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혈루증 여인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46] 혈루증 여인
혈루증은 다른 말로 불규칙적인 자궁출혈인데 혈루증의 원인을 현대 의학에서는 자궁근종이나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추정한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는 혈루증에 대한 치료 방법으로 마늘에 포도주를 섞어 먹였다고 한다. 또는 환자를 놀래키며 ‘너는 혈루에서 일어서라’고 외치기도 했다고 한다. 매우 비상식적인 치료 방법들이 난무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떤 여인이 혈루증으로 열두 해 동안 고생하다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예수님께 나아왔다. 이 여인의 이름과 신상 정보를 성경은 말씀하지 않는다. 여인은 열두 해 동안 유대사회에서 부정한 여인으로 낙인 찍혀 사회생활과 종교생활에 큰 제약(limitation)이 따랐을 것이다. 혈루증 때문에 삶의 모든 환경이 피폐(exhaustion)했다.
(막5:25-28)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아 온 한 여자가 있어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진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 예수의 소문을 듣고 무리 가운데 끼어 뒤로 와서 그의 옷에 손을 대니 이는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 생각함일러라'
열두 해 동안 하혈을 계속한 여인의 육체와 정신은 붕괴되었을 것이다. 많은 의사들을 찾아다녔으나 상태는 악화되었고 돈은 모두 허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여인은 어리석은 게 아니다. 여자답게 살기 위해, 아내와 엄마로서 보통의 여인들처럼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열두 해 이전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허비했던 것이다.
혈루증은 여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악한 질병이다. 요즘처럼 생리 패드(sanitary pad)를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이천 년 전의 상황이다. 그래서 이 여인이 많은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허비한 것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여인은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 12년을 허비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예수님이 가까운 곳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여인은 예수님을 만나면 치료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예수님은 의사가 아니지만 그분이라면 자신의 혈루 근원을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군중 속을 헤집고 들어와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댔다. 그순간 여인과 예수님은 동시에 치유를 감지했다(detect). 여인은 하혈이 멈췄고 예수님은 자기에게서 능력이 나갔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막5:29-30) '이에 그의 혈루 근원이 곧 마르매 병이 나은 줄을 몸에 깨달으니라 예수께서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곧 스스로 아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이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시니'
혈루병 여인은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고 난 뒤 인생이 새로워졌다. 다시 태어났다. 그럼 여인을 치료한 원인은 무엇일까? 간절함이다. 병을 앓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는 치유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그러나 혈루병 여인의 간절함은 간절함을 넘어선 용기이다. 낫기 위한 바램을 넘어 용기있는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로 봐서 혈루병을 비롯해 율법에서 격리를 명령하는 질병들은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공간적인 분리를 당했다. 율법이 정한 이 원칙을 파기하는 것은 돌에 맞을 일이다. 그런데 이 여인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군중들 가운데로 들어온 것이다.
요즘처럼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는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에 신분 노출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대단한 용기이다. 돌 맞아 죽을 각오로 군중속을 헤집고 들어와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진 것이다. 예수님께서 여인을 높게 평가하시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은혜는 용기있게 행할 때 크게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윗이 골리앗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믿음없이 보면 무모한 행동이다. 쓸데없이 똥폼(shit form)을 잡는 것이다. 골리앗은 오랜 세월 전장터를 누빈 명장이고 다윗은 전쟁 경험이 전무한(totally absent) 소년일 뿐이다.
(삼상17:4-7) '블레셋 사람들의 진영에서 싸움을 돋우는 자가 왔는데 그의 이름은 골리앗이요 가드 사람이라 그의 키는 여섯 규빗 한 뼘이요 머리에는 놋 투구를 썼고 몸에는 비늘 갑옷을 입었으니 그 갑옷의 무게가 놋 오천 세겔이며 그의 다리에는 놋 각반을 쳤고 어깨 사이에는 놋 단창을 메었으니 그 창 자루는 베틀 채 같고 창 날은 철 육백 세겔이며 방패 든 자가 앞서 행하더라'
만약에 도박사들(gamblers)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놓고 내기를 했다면 아마 다윗의 승리를 예측한 사람들은 제로 퍼센트였을 것이다. 골리앗의 승리가 점쳐졌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비등한(neck and neck) 대결이 아닌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운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골리앗의 참패이다. 골리앗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칼 한번, 창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이마에 조약돌이 꽂혀 죽고 말았다. 그렇다면 다윗의 승리의 비결은 무엇인가? 조약돌? 물매 던지는 실력? 죽일테면 죽여보라는 객기(客氣)? 아마도 내 생각에는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용기(courage)인 것 같다.
