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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삭개오(Zacchaeus)의 복'

문학n천국 2022. 4. 22. 02:20

김상용목사의 신앙에세이 {삶에 젖과 꿀이 흐르게 하라} 34

[34] 삭개오(Zacchaeus)의 복

여리고성은 가나안 정복전쟁 당시 이스라엘의 우렁찬 함성소리에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여호수아는 무너진 폐허 위에서 훗날 이 여리고성을 재건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수6:26) '여호수아가 그 때에 맹세하게 하여 이르되 누구든지 일어나서 이 여리고 성을 건축하는 자는 여호와 앞에서 저주를 받을 것이라 그 기초를 쌓을 때에 그의 맏아들을 잃을 것이요 그 문을 세울 때에 그의 막내아들을 잃으리라 하였더라'

그런데 500년 쯤 흘러 북이스라엘 아합왕 때 여리고성을 재건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벧엘 사람 히엘에 의해서이다. 물론 당시 통치자인 아합왕의 승인하에 재건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500년 만에 성은 재건되었지만, 500년 전 하나님의 저주의 말씀 또한 성취되었다.

(왕상16:34) '그 시대에 벧엘 사람 히엘이 여리고를 건축하였는데 그가 그 터를 쌓을 때에 맏아들 아비람을 잃었고 그 성문을 세울 때에 막내 아들 스굽을 잃었으니 여호와께서 눈의 아들 여호수아를 통하여 하신 말씀과 같이 되었더라'

그러다가 다시 850 여년의 세월이 흘러 신약시대가 열릴 무렵 여리고는 헤롯대왕에 의해 다시 재건되었다. 오늘날의 도시 재개발 같은 것이었다. 여리고는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비옥한 땅으로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꿀이 많이 생산되었고, 큰 종려나무 숲이 있고, 대추야자 열매가 많이 생산되었다.

또한 온화한 기후로 왕족들이 휴양지로 자주 찾았던 곳이다. 수영장, 정원, 목욕탕, 경마장, 극장을 갖춘 거대한 겨울 궁전이 여리고에 있었고 이스라엘 북부 주요 해안도시와 남쪽 애굽을 이어주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막대한 재물이 모이는 도시였다. 그래서 성서학자 바클레이에 의하면 여리고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도시였다고 한다.

어느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시는 길에 이곳 여리고에 들르셨다. 예수님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목적은 사람이었는데 그는 삭개오(Zacchaeus)였다. 삭개오는 세리장이었다. 오늘날의 세무서장이다. 예수님이 여리고에 오셨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온 동네에 퍼졌다. 예수님은 선지자로서 당시에 가장 핫(hot)한 인물이셨기 때문이다.

삭개오도 예수님을 보기 위해 군중들 틈에 끼어 있었다. 하지만 삭개오에게는 키가 작다는 신체적인 컴플렉스(complex)가 있었다. 그래서 삭개오는 더 높은 위치에서 예수님을 보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고 돌무화과나무 위에 올라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삭개오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도 못했다.

그리고 잠시후 예수님께서 군중을 헤집고 오셔서 무화과나무를 올려다 보시며 삭개오의 이름을 부르셨다. 삭개오의 생각이 일시멈춤(pause)되었다. 유명한 선지자께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삭개오의 무너진 자존감도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눅19:5) '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사 쳐다 보시고 이르시되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하시니'

삭개오는 예수님께서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여리고 도심을 통과해 지나가실 줄 알았다. 그래서 먼 발치에서 얼굴을 뵙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삭개오의 집에서 하룻 밤을 유숙하겠다고 하셨다.

삭개오는 즐거워하며 예수님을 집으로 모셨다. 그런데 예수님을 구경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전혀 즐거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망스런 표정이 역력(歷歷)했다. 예수님이 죄인의 집에 들어가셨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시에 세리들은 세금을 거두어 로마에 바치는 일을 했기에 매국노처럼 사람들로부터 따돌림 받았다. 그리고 유대인들의 혈세를 착복(着服, appropriate)하는 일이 빈번했기에 죄인으로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하필 예수님께서 세리의 집에 들어가시니 수군거리게 된 것이다. 아마도 예수님에 대해 부정적인 언사가 많았을 것이다.

(눅19:7) '뭇 사람이 보고 수군거려 이르되 저가 죄인의 집에 유하러 들어갔도다 하더라'

그러나 반면 삭개오의 집은 잔치집 분위기가 되었다. 선지자로 혹은 그리스도로 호칭되시는 분께서 자기 집에 오셨기 때문이다. 삭개오는 감사함으로 예수님께 헌신을 결단한다.

(눅19:8) '삭개오가 서서 주께 여짜오되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

삭개오는 예수님께 자신은 강도가 아니며, 매국노도 아니며, 가난한 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직한 사람임을 고백한다. 어느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던 진실을 예수님께 고백한 것이다. 사실 삭개오는 그의 신앙이나 삶이 저평가(under-valued) 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가 삭개오를 죄인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가장 큰 선물인 구원을 삭개오에게 허락하셨다.
(눅19:9) '예수께서 이르시되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오직 예수님만 삭개오의 삶을 인정해 주셨다. 그리고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칭하신 것은 삭개오에게 천국을 약속해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예수님께서 삭개오를 찾아 주신 것은 오늘 우리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음을 보여 주시는 것이다. 예수님의 여리고 방문 목적이 삭개오였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예수님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삭개오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혼잡한 길을 선택하신 것이다. 군중들을 뚫고 찾아오신 것이다.

예수님은 어디든 찾아오신다. 무화과나무 위에 숨어 있어도 다 아신다. 예수님 앞에 장애물은 없다. 하나님의 은혜를 방해할 수 있는 존재도 없다. 에디오피아 내시가 예루살렘에 와서 예배 드리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 이미 광야 길로 들어선 내시에게 주님께서는 빌립을 보내셔서 복음을 듣게 하시고 세례를 받게 하셨다.

(행8:26-28) '주의 사자가 빌립에게 말하여 이르되 일어나서 남쪽으로 향하여 예루살렘에서 가사로 내려가는 길까지 가라 하니 그 길은 광야라 일어나 가서 보니 에디오피아 사람 곧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관리인 내시가 예배하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돌아가는데 수레를 타고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읽더라'

삭개오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예수님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이름을 선전한 것이 아니다. 본래 삭개오는 여리고에 살던 무명의 세무 공무원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의 방문을 받은 후 삭개오는 지금까지 유명한 그리스도인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우리에게도 삭개오의 복이 임하길 소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