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신앙에세이 {삶에 젖과 꿀이 흐르게 하라} 41
[41] 신앙을 고집하라
남유다가 멸망하는 과정에 유대인들은 네 번에 걸쳐서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 갔다. 첫 번째는 B.C.605년에 다니엘을 포함한 왕족들과 귀족 계급이 포로로 끌려갔다. 두 번째는 B.C.597년에 여호야긴 왕을 포함한 일반 백성들과 모든 방백들과 군사 일만 명 외에 많은 기술자들이 끌려갔다. 세 번째는 B.C. 586년에 예루살렘성이 함락되면서 시드기야 왕을 포함한 백성들이다. 네 번째는 B.C. 581년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왕의 시위대장인 느부사라단이 마지막으로 유대 땅에 남아 있던 이들을 사로잡아 갔다. 이렇게 해서 다윗 왕국 곧 유대의 역사는 끝이 났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선교를 위한 반전을 예비해 놓으셨다. 유다의 왕족과 귀족의 자손들 가운데서 몇 사람을 느부갓네살왕에게 발탁되게 하신 것이다.
(단1:3-4) '왕이 환관장 아스부나스에게 말하여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왕족과 귀족 몇 사람 곧 흠이 없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모든 지혜를 통찰하며 지식에 통달하며 학문에 익숙하여 왕궁에 설 만한 소년을 데려오게 하였고 그들에게 갈대아 사람의 학문과 언어를 가르치게 하였고'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는 이렇게 느부갓네살왕에게 발탁되어 삼년 동안 바벨론식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느부갓네살왕의 입장에서는 식민지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교육을 마친 다니엘은 느부갓네살왕의 어려운 꿈을 하나님의 지혜로 해석해 줌으로 총리에 지명되고 세 친구들은 지방 장관들로 임명받았다. 포로로 잡혀 온 사람들이 요직에 앉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니엘과 세 친구가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 온 지 16년이 되었다. 느부갓네살왕의 즉위 18년이다. 이 무렵 느부갓네살왕은 과거 자신이 꿈에서 보았던 큰 신상을 세우고자 했다. 바벨론과 자신의 이름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단2:31-33) '왕이여 왕이 한 큰 신상을 보셨나이다 그 신상이 왕의 앞에 섰는데 크고 광채가 매우 찬란하며 그 모양이 심히 두려우니 그 우상의 머리는 순금이요 가슴과 두 팔은 은이요 배와 넓적다리는 놋이요 그 종아리는 쇠요 그 발은 얼마는 쇠요 얼마는 진흙이었나이다'
느부갓네살은 꿈에서 보았던 큰 신상을 세우고 낙성식(落成式)을 하고자 했다. 70인역 성경에는 이때가 느부갓네살 18년, 곧 B.C. 585년 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느부갓네살은 그의 숙원 사업이었던 금 신상을 바벨론 두라평지에 세웠다. 높이는 육십 규빗 곧, 27m쯤이고 너비는 여섯 규빗 곧, 2.7m쯤이었다. 그리고 바벨론의 모든 관리들을 불러 낙성식을 진행하고자 했다. 유대인 다니엘과 세 친구들도 관리였기에 당연히 호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은 이 사건에서 언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당시 개인 신상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니엘의 세 친구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낙성식(落成式)에 참석했다.
마침내 왕의 명령이 선포되었다. 나팔 등 악기소리가 울려 퍼지면 모두 금 신상에게 절을 하라는 명령이었다.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았다.
(단3:5-6) '너희는 나팔과 피리와 수금과 삼현금과 양금과 생황과 및 모든 악기 소리를 들을 때에 엎드리어 느부갓네살 왕이 세운 금 신상에게 절하라 누구든지 엎드려 절하지 아니하는 자는 즉시 맹렬히 타는 풀무불에 던져 넣으리라 하였더라'
여기까지는 왕의 계획대로 순조로웠다. 하지만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여호와 신앙으로 인해 금 신상에게 절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엎드려 절할 때 세 사람은 뻣뻣하게 서서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금 신상을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이들은 다른 관료들에 의해 왕에게 고발을 당했다.
