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 위대한 왕, 정신병자가 되다
김상용목사의 신앙에세이
{골리앗, 노 프라블럼(Goliath, no problem)}
(부제 : 세상 앞에서 주눅 들지 않기)
[10] 위대한 왕, 정신병자가 되다
신바벨론 제국의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 왕은 B.C.604-562년 까지 42년 동안 신바벨론 제국을 통치했다. 당시 신바벨론 제국을 고대 근동의 실질적인 패권(hegemony) 국가로 부상시킨 결정적인 사건은 B.C.605년 애굽과 바벨론 제국 사이에 근동 지역의 패권을 놓고 싸웠던 갈그미스(Garchemish) 전투였다.
구약 시대에 근동 지역은 오늘날의 중동 지역으로 최초의 문명이 탄생한 지역이다. 고대에 유럽 사람들은 지중해를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지중해의 동쪽을 Near East (근동)이라고 불렀다.
이 갈그미스 전투에서 바벨론이 승리함으로 바벨론은 당시 근동 지역의 절대 강자가 되었다.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사람이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다. 하지만 갈그미스 전투 당시 느부갓네살은 황태자였고 다음 해 B.C. 604년에 아버지 나보폴라살 왕이 죽자 왕위에 등극하게 된다.
느부갓네살은 그의 부인 아미티스(Amytis)를 위해 고향 메대에 ‘공중정원’(Hanging Garden)을 지었는데 이것은 오늘날까지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느부갓네살은 구바벨론의 함무라비 이후 바벨론의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힌다.
바벨론 제국은 구바벨론과 신바벨론으로 구분되는데 구바벨론은 B.C.1,830~1,530년까지 삼백 년 동안 지속되었고, 신바벨론은 B.C. 626~539년까지 채 백 년도 채우지 못하고 페르시아에 멸망한다. 우리가 읽는 구약성경의 바벨론은 신바벨론을 가리킨다. 느부갓네살은 신바벨론의 두번 째 왕이다.
느부갓네살 왕은 유대인 포로 청년 다니엘과 세 친구, 곧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를 발굴하여 그들을 요직에 앉힌다. 그러나 다니엘의 세 친구는 느부갓네살 왕이 세운 금신상에 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무불(furnace, 용광로)에 던져진다. 풀무불의 내부 온도는 1,000 ºC 가량이다. 그러나 다니엘의 친구들은 불무불 가운데서 죽지 않았다. 하나님의 아들이 임하셔서 불꽃 가운데서 그들을 지켜 주셨기 때문이다.
(단3:23) '이 세 사람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결박된 채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 떨어졌더라'
(단3:25.27) '왕이 또 말하여 이르되 내가 보니 결박되지 아니한 네 사람이 불 가운데로 다니는데 상하지도 아니하였고 그 넷째의 모양은 신들의 아들과 같도다 하고...총독과 지사와 행정관과 왕의 모사들이 모여 이 사람들을 본즉 불이 능히 그들의 몸을 해하지 못하였고 머리털도 그을리지 아니하였고 겉옷 빛도 변하지 아니하였고 불 탄 냄새도 없었더라'
다니엘의 세 친구들을 보호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한 느부갓네살 왕은 하나님을 찬양한다. 여호와 하나님만이 참 신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바벨론 제국 안에서 하나님만을 높이게 한다.
(단3:28-29) '느부갓네살이 말하여 이르되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의 하나님을 찬송할지로다 그가 그의 천사를 보내사 자기를 의뢰하고 그들의 몸을 바쳐 왕의 명령을 거역하고 그 하나님 밖에는 다른 신을 섬기지 아니하며 그에게 절하지 아니한 종들을 구원하셨도다 그러므로 내가 이제 조서를 내리노니 각 백성과 각 나라와 각 언어를 말하는 자가 모두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의 하나님께 경솔히 말하거든 그 몸을 쪼개고 그 집을 거름터로 삼을지니 이는 이같이 사람을 구원할 다른 신이 없음이니라 하더라'
그러나 느부갓네살의 이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본래 우상에 심취했던 사람인지라 어느새 하나님을 잊고 살아간다. 그때 하나님께서 느부갓네살 왕에게 꿈을 주신다. 그 꿈인즉 느부갓네살이 칠 년 동안 들짐승처럼 살아가게 되는 꿈이었다. 다니엘이 왕에게 그 꿈의 해석을 주었지만 느부갓네살은 여전히 교만했다. 그래서 열 두 달 후, 곧 일 년 후 꿈의 해석대로 느부갓네살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난다.
(단4:29-33) '열두 달이 지난 후에 내가 바벨론 왕궁 지붕에서 거닐새 나 왕이 말하여 이르되 이 큰 바벨론은 내가 능력과 권세로 건설하여 나의 도성으로 삼고 이것으로 내 위엄의 영광을 나타낸 것이 아니냐 하였더니 이 말이 아직도 나 왕의 입에 있을 때에 하늘에서 소리가 내려 이르되 느부갓네살 왕아 네게 말하노니 나라의 왕위가 네게서 떠났느니라 네가 사람에게서 쫓겨나서 들짐승과 함께 살면서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요 이와 같이 일곱 때를 지내서 지극히 높으신 이가 사람의 나라를 다스리시며 자기의 뜻대로 그것을 누구에게든지 주시는 줄을 알기까지 이르리라 하더라 바로 그 때에 이 일이 나 느부갓네살에게 응하므로 내가 사람에게 쫓겨나서 소처럼 풀을 먹으며 몸이 하늘 이슬에 젖고 머리털이 독수리 털과 같이 자랐고 손톱은 새 발톱과 같이 되었더라'
느부갓네살이 왕의 자리에서 쫓겨난 원인은 갑자기 미치광이 정신병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칠 년 동안 들에서 짐승처럼 지냈다. 이것은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다. 칠 년이 지난 후 느부갓네살의 정신은 회복되었고 왕의 자리로 복귀한다.
