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신앙에세이 {삶에 젖과 꿀이 흐르게 하라} 5
[5] 기생 라합이 하나님 편에 서다
여호수아 장군이 이끄는 이스라엘 군대가 요단강 동쪽 길갈에 진을 쳤다. 이제 요단강만 건너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이다. 그러나 반드시 여리고성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여리고성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가나안 땅을 밟을 수 없다. 여리고성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지난 40년의 고생이 허사가 되고 만다. 길갈에서 여리고성까지는 8km쯤이다.
여호수아는 길갈에서 모든 남자들에게 할례를 행한다. 광야생활 40년 기간은 행군을 계속하는 일정이었기에 할례를 행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 적진을 코 앞에 두고 모든 남자들이 당당하게 거시기에 붕대 감고 드러누운 것이다.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신앙적 행위였던 것이다.
그리고 아픈 남자들이 회복되자 여호수아는 여리고성을 공격할 채비를 한다.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에게 공격지침을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이스라엘의 작전은 완전 단순했다. 그냥 육일 동안은 여리고성을 침묵 가운데 한바퀴씩 돌고 들어와 잠을 자는 것이었다. 마지막 칠일 째는 일곱 바퀴를 돌고 다함께 함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외울 것도 없고, 받아 적을 것도 없는 작전이었다.
작전은 바로 실행되었다. 여호수아는 맨 앞 쪽에 무장한 군인들을 세우고, 다음으로 일곱 양각 나팔을 든 일곱 제사장들을 세우고, 다음으로 언약궤가 따르게 하고, 다음으로 후군을 세우고, 백성들이 그 뒤를 따르게 했다. 군사학에서 이런 작전은 얼토당토 않은 작전이라고 할 것이다. 너무 무모해 보이는 작전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의 방법이었다. 실제로 이스라엘 군대는 이대로 실행했고, 마지막 날 함성 소리에 여리고 성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폭탄을 설치해 건물을 해체하는 오늘날의 방법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수6:20-21) '이에 백성은 외치고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매 백성이 나팔 소리를 들을 때에 크게 소리 질러 외치니 성벽이 무너져 내린지라 백성이 각기 앞으로 나아가 그 성에 들어가서 그 성을 점령하고 그 성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온전히 바치되 남녀 노소와 소와 양과 나귀를 칼날로 멸하니라'
이스라엘의 작전, 아니 하나님의 작전은 완벽했다. 여리고성은 튼튼하기로 유명한데 맥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여리고성은 외벽과 내벽으로 두 겹이며, 외벽은 5m 정도 높이의 기초 성벽 위에 두께 2m, 높이 7m의 진흙 벽돌벽을 세웠다. 또한 지상으로부터 높이가 14m 정도 되는 둑 위에 다시 높이 솟아 오른 내성벽의 구조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다시말해, 난공불락의 성이었으며 양식만 풍부하다면 수년 동안 버틸 수 있는 성이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함성을 질렀더니 성벽이 무너졌다는 것에 대해 학자들은 지진을 말한다. 그렇게 견고한 성이 무너지려면 공명에 의한 지진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맞는 주장이라면 하나님께서 왜 함성을 지르라고 하셨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해 낸 것이다.
1940년 11 월7일 미국 워싱턴 타코마 해협에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신공법으로 건설된 타코마교 현수교가 산들바람에 무너졌다. 이 현수교가 건축됐을 때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며 극찬했다. 그리고 미국 현대 엔지니어링 기술의 자존심으로 건축된 다리였던 만큼 타코마교는 시속 190㎞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완공 3개월 만에 그것도 산들바람이나 다름없는 시속 70㎞의 바람에 거대한 철 구조물이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 타코마교가 무너진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당시 미국의 유명한 전문가들이 동원됐다. 그리고 규명된 원인은 강풍이 아니고 진동에 의한 공명이었다. 같은 주파수의 공명이 계속 반복되면 아무리 강한 물체라 해도 파괴될 수밖에 없는 위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리고성을 무너뜨리는데 공헌한 무명의 인물이 있다. 바로 여리고성의 기생 라합이다. 학자들은 라합이 단순한 창녀가 아니었을거라 말한다. 왜냐하면 여호수아 2장에 보면 싯딤에서 두 정탐꾼이 여리고성으로 파송되었는데 이들이 머문 곳이 라합의 집이었기 때문이다. 성매매만 하는 곳이었다면 정탐꾼이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합은 성매매를 하는 여관의 주인이었을 거라고 주장한다.
(수2:1)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싯딤에서 두 사람을 정탐꾼으로 보내며 이르되 가서 그 땅과 여리고를 엿보라 하매 그들이 가서 라합이라 하는 기생의 집에 들어가 거기서 유숙하더니'
정탐꾼들은 이곳에서 라합의 도움으로 여리고성에 대해 파악하고 본진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라합의 집에 정탐꾼들이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여리고 정보 당국이 그 집을 급습했다는 사실이다. 여리고 성도 그만큼 눈에 불을 켜고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2:3) '여리고 왕이 라합에게 사람을 보내어 이르되 네게로 와서 네 집에 들어간 그 사람들을 끌어내라 그들은 이 온 땅을 정탐하러 왔느니라'
하지만 라합도 재빠르게 정탐꾼들을 숨겼다. 그리고 그들이 무사히 복귀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수2:6) '그가 이미 그들을 이끌고 지붕에 올라가서 그 지붕에 벌여 놓은 삼대에 숨겼더라'
(수2:15) '라합이 그들을 창문에서 줄로 달아 내리니 그의 집이 성벽 위에 있으므로 그가 성벽 위에 거주하였음이라'
그럼, 라합은 왜 조국을 배신하고 이스라엘 편에 섰을까? 라합은 여리고 당국의 입장에서는 매국노일 수 밖에 없다. 뭐 보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겠지만 성경의 해석은 라합이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구원받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한다.
(수2:10-12) '이는 너희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너희 앞에서 홍해 물을 마르게 하신 일과 너희가 요단 저쪽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에게 행한 일 곧 그들을 전멸시킨 일을 우리가 들었음이니라 우리가 듣자 곧 마음이 녹았고 너희로 말미암아 사람이 정신을 잃었나니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위로는 하늘에서도 아래로는 땅에서도 하나님이시니라 그러므로 이제 청하노니 내가 너희를 선대하였은즉 너희도 내 아버지의 집을 선대하도록 여호와의 이름으로 내게 맹세하고 내게 증표를 내라'
라합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분은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하나님이시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라합은 여리고성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더라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지 라합은 하나님 편에 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이기를 좋아한다. 무슨 무슨 연합회를 만들고 싶어 한다. 모여서 세력을 키우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라합처럼 되어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사거리로 몰려갈지라도 우리는 조용히 하나님을 묵상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길을 묻고 그 길로 걸어가야 한다. 라합처럼 말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하나님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