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아기 예수 탄생의 증인들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44] 아기 예수 탄생의 증인들 : 헤롯왕과 동방박사들과 목자들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을 때 당시 유대 왕은 헤롯(Herod)이었다. 헤롯 왕(B.C.37년~A.D.4년)은 헤롯 왕가의 창시자로 그 뒤를 이어 헤롯 아킬레오, 헤롯 빌립, 헤롯 안디바, 헤롯 아그립바가 통치했다.
헤롯 왕은 이두매(에돔) 출신이었다. 이런 이유로 유대인들은 이방 출신 헤롯왕을 좋아하지 않았다. 당시 팔레스타인은 로마 제국의 가장 변방에 있었기 때문에 로마 제국은 큰 이득이 없는 이 지역에 많은 군대를 주둔시키기 보다 본토 출신의 통치자를 세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당시 로마의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 헤롯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유대 분봉왕(tetrarch)으로 책봉된 헤롯은 40여년 가까이 통치했다. 로마는 분봉왕 헤롯을 신뢰하며 지지했다. 다스리기 까다로운 유대 민족을 큰 문제 없이 통치했기 때문이다.
이 헤롯왕 통치 기간에 예수님께서 유대 땅 베들레헴에서 출생하셨다.
(마2:1)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
동방박사는 그리스어로 '마고스(magos)'라는 단어로 메데, 바사 그리고 갈대아인 사이에서 천문학을 공부하던 성직자를 가르키는 말이다. 성경에 따르면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 탄생 이후에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마 2:11) '동방박사들이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니라'
동방박사들이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아기 예수는 마굿간이 아닌 마리아와 요셉의 집이나 혹은 숙소에 있었다. 그러므로 이는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의 출생 이후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후에야 베들레헴에 도착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고로 성탄절 관련 성화(聖畵,icon)에서 동방박사들이 마굿간에서 아기 예수께 세 가지 예물을 드리는 장면은 화가(artist)의 상상력일 뿐이다.
또한 마태복음 2:11에는 동방박사들이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예수는 갓 태어난 아기가 아닌 어린 아이였음을 말씀한다.
(마 2:16-18) '이에 헤롯이 박사들에게 속은 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 때를 기준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헤롯왕은 두 살부터 그 아래의 나이 또래 남자 아기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때 시간상의 기준은 '헤롯이 박사들에게 속은 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 때를 기준하여' 라고 명시되어 있다.
마태복음 2:7을 보면 헤롯이 박사들을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자세히 묻고 아기 예수의 나이를 계산했다고 한다. 동쪽에서 별이 나타난 시기에 아기 예수가 탄생했으므로 동방박사들의 계산에 따르면 아기 예수의 나이가 많게는 두 살이었을 것으로 추산했다(estimate)는 것이다.
이렇게 헤롯왕은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아기 예수의 첫 번째 대적자(adversary)가 되었다. 온 세상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인간 권력자의 도전이었던 것이다.
또한 누가복음이 전하는 아기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이렇다.
(눅2:1-7) '그 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 이 호적은 구레뇨가 수리아 총독이 되었을 때에 처음 한 것이라 모든 사람이 호적하러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매 요셉도 다윗의 집 족속이므로 갈릴리 나사렛 동네에서 유대를 향하여 베들레헴이라 하는 다윗의 동네로 그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하러 올라가니 마리아가 이미 잉태하였더라 거기 있을 그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첫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
요셉과 마리아는 갈릴리 땅 나사렛에 살고 있었고 이들은 아직 정식 부부가 아닌 약혼자 관계였는데 로마 황제의 명으로 호적을 등록하기 위해 남편될 요셉 집안, 곧 다윗 가문의 고향인 유대 땅 베들레헴으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인구 조사는 각 사람의 고향에서 실시되는 것이 관례였다. 이렇게 많은 불편을 감수하며 자기의 고향까지 가서 호적을 하는 것은
유대의 호적제도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고 베들레헴에 머무는 동안 출산을 하게 되었다. 아기 예수께서 출생하신 장소는 여관방이 아닌 마굿간이었다. 빈 방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셉은 만삭인 약혼녀 마리아를 나사렛 땅에 머물게 하지 않고 왜 150km 거리 쯤 되는 유대 베들레헴 땅까지 동행시켰을까? 산모에게 위험할 수도 있는 여정인데 말이다. 아마도 이것은 약혼녀 마리아가 갈릴리 사람들로부터 처녀가 임신했다며 비난 받거나 눈총(a glare)을 받는 것을 피하게 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마리아의 임신에 대해 성경은 성령으로 잉태했다고 말씀한다. 사람의 뜻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1:18)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
(눅1:30-31) '천사가 이르되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눅1:34-35)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페르시아 동방박사들 외에 아기 예수의 탄생을 고지받은(herald) 사람들이 또 있었으니 바로 베들레헴 인근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이다.
(눅2:8-12) '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 주의 사자가 곁에 서고 주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매 크게 무서워하는지라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더니'
목자들은 밤에 양을 지키는 중 천사의 방문을 받았다. 목자들에게는 무서운 경험이었다. 천사는 목자들에게 메시야의 탄생 소식을 전했다. 그럼 왜 하필 야간에 근무 중인 목자들이었을까?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건 주님만 아시는 문제이다.
다만 동방박사들과 목자들을 연계해(connect) 생각해 보면 흥미로운 추측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동방박사들은 요즘의 천문학자(astronomer)들이다. 하늘의 별을 보며 점을 치거나 미래를 예견하는(foresight) 사람들이다. 하늘의 뜻을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목자들은 낮에는 양떼를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여 꼴을 먹이고(provender), 밤에는 우리(cattle pen)에 양들을 불러들여서 사나운 들짐승들로부터 지키는 일을 한다. 밤에 목자와 양들을 둘러싼 것은 캄캄한 어둠 뿐이다. 그래서 목자들의 시선 또한 늘 밤 하늘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본래 사람은 하늘을 보며 살아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 동방박사들과 목자들은 당시 하늘을 가장 많이 바라본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이들은 단순히 밤 하늘의 별 구경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한 밤 중에 천사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목자들에게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전했다. 목자들은 메시아의 탄생 소식을 기뻐했다.
(눅2:15-17) '천사들이 떠나 하늘로 올라가니 목자가 서로 말하되 이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께서 우리에게 알리신 바 이 이루어진 일을 보자 하고 빨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인 아기를 찾아서 보고 천사가 자기들에게 이 아기에 대하여 말한 것을 전하니'
목자들은 아기 예수 탄생 소식을 듣고 양떼를 들에 버려둔 채 베들레헴으로 달려갔다. 누가 보내서 간 것이 아니다. 누가 불러서 간 것도 아니다. 깊은 밤 어둠을 헤치고 그들은 베들레헴에서 마굿간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아기 예수를 실제로 가장 먼저 알현한(謁見,audience ) 사람들이 되었다. 본래 복음은 이렇게 예수님과의 감격스러운 만남인 것이다. 그리고 성탄(聖誕,the Nativity)은 하나님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