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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산책 10. 오른편 뺨을 치거든 (마5:38-42)

문학n천국 2021. 11. 18. 16:04

김상용목사의 {마태복음} 산책하기

[10] 오른편 뺨을 치거든(5:38-42)

모세 율법에 '동해보복법'이 있다. 받은 대로 되갚아 주라는 법조항이다. 철저한 징벌적 조치이다.
(출21:23-25) '그러나 다른 해가 있으면 갚되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덴 것은 덴 것으로, 상하게 한 것은 상함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라'

이 동해보복법은 얼핏 보면 잔인한 보복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사실은 사랑과 용서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은 받은 것의 몇 배로 되갚아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복하더라도 받은 만큼만 보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보복이 지나쳐 또 다른 보복을 불러 일으키지 않기 위함이다.

또한 이 법은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한 만큼 자신도 괴로움을 받아야 함을 분명히 함으로써 죄를 억제하는데도 일조했을 것이다. 조금 억측이 될 수도 있지만 '약자 보호법'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고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 주며 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는 자와 십리를 동행하고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고 하신다.

과연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오른쪽 뺨을 맞았는데 웃으면서 왼쪽 뺨을 돌려대면 미친 사람 취급 당하지 않을까? 속옷 내놓으라 했는데 겉옷까지 벗어주면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까? 오리를 끌려가는데 십리까지 따라 가겠다고 하면 멍청이라고 하지 않을까?

예수님의 의중은 무엇일까? 왜 어리석어 보이는 모습을 실천하라고 하실까? 구약의 동해보복법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다면 예수님의 말씀은 무엇일까? 포악한 자의 폭력에 대항하지 말고 순순히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포악한 자가 놀랄만큼 선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인가? 확실한 것은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하는 불의와 폭력에 대해 방관하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가능한 해석은 무엇일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구걸하듯 살지 않고 계속 나누며 퍼주는 삶이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좋은 것을 공급하는 사람들이다. 영적으로, 육적으로 모든 좋은 것을 지속적으로 세상에 공급해 주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채움을 받는다.

오른편 뺨을 치는 사람은 무엇인가에 분노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왼편 뺨도 내주어서 그 분노를 삭여줄 수 있는 것이다. 속옷을 빼앗기 위해 거짓 고발하는 사람에게 겉옷까지 벗어줌으로써 그의 죄된 욕망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는 사람에겐 십리를 동행해 줌으로써 그에게 본질적인 평강을 얻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는 대신에 공급해 줌으로 그 또한 꾸어주는 삶을 꿈꾸게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이웃사랑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사랑의 행위로 많은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오른편 뺨을 때리는 사람에게 더 없이 밝은 얼굴로 왼편도 돌려대자. 속옷을 빼앗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벗어주는 여유를 갖자. 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는 자에게 즐거이 십리를 동행해 주자. 꾸고자 하는 자에게 기쁨으로 퍼주자. 예수님의 칭찬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