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마태복음} 산책하기
[83]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26:31-35)
유월절 마지막 만찬을 마치고 예수님과 제자들은 감람산으로 갔다(26:30). 하나님께 마지막 기도를 드리시기 위함이었다. 어쩌면 살아 생전 제자들과의 마지막 모임을 위해서였다. 또한 제자들에게 당부할 말씀도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밤 제자들이 겪게 될 엄청난 혼란과 두려움을 염려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도 붙들어 주려 하심이었던 같다.
(26:31)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오늘 밤에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기록된 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의 떼가 흩어지리라 하였느니라'
예수님은 제자들을 비난하기 위해 이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니다. 제자들이 만나게 될 두려운 상황을 미리 알려 주심으로 그 상황이 지나가는 순간임을 알게 하려 함이었던 것 같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머릿속이 하얘졌을 것이다. 예수님이 체포되고 그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을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물 위를 걸으시는 분이시고, 오천 명을 먹이시는 분이시고, 죽은 자도 살리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제자들 가운데 아무도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예수님은 다시 살아난 후 갈릴리로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말씀하신다.
(26:32) '그러나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갈릴리는 예수님 사역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곳이다. 가버나움을 중심으로 벳새다 등 예수님 사역이 집중 되었던 곳이다. 그곳에서 다시 만날 것을 제안하신 것이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땀이 배인 동네이기 때문이다.
(마4:13-16) '나사렛을 떠나 스불론과 납달리 지경 해변에 있는 가버나움에 가서 사시니 이는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 일렀으되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과 요단 강 저편 해변 길과 이방의 갈릴리여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치었도다 하였느니라'
이때 베드로가 나서며 자신은 결코 주님을 떠나거나 배반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한다.
(26:33)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
대단히 멋있어 보이는 모습이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말하는 의리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키지 못했지만 그래도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제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데 수제자 베드로만이 주님의 안위를 책임지겠다고 장담하고 있는 것이다.
베드로가 좀 무식하고 성격이 급한 다혈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연약한 인간이기에 지키지 못할 다짐인 것을 아셨지만 그래도 예수님 마음은 따뜻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베드로는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제사장이 보낸 체포조에 의해 예수님이 체포되셨을 때 베드로 뿐만 아니라 모든 제자들은 극심한 공포에 붙잡혀 흩어지고 말았다. 베드로의 그 호기로운 다짐도 사라지고 없었다.
(26:35) '베드로가 이르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하고 모든 제자도 그와 같이 말하니라'
(눅22:33) '그가 말하되 주여 내가 주와 함께 옥에도, 죽는 데에도 가기를 각오하였나이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끌려 가실 때 먼 발치 뒤에서 숨어서 쫓아갔다. 다른 제자들은 모두 사라졌다. 종적을 감추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베드로는 대제사장집 뜰에서 심문 받으시는 주님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죄송함 때문에 가슴이 터질 듯 아팠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 집 여종들에 의해 발각 되어진다. 예수님과 한 통속이라고 다그치는 여종들 앞에서 베드로는 결국 예수님 말씀처럼 세 번을 부인하고 말았다.
(26:70-74) '베드로가 모든 사람 앞에서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노라 하며 앞문까지 나아가니 다른 여종이 그를 보고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되 이 사람은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 하매 베드로가 맹세하고 또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더라 조금 후에 곁에 섰던 사람들이 나아와 베드로에게 이르되 너도 진실로 그 도당이라 네 말소리가 너를 표명한다 하거늘 그가 저주하며 맹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니 곧 닭이 울더라'
대제사장집 여종들이 예수님과 베드로가 한 통속이라고 몰아붙이지 않았다면 베드로는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사람이 무너지는 것은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람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 말씀처럼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깨어 있어야 다가오는 시험을 대비할 수도, 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고로 우리는 주님을 위해, 주님의 나라를 위해, 나의 삶을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 베드로의 이 경험은 훗날 위대한 메시지를 남기게 한다.
(벧전5:8)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