(삼상17:44-45) '그 블레셋 사람이 또 다윗에게 이르되 내게로 오라 내가 네 살을 공중의 새들과 들짐승들에게 주리라 하는지라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다윗의 결정은 단순했던 것 같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죽을 수도 있지만 하나님의 명예가 더럽혀진 것을 보았으니 결과를 떠나 싸워야 한다는 각오이다. 골리앗의 말처럼 자신이 공중의 새들과 들짐승의 밥이 된다 해도 하나님을 위해 싸우겠다는 결심이다. 이런 믿음의 용기 앞에 하나님의 간섭하심과 역사하심이 펼쳐지는 것이다.
골리앗의 이마에 박힌 것은 단순히 사람이 던진 조약돌이 아니다. 하나님이 쏘신 대포알(cannonball)이었다. 제 아무리 근육질을 자랑하던 골리앗도 이렇게 한 방에 끝이났다.
혈루증 여인이 고침받은 것은 믿음 때문이었다. 이것은 예수님의 평가이다.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9:21) '이는 제 마음에 그 겉옷만 만져도 구원을 받겠다 함이라'
(막5:34) '예수께서 이르시되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믿음은 있으나 소심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기적은 묻혀 버릴 수도 있다고 본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 요단강 물이 흘러내리는 상황에서 제사장들이 요단강 물을 밟고 섰을 때 흐르던 강물이 끊어지고 백성들이 요단강을 마른 땅처럼 건넜다.
(수3:15-16) '요단이 곡식 거두는 시기에는 항상 언덕에 넘치더라 궤를 멘 자들이 요단에 이르며 궤를 멘 제사장들의 발이 물 가에 잠기자 곧 위에서부터 흘러내리던 물이 그쳐서 사르단에 가까운 매우 멀리 있는 아담 성읍 변두리에 일어나 한 곳에 쌓이고 아라바의 바다 염해로 향하여 흘러가는 물은 온전히 끊어지매 백성이 여리고 앞으로 바로 건널새'
물론 물을 밟지 않고 가만히 기도만 하다가 물이 멈춘 상태에서 건너도 된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성경은 믿음에 용기가 더해졌을 때 얼마만큼 파괴력이 있는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혈루증 여인이 기도원에 들어가거나 혹은 골방에 들어가 응답이 임할 때까지 기도했어도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의원을 찾아 다닌 것도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 여인은 제약이 많은 상황임에도 예수님과 접촉하기 위해 군중 속을 헤치고 들어가 옷자락에 손을 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예수님은 이 여인이 자기 옷자락에 손을 대기까지 여인의 고뇌와 결단과 실천까지 한 눈에 보시고 칭찬하신 것이다. 그리고 혈루증 여인의 믿음과 용기를 볼 때 초대교회의 훌륭한 일꾼이 되었으리라고 믿는다. 교회는 이런 일꾼들에 의해 성장하는 것이다.
혈루증 여인은 오늘 고난 가운데 있는 성도들에게 간절히 권면하고자 할 것이다. 주저앉아 절망하지 말고 주님을 찾으라고, 그리고 웬만한 장애물 쯤은 뚫고 지나가라고 말하지 않을까?
예수님과의 접촉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스스로 걷어 내야 한다. 예수님께 접근만 하다가 끝나버리는 인생은 너무 허무하다. 혈루증 여인처럼 반드시 접촉되어야 한다. 예수님께 접촉되면 우리의 일상은 늘 기적일 것이다.
(골2:3) '그 안에는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추어져 있느니라'
(고전1:30) '너희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