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마태복음} 산책하기
[48] 바다 위를 걸으시다 (14:22-33)
벳새다 들녘에 광야의 기적이 있었다. 어린 아이의 작은 도시락 한 개로 남자만 오천 명이 배불리 먹었다. 여자와 아이들은 계수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열 두 광주리가 남았다. 이것은 수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일이다. 예수님은 도시락을 들어 축사하셨고, 모든 사람들은 그저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기적을 체험했다. 요즘 같으면 휴대폰으로 생중계를 했을 것이다. 이것은 마술사의 눈속임이 아니었으며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은 기적을 한 컷, 한 컷 눈과 마음에 저장했다.
기적의 현장에 있던 이들은 한동안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출애굽 백성들 앞에 하늘에서 만나가 내린 것과 같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장엄한 역사 앞에 사람들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확고해졌을 것이다. 하나님 한 분이면 충분하다고, 주님 한 분이면 충분하다고, 이제 주님의 길을 따라가겠다고 고백했을 것이다.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는 그 현장에 어둠이 내렸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돌려 보내고자 하셨다. 그러나 제자들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무리들을 배웅하셨다. 제자들은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 건너편 게네사렛 땅에 먼저 가서 쉴 것을 말씀하셨다. 이렇게 제자들을 먼저 숙소로 보내신 것은 기도하시기 위함이었다.
(14:23) '무리를 보내신 후에 기도하러 따로 산에 올라가시니라 저물매 거기 혼자 계시더니'
제자들은 열심히 노를 저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바다에 풍랑이 일어났다. 풍랑이 점점 거칠어지니 노 젓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어찌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본문에는 풍랑 때문에 고난을 당했다고 말씀한다.
(14:24) '배가 이미 육지에서 수 리나 떠나서 바람이 거스르므로 물결로 말미암아 고난을 당하더라'
제자들의 고난은 여러 시간 계속되었다. 무리들에게 저녁을 배식하고 그 무리들과 함께 흩어졌으니 적어도 여섯 시간 정도 바다 위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유대 사회에서는 밤을 사경으로 구분한다. 오후6시에서 9시까지를 일경, 9시부터 자정 12시까지를 이경,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를 삼경, 새벽3시부터 6시까지를 사경으로 나눈다.
예수님께서 밤 사경에 제자들이 허덕이고 있는 배로 걸어오셨다. 추측이지만 제자들이 이경부터 삼경까지 바다 위에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최소 여섯 시간이다. 예수님은 바다 위로 걸어서 제자들에게 오셨다. 제자들은 가장 어두운 사경에 누군가 물 위로 걸어오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한 마음으로 '유령이다' 라고 외친다. 제자들은 또 한번 주님 때문에 놀랐다. 오천 명을 먹이신 것도 놀라운데 이제는 바다 위로 걸어 다니시니 얼마나 놀랐을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14:27) '예수께서 즉시 이르시되 안심하라 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제자들 입장에서는 예수님이었기에 망정이지 진짜 유령이었다면 놀라서 소란떨다가 배가 뒤집혀 위태로울 뻔 했다. 두려움과 반가움이 교차되는 이 순간 베드로가 말한다.
(14:28-30)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 하니 오라 하시니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로 걸어서 예수께로 가되 바람을 보고 무서워 빠져 가는지라 소리 질러 이르되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 하니'
베드로는 매우 능동적인 성격이었던 것 같다. 예수님이 물 위를 걸으시니 나도 걸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베드로는 용감하게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갔다. 역시나 물에 빠지지 않았다. 조금씩 자신감을 얻어 예수님께로 걸어가는데 그만 풍랑과 물결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갑자기 소심해지고 말았다. 두려움이 몰려 오더니 발이 점점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래서 주님께 구원해 달라고 소리쳤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건져 주시면서 믿음을 지적하신다. (14:31-32) '예수께서 즉시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며 이르시되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하시고 배에 함께 오르매 바람이 그치는지라'
본문에 베드로의 믿음 없음과 예수님이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그쳤다는 내용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인간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존재이다. 그만큼 우리는 연약하다. 그러나 예수님이 내 인생의 배에 오르시면 인생의 파도는 곧 잠잠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인생의 바다에서 열심히 노를 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의 손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김석균목사님의 찬양 <주님 손잡고 일어서세요>의 가사 일부이다. 우리에게 이런 고백이 있어야 한다.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주님이 손잡고 계시잖아요 주님이 나와 함께 함을 믿는다면 어떤 역경도 이길 수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