(단4:36) '그 때에 내 총명이 내게로 돌아왔고 또 내 나라의 영광에 대하여도 내 위엄과 광명이 내게로 돌아왔고 또 나의 모사들과 관원들이 내게 찾아오니 내가 내 나라에서 다시 세움을 받고 또 지극한 위세가 내게 더하였느니라'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느부갓네살의 증상은 수화망상(獸化妄想), 즉 라이캔트라피(lycanthropy)로 결론 지어졌다. 이것은 그리스어로 늑대(lykos)라는 뜻인데 인간(anthropos)이 늑대가 된 것처럼, 자신이 마치 동물인 것처럼 착각하는 질병이라고 한다. 그래서 들판으로 뛰쳐 나갔다는 것이다. 그냥 한마디로 미친 것이다.
아마도 느부갓네살이 사라진 칠 년 동안 그의 아들 에윌므로닥(Evil-Merodach)이 통치했을거라 생각한다. 공식적으로 에윌므로닥은 B.C.562~560년으로 재위기간이 매우 짧았지만 부친 느부갓네살의 칠 년 공석을 메꿨을 것이라 가정하면 통치기간은 십 여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MBN 교양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 에 출연한 자연인들은 대개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집이나 움막 혹은 텐트를 쳐놓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자연 속 생활이다. 그러나 TV 속 자연인들은 느부갓네살 왕에 비하면 고급스런 삶을 사는 것이다.
느부갓네살은 그냥 짐승처럼 살았다. 소처럼 풀을 먹으며 몸이 하늘 이슬에 젖고 머리털이 독수리 털과 같이 자랐고 손톱은 새 발톱과 같이 되었다. 이게 사람일까 싶을 만큼 짐승처럼 살았다. 하루나 이틀이나 일 년이 아닌 칠 년을 그렇게 살았다. 화려한 왕궁의 보좌에 앉아 천하를 호령하던 사람이 가장 비참한 꼴이 된 것이다. 이유는 하나다. 하나님의 존재를 알면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음에도 교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임을 그는 알지 못했다.
(잠16:18-19)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겸손한 자와 함께 하여 마음을 낮추는 것이 교만한 자와 함께 하여 탈취물을 나누는 것보다 나으니라'
그렇다고 하나님께서 느부갓네살에게서 모든 은혜를 거두신 것은 아니다. 칠 년을 짐승처럼 살았던 사람이 어느날 정신이 돌아와 왕궁에 돌아왔을 때 그의 본래의 자리를 회복하게 하셨기 때문이다. 짐승의 몰골을 한 사람을 다시 대제국의 왕으로 신하들이 받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하나님의 은혜가 없었다면 조용히 쥐도 새도 모르게 정적들에 의해 제거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고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느부갓네살이 짐승처럼 살 수 밖에 없었던 지난 칠 년을 저주라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저주라고 여겼다면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은 요원했을(faraway) 것이다. 그러나 느부갓네살은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하나님께 소망을 두었다. 그랬더니 정신병이 떠나고 총명이 돌아왔다고 고백한다.
(단4:34) '그 기한이 차매 나 느부갓네살이 하늘을 우러러 보았더니 내 총명이 다시 내게로 돌아온지라 이에 내가 지극히 높으신 이에게 감사하며 영생하시는 이를 찬양하고 경배하였나니 그 권세는 영원한 권세요 그 나라는 대대에 이르리로다'
느부갓네살은 그가 겪은 고난을 통해 나름 그의 신학을 정립하는데 그 요지는 하나님은 진실하시고 의로우시며 선택한 자를 버리지 않으시며 때론 낮추셔서 온전한 믿음의 사람이 되게 하신다는 것이다.
(단4:37) '그러므로 지금 나 느부갓네살은 하늘의 왕을 찬양하며 칭송하며 경배하노니 그의 일이 다 진실하고 그의 행하심이 의로우시므로 교만하게 행하는 자를 그가 능히 낮추심이라'
성경 인물 가운데 가장 다이내믹한(dynamic) 삶을 살았던 사람 가운데 하나가 모세이다. 모세는 노예의 아들로 태어나 석 달 만에 애굽 왕자의 신분으로 널뛰기를 했고 사십 년만에 왕자의 지위를 박탈 당해 광야로 쫓겨간 도망자 신세가 되었고 나이 팔십에 출애굽 지도자로서 애굽왕 앞에 당당히 섰다. 요즘 말로 하나님께서 확실하게 신분 세탁을 해 주셨다. 광야 40년의 고난은 애굽 왕 앞에 하나님의 사자로 당당히 서기 위한 과정이었다. 또한 모세의 고난은 위대한 지도자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Rite of Passage)였다.
천하를 통일한 느부갓네살왕이었지만 하나님이 치시니 한순간에 정신병자가 되었고 왕궁에서 뛰쳐 나가 들짐승이 모이는 곳으로 달려갔다. 하나님 앞에 교만하면 이렇듯 결말이 끔찍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해야 한다'(Let God be God). 이것이 인간의 의무이다. 우리의 살 길이다.
결국 하나님께 붙들려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인생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위태로운 것은 없다고 본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의 길이 어찌 평탄할까?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분께 맡기는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은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이끌어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