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기적을 말하다} 시리즈 30
[30] 바울이 독사에게 물리다 (행28:1-10)
바울의 로마행 선교여행이 시작되었다. 굳이 순서를 정하자면 4차 선교여행이 된다. 가이사랴에서 육로로 로마까지 가는 길은 많은 시간과 비용과 또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바울의 로마행은 알렉산드리아라는 큰 배를 타고 바다를 통과해 가는 여정이었다. 이 배에는 선원들과 상인들과 군인들과 죄수들까지 276명이 승선했다.
바울은 죄수의 신분이었다. 유대인들로부터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내용인즉 바울이 전한 예수와 부활 때문이다. 하지만 분봉왕 아그립바와 베스도 총독은 바울을 심문하고 그의 무죄를 확신했지만 바울이 황제에게 상소했기 때문에 로마로 호송하게 된 것이다.
때는 겨울이었기에 알렉산드리아 배의 선장은 뵈닉스 곧 그레데 항구에 가서 겨울을 보내고 다시 항해 길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사도 바울은 선장의 결정을 극구 반대했다. 바울은 지금 정박해 있는 미항에서 겨울을 보내자고 주장했다. 미항에서 뵈닉스까지 항해하다가 위험한 상황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뵈닉스는 유흥과 오락을 즐기기에 좋은 항구였다. 뱃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결국 배는 선장과 선주의 뜻대로 뵈닉스로 항해를 계속했다. 육신적인 만족을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알렉산드리아 배는 뵈닉스에 도착하기 전 바다 한복판에서 유라굴로라는 큰 태풍을 만나게 되었다.
이 유라굴로 태풍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달려 들었고 선원들은 목숨이 위태롭자 배의 모든 짐을 바다에 던지는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14일 동안 흑암과 폭풍 속에서 선원들은 사투를 벌였고 마침내 풍랑이 잠잠해지고 멜리데(Malta)섬에 도착하게 되었다. 14일의 사투를 벌인 모든 승선원들은 거의 녹초가 되어 있었다. 모두가 파김치 처럼 해변에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멜리데 섬 사람들은 호의적이었다. 276명이나 되는 조난 당한 사람들을 맞이해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행28:1-2) '우리가 구조된 후에 안즉 그 섬은 멜리데라 하더라 비가 오고 날이 차매 원주민들이 우리에게 특별한 동정을 하여 불을 피워 우리를 다 영접하더라'
날씨가 추웠고 몸까지 젖은 군인들과 선원들과 죄수들은 모두 모닥불 곁에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이때 바울이 나뭇가지 한 묶음을 가져다가 불에 넣었더니 불의 뜨거움으로 인해 그 안에 있던 독사가 나와 바울의 손을 물었다.
(행28:3) '바울이 나무 한 묶음을 거두어 불에 넣으니 뜨거움으로 말미암아 독사가 나와 그 손을 물고 있는지라'
바울이 독사에 물리자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죄수 바울에게 집중되었다. 배에 함께 탔던 사람들 뿐아니라 섬 사람들까지 이목을 집중했다. 그리고 섬 원주민들은 그들만의 문화적인 정서로 이 사건을 해석했다.
(행28:4) '원주민들이 이 짐승이 그 손에 매달려 있음을 보고 서로 말하되 진실로 이 사람은 살인한 자로다 바다에서는 구조를 받았으나 공의가 그를 살지 못하게 함이로다 하더니'
섬 원주민들의 생각에는 바울이 살인자이기에 하늘이 독사를 보내 그를 심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인과응보로 해석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흔한 실수이다. 반드시 원인이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틀렸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영적인 세계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욥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욥에게는 죄가 없었다. 욥은 흠이 없는 신앙인이었다. 그런데 한 날 한 시간에 열 명의 자식들이 죽었다. 갑자기 태풍이 불어와서 자식들이 잔치하는 집을 쳤고 열 명의 자식들 위에 집이 무너짐으로 모두 죽고 말았다.
(욥1:19) '거친 들에서 큰 바람이 와서 집 네 모퉁이를 치매 그 청년들 위에 무너지므로 그들이 죽었나이다 나만 홀로 피하였으므로 주인께 아뢰러 왔나이다 한지라'
그러나 욥은 도무지 말도 안되는 재앙을 겪으면서도 그의 신앙을 내팽개치지 않았다. 입술로 범죄하지 않았다.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가히 신앙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욥1:20-22) '욥이 일어나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밀고 땅에 엎드려 예배하며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 이 모든 일에 욥이 범죄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지 아니하니라'
바울이 나뭇가지를 불에 넣었을 때 독사가 나와 바울의 손을 물었다. 그러나 이것은 바울의 죄가 원인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능력을 많은 이방인들로 경험케 하기 위함이었다. 섬 원주민들의 해석이 틀린 것이다.
원주민들은 독사에 물린 바울이 금방 쓰러져 죽을줄 알았다. 그러나 오히려 바울은 독사를 불에 떨어뜨려 버렸다. 바울이 죽은 것이 아니라 뱀이 죽은 것이다. 그러자 이제 그들은 바울을 죄인이 아니라 신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행28:5-6)) '바울이 그 짐승을 불에 떨어 버리매 조금도 상함이 없더라 그들은 그가 붓든지 혹은 갑자기 쓰러져 죽을 줄로 기다렸다가 오래 기다려도 그에게 아무 이상이 없음을 보고 돌이켜 생각하여 말하되 그를 신이라 하더라'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바울은 추장 보블리오의 부친의 열병과 이질을 안수하여 치료해 주었다. 또한 멜리데 섬 가운데 있는 병자들을 모두 치료해 주었다. 이제 원주민들의 눈에는 바울이 죄인이 아닌 탁월한 치료자로 보여졌을 것이다.
(행28:8-9) '보블리오의 부친이 열병과 이질에 걸려 누워 있거늘 바울이 들어가서 기도하고 그에게 안수하여 낫게 하매 이러므로 섬 가운데 다른 병든 사람들이 와서 고침을 받고'
이 사건의 결말은 다시 로마로 항해할 수 있도록 물적 자원을 모두 보충 받았다고 말씀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다시 항해를 시작할 때 바다 위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이곳 멜리데에서 보충 받은 것이다.
(행28:10) '후한 예로 우리를 대접하고 떠날 때에 우리 쓸 것을 배에 실었더라'
고난과 환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나라는 점점 성장해 가는 것이다.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해도 자유하고, 거꾸러뜨림을 당해도 성장해 가는 것이 하나님의 나라인 것이다. 우리 개인의 삶에도 고난이 있지만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바울은 죄인의 신분이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켜 가고 있다. 오늘 우리 또한 날마다 하나님의 나라와 함께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고후4:8-9)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