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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 솔로몬에게 듣는 인생 사용 설명서

문학n천국 2023. 3. 8. 09:02

김상용목사의 <잠언서> 에세이
{ 솔로몬에게 듣는 인생 사용 설명서 }

[1]  하나님을 신앙하라

솔로몬은 3천 년 전에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B.C.990~930). 우리가 아는 그의 닉네임(nickname)은 지혜의 왕이다. 솔로몬은 이 타이틀(title)을 한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솔로몬은 20세에 아버지 다윗왕에 이어 이스라엘 제 3대 왕에 등극해 40년을 통치했다.

그가 지혜의 왕이 된 것은 독서량(reading volume)이 많아서가 아니다. 당시만 해도 종이(paper)나 인쇄 기술이 발명되지 않았기에 독서량이 많아서 지혜의 사람이 되었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솔로몬 이전에는 파피루스(Papyrus)라는 식물을 압착(pressing)해 종이 대용(代用)으로 사용했었다. 종이는 솔로몬이 죽은 후 천 년이 지나서 중국 후한 시대 때 환관이었던 채륜(蔡倫)에 의해 발명되었다.

지금은 인터넷 검색만 잘 해도 무식쟁이(ignorant person)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엔진도 없었고 기초적인 자료조차 구할 수 없었다. 기록할 종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식을 구할 어떤 자료도 없던 그 시대에 지혜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어 지금까지 빼앗기지 않는 것을 보면 솔로몬의 지혜의 출처(source)가 다른 곳에 있다는 반증(反證)이다.

솔로몬의 지혜의 출처에 대한 해답은 성경에 있다. 솔로몬의 지혜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었다. 온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지혜이다. 이 하나님의 지혜 때문에 솔로몬의 판단은 한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오늘날에도 훌륭한 판결을 기념할 때 솔로몬의 판결이라고 지칭한다.

(왕상3:9,12)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네 앞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었거니와 네 뒤에도 너와 같은 자가 일어남이 없으리라'

어느날 두 여인이 솔로몬에게 판결을 받으러 왔다. 그들의 품에는 한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서로 자기 아들이라고 주장했다. 사연인즉 이 여인들은 창녀인데 함께 살고 있었고, 사흘 간격으로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이 여인들이 잠을 자는 동안 생후 며칠도 안 된 아들 하나가 창녀에게 깔려 질식해 숨지고 말았다. 실수로 자기 아들을 숨지게 한 여인은 곧 다른 창녀의 아들과 바꿔치기 했다. 아침에 보니 아들 하나가 죽어 있었다. 오직 바꿔치기 한 여인만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증거도 없는 상황이기에 솔로몬은 칼을 가져오게 한 후 아이를 둘로 나누어 여인들에게 주라고 판결한다. 그러자 진짜 생모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다른 여인에게 아이를 주기를 청한다. 아이를 죽이지 말라고 청한다. 그러나 다른 여인은 아이를 둘로 나누자고 한다.

솔로몬은 아들을 포기한 여인이 생모(生母)라고 판단한다. 모정(母情)을 통해 생모(生母)를 확인한 판결이다. 이 사건의 유일한 증인은 바로 모정(母情, maternal love)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솔로몬의 지혜를 설명해 주는 하나의 단적인 예(例)가 되었다.

솔로몬의 지혜는 실로 방대(尨大)한 규모였다. 박사 논문 수천 편에 달할 만큼 방대한 지혜였다.

(왕상4:32-33) '그가 잠언 삼천 가지를 말하였고 그의 노래는 천다섯 편이며 그가 또 초목에 대하여 말하되 레바논의 백향목으로부터 담에 나는 우슬초까지 하고 그가 또 짐승과 새와 기어다니는 것과 물고기에 대하여 말한지라'

뭐 하나 부족함이 없던 사람, 타고난 금수저(silver spoon), 전무후무(前無後無)한 복을 받은 솔로몬 왕이 노년에 인생을 돌아보며 인생 후배들에게 던지는 첫 마디는 '인생 참 헛되다' 이다. 물론 배부른 소리 한다고 비판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솔로몬은 자신의 명예에 흠집이 나더라도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생 그거 별거 아니다. 그러니 인생들이여, 당신의 방향을 수정하라' 는 의미이다.

(전1:1-2)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그럼, 인생 헛되지 않게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님을 신앙(信仰)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대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헛되지 않은 인생을 살기 위한 길이 하나님께 있다는 것이다.

솔로몬은 헛되다는 표현을 다섯 번 사용하여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표현력의 한계에 부딪힌 것일까? 아닐 것이다. 인생의 헛됨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결과이다. 누구나 늙음과 함께 깨닫게 되는 사실이 인생 헛됨인 것이다.