(단3:12) '이제 몇 유다 사람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왕이 세워 바벨론 지방을 다스리게 하신 자이거늘 왕이여 이 사람들이 왕을 높이지 아니하며 왕의 신들을 섬기지 아니하며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 아니하나이다'
이미 왕의 경고가 있었던터라 이 세 사람을 풀무불에 던져넣으면 수습될 일이었다. 하지만 느부갓네살은 이들에게 다시 기회를 줄터이니 금 신상에게 절을 하라고 명령했다. 아마도 왕이 스스로 말을 번복하면서까지 기회를 주는 것으로 볼 때 이 세 사람은 왕의 입장에서 버리기에 아까운 인재들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 이 세 사람도 물러서지 않았다. 여호와 신앙을 포기할바엔 차라리 풀무불에 던져지기를 원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신앙을 배반하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던 것이다.
(단3:17-18) '왕이여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
느부갓네살왕도 더 이상 자비를 베풀 수는 없었다. 이 세 사람때문에 낙성식 분위기가 흐트러졌고 왕의 체면 또한 구겨졌기 때문이다. 왕은 마침내 세 사람을 풀무불에 던지게 했다. 그런데 얘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풀무불 속에 던져진 세 사람이 잠시 후 네 사람이 되어 불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하나님의 아들의 형상이었다.
(단3:25) '왕이 또 말하여 이르되 내가 보니 결박되지 아니한 네 사람이 불 가운데로 다니는데 상하지도 아니하였고 그 넷째의 모양은 신들의 아들과 같도다 하고'
이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진 느부갓네살왕은 풀무불 가까이 나아가 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세 사람이 조금도 그을리거나 상하지 않고 불 속에서 걸어 나왔다. 죽여도 죽지 않는 사람들, 태워도 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느부갓네살은 여호와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단3:28-30) '느부갓네살이 말하여 이르되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의 하나님을 찬송할지로다 그가 그의 천사를 보내사 자기를 의뢰하고 그들의 몸을 바쳐 왕의 명령을 거역하고 그 하나님 밖에는 다른 신을 섬기지 아니하며 그에게 절하지 아니한 종들을 구원하셨도다 그러므로 내가 이제 조서를 내리노니 각 백성과 각 나라와 각 언어를 말하는 자가 모두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의 하나님께 경솔히 말하거든 그 몸을 쪼개고 그 집을 거름터로 삼을지니 이는 이같이 사람을 구원할 다른 신이 없음이니라 하더라 왕이 드디어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를 바벨론 지방에서 더욱 높이니라'
바벨론은 우상을 섬기는 민족이었다. 그런데 마르둑(Marduk), 벨로스(Belos), 바알(Baal), 아스다롯(Ashtoreth)을 섬기던 이곳에서 여호와 신앙이 승인을 받고 기독교 신앙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게 된 것이다. 이것은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 이 세 사람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앙 고집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느부갓네살왕의 명령에 의해 바벨론 제국에 선교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유다의 멸망이 바벨론 선교의 첫 단추가 되었다고 하면 너무 억지스러울까? 아무튼 우상을 섬기던 세계 최강 바벨론은 다니엘의 세 친구들의 순교적인 신앙 앞에 빗장이 열리게 되었던 것이다.
무력(武力)으로는 신앙을 갖게 할 수 없다. 강압적인 태도로는 영혼을 변화시킬 수도 없다. 영혼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하나님 앞에 나를 온전히 내려놓을 때에 가능한 것이다. 다니엘의 세 친구들은 '그리 아니하실찌라도' 라며 자신들의 모든 기대를 다 내려놓고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믿음이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와같은 믿음의 고백 위에서 예나 지금이나 역사를 행하시는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