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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나의 연약함과 동행하라(accompany)'

문학n천국 2022. 4. 27. 17:35

김상용목사의 신앙에세이 {삶에 젖과 꿀이 흐르게 하라} 37

[37] 나의 연약함과 동행하라(accompany)

성경에 하늘은 삼층 구조로 묘사되어 있다. 첫째 하늘은 새들이 날아다니고 구름이 흘러가는 대기권 하늘, 곧 'sky'이고, 둘째 하늘은 해와 달과 별들이 있는 우주의 하늘, 곧 'space' 이다. 셋째 하늘은 천국이 있는 하늘, 곧 'heaven'이다.

(왕상8:27) '하나님이 참으로 땅에 거하시리이까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주를 용납하지 못하겠거든 하물며 내가 건축한 이 성전이오리이까'

성경의 인물들 가운데 셋째 하늘인 삼층천(三層天, third heaven), 곧 천국에 다녀왔다고 고백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사도 바울이다. 고후 12:2절에 바울은 14년 전 경험이라며 조심스레 기록을 남겼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체험을 자랑하기 위해 온 동네를 다니며 나팔을 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울은 14년 동안 혼자 간직하고 있다가 고린도 교회에 편지를 보내며 뒤늦게 고백했다.

(고후12:2)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한 사람을 아노니 그는 십사 년 전에 셋째 하늘에 이끌려 간 자라 (그가 몸 안에 있었는지 몸 밖에 있었는지 나는 모르거니와 하나님은 아시느니라)'

바울이 삼층천을 언제 경험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학자들 가운데는 1차 전도 여행 중에 루스드라에서 군중들에게 돌에 맞아 거의 죽을 뻔 했을 때, 일시적으로 사망한 것처럼 보여졌을 때 였을거라고 말한다.

(행14:19) '유대인들이 안디옥과 이고니온에서 와서 무리를 충동하니 그들이 돌로 바울을 쳐서 죽은 줄로 알고 시외로 끌어 내치니라'

바울이 14년 동안 이 천국 체험을 자랑하지 않고 묻어 두었던 이유는 그때 주님으로부터 여러 계시를 받았는데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고후12:4) '그가 낙원으로 이끌려 가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을 들었으니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

사도 바울이 체험한 천국은 너무 신비했고, 주님의 계시의 말씀은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웠기에 14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육체의 가시를 주셔서 교만하지 못하게 하셨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고후12:7)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수시로 찾아오는 육체의 고통은 과시하고픈 마음을 통제해 주었을 것이다. 이 육체의 가시에 대해 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간질(癎疾,뇌전증)이고, 다른 하나는 안질(眼疾,결막염)로 인한 두통이다. 복음을 전하다 거품을 물고 쓰러져 몸을 비틀게 되는 간질 때문에 교만하지 않을 수 있었고, 다메섹 도상에서 너무 밝은 빛을 본 후로 시력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겸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아무튼 사도바울이 끝까지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육체의 가시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제동장치가 없는 자동차는 폭주하기 마련이다. 육체의 가시는 매우 불편하고, 때로는 부끄러움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완주할 수 있었다는 고백인 것이다.

그러나 사도바울도 연약한 인간인지라 이 육체의 가시를 떨쳐내기 위해 하나님께 세 번 작정기도를 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응답은 단호한 거절이었다.
(고후12:8-9) '이것이 내게서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내가 세 번 주께 간구하였더니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하나님의 응답은 '지금 그대로 만족하라' 였다. 지금 괴로워도, 지금 고통스럽고 창피해도 만족하라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바울은 이 응답을 받고 오히려 기뻐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고후12:10)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약할 때 강하다는 것은 논리 파괴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약함이 드러날수록 하나님의 강력한 역사가 나타난다는 반증(反證)이다.

그런고로 우리 삶에 그리스도의 능력이 머물게 하기 위한 비결은 나의 연약함을 자랑하는 것이다. 나의 능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업적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주님 앞에 스스로 작아지는 것이다. 주님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고 진심으로 믿고 고백하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티끌 같은 존재로 고백했다.
(창18:27) '아브라함이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티끌이나 재와 같사오나 감히 주께 아뢰나이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겸비(兼備)한 모습을 보시고 그를 친구로 삼아주셨다.
(약2:23) '이에 성경에 이른 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이것을 의로 여기셨다는 말씀이 이루어졌고 그는 하나님의 벗이라 칭함을 받았나니'

그런고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 안에 머물게 하는 비결은 나의 연약함을 자랑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어주시는 은혜 가운데 교만하도록 하기 위해 주시는 은혜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행을 배워야 하겠다. 사람과의 동행, 하나님과의 동행 뿐만아니라 내 삶의 연약함과 동행하기로 마음 먹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연약함을 떨쳐 버리고 가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수 없다면 감사함으로 동행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사도바울은 능력의 사도이지만 내 은혜가 족하다는 하나님의 응답 이후 간질과 안질과 동행하는 삶을 선택했다. 더 이상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기쁨으로 견디며 사역을 수행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모습이다.

바울은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편지하면서 포도주를 쓰라고 권면했다. 아마 디모데에게 위장 장애, 소화 장애가 있었던 것 같다.
(딤전5:23)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위장과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는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

디모데의 위장 장애를 당시 에베소에서 마시던 알카리 물 때문으로 판단한 바울은 디모데에게 물과 함께 포도주를 조금 사용함으로써 알카리의 해로운 영향을 중화시키라고 충고했던 것 같다. 고대 희랍의 의학 관련 문헌에도 위장 장애에 쓰이는 포도주는 취하게 만들지 않는 종류의 포도주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디모데는 스승이자 영적인 아버지인 바울처럼 건강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다. 바울은 디모데를 찾아가  치유해 주는 대신 포도주를 사용함으로써 그 연약함과 동행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 감사드리자. 혹 내 안에 어떤 연약함이 아직 남아 있더라도 감사드리자. 위대한 믿음의 선배들처럼 우리의 연약함과 즐거이 동행(accompany)하자. 그리스도의 능력이 우리에게 항상 머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