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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쳇바퀴 인생 38년'

문학n천국 2022. 4. 15. 01:03

김상용목사의 신앙에세이 {삶에 젖과 꿀이 흐르게 하라} 31

[31] 쳇바퀴 인생 38년

이스라엘은 출애굽 후 홍해를 건너고 광야를 지나 가나안 땅 입구인 가데스 바네아에 도착했다. 애굽에서 가데스 바네아까지는 이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마 하나님께서도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꺼내 가나안 약속의 땅에 이르기까지 이만큼의 기간을 염두에 두셨던 것 같다. 이 기간은 어린 아이들과 여자들과 노인들의 행보를 고려하여 최대한 느슨하게 행군했을 때 소요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기간을 좀 더 들여다 보면 출애굽하여 호렙산까지 소요된 시간은 두 달 여 남짓이었다. 그리고 이 호렙산에서 일년 가까이 머물렀다. 백성들은 이곳에서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을 받았다. 그리고 성막을 만들었다. 다시말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학습 받았던 기간이었다. 일종의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 호렙산에서 가데스 바네아까지는 열 하룻 길이었다. 이것은 지리적인 거리상 소요되는 기간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이들과 노인들의 행보를 고려하여 약 십 개월이 소요되었다. 결과적으로 출애굽 후 약 이년 만에 가나안 땅 입구에 도착해 장막을 치게 된 것이다.

(신1:2) '호렙 산에서 세일 산을 지나 가데스 바네아까지 열 하룻길이었더라'

그런데 이곳 가데스 바네아에서 곧장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길을 돌려 광야생활 38년을 다시 시작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가나안 땅에 정탐꾼을 파송한 사건이다. 일명 집단 불평 사건이었다.

가데스 바네아에 이르자 모세는 백성들을 독려(督勵, encouragement)했다. 이제 마지막 한 번의 공격만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신1:21)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 앞에 두셨은즉 너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르신 대로 올라가서 차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주저하지 말라 한즉'

그러나 백성들은 가나안 땅 정탐을 먼저 요구했다. 지형을 살펴보고, 토질이 어떠한지, 어떤 민족들이 거주하고 있는지 파악한 후 들어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것은 얼핏 보면 대단히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제동을 거는 행위였다.

(민13:17-20) '모세가 가나안 땅을 정탐하러 그들을 보내며 이르되 너희는 네겝 길로 행하여 산지로 올라가서 그 땅이 어떠한지 정탐하라 곧 그 땅 거민이 강한지 약한지 많은지 적은지와 그들이 사는 땅이 좋은지 나쁜지와 사는 성읍이 진영인지 산성인지와 토지가 비옥한지 메마른지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를 탐지하라 담대하라 또 그 땅의 실과를 가져오라 하니 그 때는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이었더라'

백성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모세는 각 지파별로 한 명씩 모두 열 두 명을 정탐 보냈다. 이들은 사십 일 동안 가나안 땅 사방을 정탐했다. 그리고 진에 복귀하면서 에스골 골짜기에서 포도송이를 베어 가지고 왔고 석류와 무화과를 가지고 왔다.

(민13:23) '또 에스골 골짜기에 이르러 거기서 포도송이가 달린 가지를 베어 둘이 막대기에 꿰어 메고 또 석류와 무화과를 따니라'

열두 명의 정탐꾼들의 가나안 땅에 대한 최종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땅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민13:27) '모세에게 말하여 이르되 당신이 우리를 보낸 땅에 간즉 과연 그 땅에 젖과 꿀이 흐르는데 이것은 그 땅의 과일이니이다'

그러나 거인족인 아낙자손을 그곳에서 보았다며 모세에게 계획의 수정을 요구했다. 그 계획이란 게 애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들은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여론몰이를 시작한 것이다. 아낙자손을 본 그들은 자기들을 메뚜기에 비유하며 가나안 땅 정복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신1:26-27) '그러나 너희가 올라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거역하여 장막 중에서 원망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를 미워하시므로 아모리 족속의 손에 넘겨 멸하시려고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셨도다'

열 명의 정탐꾼들은 가나안 땅이 마치 이스라엘의 무덤이 될 것처럼 불평을 쏟아냈다. 그들의 말에 온 백성들의 마음이 녹아 내렸다. 결국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자는 방향으로 민심이 폭발하게 되었다.
(민14:4) '이에 서로 말하되 우리가 한 지휘관을 세우고 애굽으로 돌아가자 하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언약을 믿지 못하고 불평하며 불순종하는 백성들에게 진노하셨고 장막을 거두어 다시 길을 돌려 광야로 들어가게 하셨다. 그리고 38년을 광야에서 방황하게 하셨다. 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가나안 땅을 밟지 못하게 하셨다.

(민14:28-30) '그들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내 삶을 두고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 너희 시체가 이 광야에 엎드러질 것이라 너희 중에서 이십 세 이상으로서 계수된 자 곧 나를 원망한 자 전부가 여분네의 아들 갈렙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 외에는 내가 맹세하여 너희에게 살게 하리라 한 땅에 결단코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러나 이십 세 이하와 갈렙과 여호수아에게는 가나안 입성을 허락하셨다. 이십 세 이하는 판단력이 부족한 세대들이었고 이들은 불평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렙과 여호수아는 끝까지 하나님의 언약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신1:36,38) '오직 여분네의 아들 갈렙은 온전히 여호와께 순종하였은즉 그는 그것을 볼 것이요 그가 밟은 땅을 내가 그와 그의 자손에게 주리라 하시고.....네 앞에 서 있는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그리로 들어갈 것이니 너는 그를 담대하게 하라 그가 이스라엘에게 그 땅을 기업으로 차지하게 하리라'

결국 이 사건은 전진하는 삶과 후퇴하는 삶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장정의 수가 육십 만명이었는데 거의 모두가 가나안 입성에서 탈락했고 갈렙과 여호수아 두 사람만 입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씀을 쫓아가는 삶은 좁은 길인 것이다.

(마7:13-14)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결국 그저 열심히 산다고 전진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라고 꼭 좋은 길은 아닌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불순종으로 38년의 세월을 후퇴하고 말았다. 이렇게 전진하지 못하고 38년을 쳇바퀴 돌듯이 살아간다면 무슨 의미일까?

우리가 전진하는 인생이 되길 소원한다면 갈렙과 여호수아에게서 그 비결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은 다수가 옳다고 여기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것이 하나님의 약속과 상충(相沖)되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견으로 하나님의 뜻을 수정하려는 그들의 음모(plot)에 동참하지도 않았다. 처음에도, 마지막에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신앙의 중심을 잡고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대다수의 의견에 홀로 반기(revolt)를 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라면 그것이 승리의 비결인 것이다. 그런 믿음이라야 가나안 축복의 땅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