어 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낙성식 행사가 진행되는 듯 했다.
(단3:7) '모든 백성과 나라들과 각 언어를 말하는 자들이 나팔과 피리와 수금과 삼현금과 양금과 및 모든 악기 소리를 듣자 곧 느부갓네살 왕이 세운 금 신상에게 엎드려 절하니라'
하지만 갑자기 행사의 진행이 멈추었다. 몇 사람이 금신상 앞에 엎드려 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니엘과 함께 유대 땅에서 끌려온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였다. 이들의 본 이름은 하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이다.
(단3:8,12) '그 때에 어떤 갈대아 사람들이 나아와 유다 사람들을 참소하니라...이제 몇 유다 사람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왕이 세워 바벨론 지방을 다스리게 하신 자이거늘 왕이여 이 사람들이 왕을 높이지 아니하며 왕의 신들을 섬기지 아니하며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 아니하나이다'
느부갓네살 왕은 이 세 사람을 끌고 오게 한다. 감히 왕이 참석한 행사의 진행이 중단되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이 이 세 사람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는 것으로 보아 평소에 세 사람은 나름 주목받는 젊은 관리들이었던 것 같다.
(단3:13-14) '느부갓네살 왕이 노하고 분하여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를 끌어오라 말하매 드디어 그 사람들을 왕의 앞으로 끌어온지라 느부갓네살이 그들에게 물어 이르되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야 너희가 내 신을 섬기지 아니하며 내가 세운 금 신상에게 절하지 아니한다 하니 사실이냐'
하지만 왕은 국가적인 행사에 불미스러운 일이 없기를 바랐기에 다니엘의 세 친구들을 회유하는 동시에 협박한다.
(단3:15) '이제라도 너희가 준비하였다가 나팔과 피리와 수금과 삼현금과 양금과 생황과 및 모든 악기 소리를 들을 때 내가 만든 신상 앞에 엎드려 절하면 좋거니와 너희가 만일 절하지 아니하면 즉시 너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 던져 넣을 것이니 능히 너희를 내 손에서 건져낼 신이 누구이겠느냐 하니'
풀무불(furnace)은 용광로이다. 학자들은 풀무불의 온도가 1,000 도에 육박했다고 한다. 요즘 시신을 화장하는 화장터의 화로 온도가 보통 800~1,000도 이다. 풀무불에 살아 있는 사람을 던지는 것은 잔인하지만 이것이 고대 사회에서 왕명의 지엄(至嚴)함이다.
왕의 명령을 들은 백성들 중에서 왕의 말을 농담으로 여긴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으로 다스리겠다는 왕의 경고에도 젊은 유대인 관원들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실 것이라고 덤덤하게(placid) 고백한다. 이 고백은 하나님이 왕보다 더 강하다는 고백이다.
(단3:16-17)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왕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느부갓네살이여 우리가 이 일에 대하여 왕에게 대답할 필요가 없나이다 왕이여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이 말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살아계시니 풀무불 가운데서 우리는 죽지 않을 것이며 왕께서도 우리를 죽일 수 없을 것이라는 고백이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더이상 왕과의 관계 회복을 포기하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는 왕의 신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청년들의 고백에 느부갓네살은 이들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단3:18)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
이 젊은 유대인들의 고백은 느부갓네살 왕으로 하여금 더 이상 자비를 베풀 수 없게 했다. 이 유대인들의 논리에 끌려가면 왕의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은 이들을 붙들어 풀무불 가운데 던지라고 명령한다.
(단3:19-20) '느부갓네살이 분이 가득하여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를 향하여 얼굴빛을 바꾸고 명령하여 이르되 그 풀무불을 뜨겁게 하기를 평소보다 칠 배나 뜨겁게 하라 하고 군대 중 용사 몇 사람에게 명령하여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를 결박하여 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 던지라 하니라'
칠 배나 뜨겁게 하라는 것은 화로의 온도를 최고치로 끌어 올리라는 말이다. 이제 상식적으로 다니엘의 친구들이 죽지 않을 방법은 모두 사라졌다. 반대로 생각하면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는 정말 죽을 각오를 했던 것이다.
이들이 마침내 풀무불에 던져졌다. 이제 작은 소동이 진정되었다고 모두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느부갓네살 왕의 눈에만 특이한 현상이 보여졌다. 등골이 서늘해지는(it gives you chills) 광경을 왕이 목격했다.
(단3:25) '왕이 또 말하여 이르되 내가 보니 결박되지 아니한 네 사람이 불 가운데로 다니는데 상하지도 아니하였고 그 넷째의 모양은 신들의 아들과 같도다 하고'
분명 불 속에서 발악하는 사람들이 보여야 하는데 이상하게 네 사람이 평온하게 불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광로 안에서 산책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세 사람과 신의 아들로 보여지는 넷째 사람을 왕이 직접 보게 된 것이다.
느부갓네살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풀무불 앞에 다가가서 다니엘의 친구들의 이름을 불렀는데 내 신하라고 하지 않고 하나님의 종들이라고 호칭하며 나오기를 구했다.
(단3:26) '느부갓네살이 맹렬히 타는 풀무불 아귀 가까이 가서 불러 이르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종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야 나와서 이리로 오라 하매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불 가운데에서 나온지라'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풀무불에 던져지기 전 같이 불에 탄 흔적이나 냄새는 없었다. 느부갓네살 왕은 이 일이 신(神)의 간섭이 없이는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단3:27) '총독과 지사와 행정관과 왕의 모사들이 모여 이 사람들을 본즉 불이 능히 그들의 몸을 해하지 못하였고 머리털도 그을리지 아니하였고 겉옷 빛도 변하지 아니하였고 불 탄 냄새도 없었더라'
느부갓네살은 비로소 하나님의 존재를 시인하며 자신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섬기는 신들은 모두 우상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느부갓네살은 바벨론 제국 안에서는 오직 하나님만 공경하도록 조서를 내린다.
(단3:29) '그러므로 내가 이제 조서를 내리노니 각 백성과 각 나라와 각 언어를 말하는 자가 모두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의 하나님께 경솔히 말하거든 그 몸을 쪼개고 그 집을 거름터로 삼을지니 이는 이같이 사람을 구원할 다른 신이 없음이니라 하더라'
바벨론 제국의 모든 백성들은 복음 전도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왕의 조서에 따라 하나님 섬기도록 명령 받았다. 당시는 왕의 말이 곧 법률이던 시대였다.
한 사람의 변화가 세상의 영적인 흐름을 뒤바꾸어 놓았다. 느부갓네살 왕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였으나 변화되어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게 된 것이다.
다니엘의 세 친구들 곧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자신들의 목숨을 내던짐으로써 느부갓네살 왕을 여호와 신앙의 길로 인도했다. 그리고 어찌보면 새신자 느부갓네살에 의해 바벨론 제국은 하나님을 신앙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transform)고 할 수 있다.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오늘 우리에게 내 신앙을 확고히 하는 것이 곧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