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신앙에세이 {삶에 젖과 꿀이 흐르게 하라} 13
[13] 사자가 천사를 만났을 때
영원할 것 같던 바벨론 제국도 벨사살 왕을 마지막으로 패망하게 된다. 이 바벨론 제국을 멸망시킨 나라는 메대와 바사 연합국이었다. 두 나라가 연합하여 바벨론을 무너뜨린 후 바벨론 지역을 다스린 사람이 다리오 왕이었다. 다리오는 62세였다(단5:31). 아마 유능한 지도자였던 것 같다. 이 다리오 왕은 메대와 바사 연합국이 페르시아 제국으로 거듭날 때 고레스 왕에게 통치권을 위임하고 물러나게 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첫번째 왕인 고레스가 왕위에 등극하자마자 유대인들을 바벨론 포로에서 해방시켜 주게 된다. 다시말해 다리오 왕은 과도기에 있던 페르시아 제국의 출발을 이끈 왕이었다. 다리오 왕은 전국을 120개 지역으로 나누어 고관들로 다스리게 했다. 그리고 이들 위에 총리 셋을 세워 감독하게 했다. 다니엘은 세 명의 총리 가운데 수석 총리가 되었다.
하지만 다니엘은 유대인이라는 출신 성분 때문에 정적(政敵)이 많았다. 유대인 포로 출신이 왕 다음 가는 자리에 있으니 질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리오 왕은 다니엘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다.
정적들은 다니엘을 제거하기 위한 정치적 모의를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엘의 뒷조사를 했다. 하지만 흠이 없었다. 요즘 말로 다니엘은 비리(非理)가 없는 깨끗한 정치인이었다. 정적들은 고심 끝에 다니엘의 신앙을 이용해 제거하고자 했다.
그들은 다리오 왕께 나아가 앞으로 30일 동안은 왕 외에 다른 어떤 신에게 간구하는 것도 불가한 것으로 공표하자고 건의했다. 그리고 이 명령을 위반하면 사자굴에 던지자고 했다. 사실 왕에게는 손해될 일이 아니었기에 다리오는 반대할 수 없었다. 이 사정을 모르는 왕은 신하들의 뜻대로 공표하라며 어인을 찍어 주었다. 하지만 다니엘은 이 일을 알고도 늘 하던 대로 집에 돌아가 예루살렘을 향하여 문을 열어 놓고 하루 세번 씩 하나님께 기도했다.
다니엘은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정적들은 왕께 보고했다. 다니엘이 매일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께 감사한다며 보고했다. 그리고 다니엘을 사자굴에 던져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리오 왕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자기가 가장 신임하는 신하를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공표한 일이기에 무를 수가 없었다.
결국 다니엘은 끌려왔고 사자굴에 던져졌다. 배고픈 사자들에게 던져졌으니 살아날 가망은 없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사자들은 다니엘을 건드리지 않았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텐데도 다니엘을 건드리지 않았다. 사자들이 입맛이 없을리 만무한대도 다니엘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사자들의 일생에 가장 입맛이 없는 밤이었다.
다니엘의 정적들은 그날 밤 축하연을 열었을 것이다. 눈에 가시같은 다니엘이 죽었다고 생각하니 술 맛이 꿀 맛이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다니엘이 살아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 시간 다리오 왕은 다니엘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금식하며 오락을 즐기지 않았다. 다니엘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괴로워 했다.
어느덧 새벽이 밝아 올 때 다리오 왕은 사자굴로 뛰어 갔다. 그리고 기적을 바라며 굴을 향해 다니엘의 이름을 불렀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차분하고 안정된 톤으로 다니엘이 왕에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왕은 다니엘을 꺼내도록 명령했다. 다니엘을 꺼내보니 사자들이 핥은 자국도 이빨로 깨문 자국도 없었다.
다리오 왕은 다니엘의 무죄함을 알고 그를 고소한 관원들과 가족들을 끌어 오게 했다. 그리고 그들을 사자굴에 던지게 했다. 간 밤에 입맛이 없어 아무 것도 먹지 않았던 사자들은 입맛이 살아났는지 굴 속에 던져진 사람들을 뼈까지 부숴뜨렸다. 이런 일을 인과응보(因果應報)라 하던가? 통쾌한 결말이다.
우리는 다니엘이 사자굴 속에서 다리오 왕에게 했던 고백과 사건의 결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6:22-23) '나의 하나님이 이미 그의 천사를 보내어 사자들의 입을 봉하셨으므로 사자들이 나를 상해하지 못하였사오니 이는 나의 무죄함이 그 앞에 명백함이오며 또 왕이여 나는 왕에게도 해를 끼치지 아니하였나이다 하니라 왕이 심히 기뻐서 명하여 다니엘을 굴에서 올리라 하매 그들이 다니엘을 굴에서 올린즉 그의 몸이 조금도 상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그가 자기의 하나님을 믿음이었더라'
다니엘이 하나님을 믿었기에 보호 받았다고 성경은 말씀한다. 다시말해 다니엘은 하나님께서 자기 삶의 위기에 개입하실 것을 굳게 믿었던 것이다.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의 삶에도 개입하고 계신다. 이 사실을 우리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다. 하지만 다니엘이 하나님을 믿었다는 것은 존재적 확신이 아니다. 하나님이 자기를 늘 사랑으로 돌보신다는 확신이다. 로마서는 이런 개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롬8:38-39)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하나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을 방해할 것은 세상에 없다. 심지어 악한 권세도 하나님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하나님의 사랑은 인생이 아무 문제도 없이, 위기도 없이 살게 하는데 있지 않다. 하나님의 사랑은 동행이라는 가치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우리와 동행하며 함께 즐거워 하고, 함께 호흡하고, 같은 목적을 위해 동역하는 것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부어주시는 것이다.
다니엘은 엄밀히 유대인 포로였다. 하지만 다니엘에게는 환경이 나빠졌다고 원망하거나 자포자기 하거나 반항적인 모습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하나님의 사랑은 여전하다고 믿었던 것 같다. 사자굴에서의 다니엘의 담대한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도 그런 믿음을 소유하기를 사모해야 하겠다.
다니엘은 자기가 사자의 밥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셔서 사자들의 입을 틀어 막으셨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자와 천사의 싸움,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하나님의 천사 앞에서 사자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입맛도 싹 없어졌다. 사자들은 천사가 두려웠을 것이다.
다니엘을 죽이려던 사람들은 사자를 준비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다니엘을 위해 천사를 준비하셨다.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자. 세상은 하나님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하나님의 품 안에 있다. 다니엘처럼 믿음으로 승리하자.
(사41:10-13)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보라 네게 노하던 자들이 수치와 욕을 당할 것이요 너와 다투는 자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될 것이며 멸망할 것이라 네가 찾아도 너와 싸우던 자들을 만나지 못할 것이요 너를 치는 자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허무한 것 같이 되리니 이는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 오른손을 붙들고 네게 이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하실 것임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