아스팔트로 도배된 도심 한복판에서는 쉽게 볼 수 없지만 산행(山行) 중 잠시 쉬다 보면 작은 개미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입에 물고 줄을 지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걸 보고 있으면 때론 개미들이 짠해 보이기도 한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렇게 열심히 입에 물고 다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일개미는 보통 7개월에서 1년을 산다고 한다. 여왕개미는 최대 5년까지 산다고 한다. 일개미들은 겨우 몇 달 밖에 못살면서 날마다 불도저(bulldozer) 처럼 입에 자기 머리보다 더 큰 것을 물고 다니는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 개미의 삶이 참 덧없어 보인다. 물론 개미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보실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개미처럼 열심히 일을 하지만 그들에게는 소망이 없다. 그저 사는 것이다. 때 되면 밥 먹고 자고 일하는 것이다. 길어 봐야 백 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것도 인생의 노년은 병마(disease)와 싸우며 지내기 일쑤다. 인생의 시간의 30%를 약에 의지하고 병(病)과 동고동락(同苦同樂) 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고 우리 가족들이 처한 현실이다.

혹은 뭔가 의미있는 삶을 찾아 이것 저것 들쑤셔 보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똑똑하다고 인생을 잘 사는 건 아닌 것 같다. 노숙자들 가운데 고(高)학력자들이 꽤 있다. 심지어는 유학파도 있다. 그들도 한 때는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껴 집을 떠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 위해 지하철 통로나 다리 밑으로 은신처(hideout)를 옮기는 것이다. 그들은 뉴스로 도배된 신문지 위에 드러눕고 그 신문지를 덮고 잔다. 운이 좋으면 라면 박스(box)를 덮고 잔다.

솔로몬이 살았던 시대는 오늘날처럼 복잡한  삶이 아니었다. 단순한 삶, 곧 심플 라이프(simple life)를 사는 시대였다. 솔로몬은 다리 밑이 아닌 왕궁에서 호화로이 살았다. 삶의 회의감 같은 것은 전혀 모를 것 같은 환경이다. 그런데 마치 아는 것처럼 허무 개그(?)를 하고 있다. 이것은 부자가 가난한 자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노숙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배부른 소리이다.

그럼 솔로몬이 인생은 헛되다며 비난받을 각오로 이렇게 선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로몬의 삶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고 본다. 솔로몬은 재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빌 게이츠도 울고 갈 재력가였다. 거기다 부인(wife)은 무려 천 명이나 되었다. 요즘 아이들의 표현으로 허걱~이다.

(왕상10:21-23) '솔로몬 왕이 마시는 그릇은 다 금이요 레바논 나무 궁의 그릇들도 다 정금이라 은 기물이 없으니 솔로몬의 시대에 은을 귀히 여기지 아니함은 왕이 바다에 다시스 배들을 두어 히람의 배와 함께 있게 하고 그 다시스 배로 삼 년에 한 번씩 금과 은과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을 실어 왔음이더라 솔로몬 왕의 재산과 지혜가 세상의 그 어느 왕보다 큰지라'

(왕상11:3) '왕은 후궁이 칠백 명이요 첩이 삼백 명이라 그의 여인들이 왕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였더라'

솔로몬은 천 명의 아내들을 거느리고 살았지만 그리 행복하지는 못했을거라 짐작한다. 대부분의 혼인이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강행한 정략결혼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 백 명의 아내들은 자기들이 섬기던 이방신들을 이스라엘 땅에 들여와 섬김으로 솔로몬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떠나게 했다.

(왕상11:4) '솔로몬의 나이가 많을 때에 그의 여인들이 그의 마음을 돌려 다른 신들을 따르게 하였으므로 왕의 마음이 그의 아버지 다윗의 마음과 같지 아니하여 그의 하나님 여호와 앞에 온전하지 못하였으니'

솔로몬의 배교에는 아내들의 역할이 있었다. 아내들은 이스라엘 땅을 거짓 신들의 제단으로 만들어 버렸다. 솔로몬을 타락하게 한 주된 원인은 아내들이었다. 솔로몬의 시작은 좋았지만 마지막은 불신앙과 불행으로 점철(點綴)되었다. 그리하여 솔로몬이 죽자 이스라엘은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쪼개지고 만다.

(왕상11:11)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말씀하시되....네가 내 언약과 내가 네게 명령한 법도를 지키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반드시 이 나라를 네게서 빼앗아 네 신하에게 주리라'

천 명의 아내들이 솔로몬을 천 배 더 행복하게 했다면 솔로몬의 인생에 대한 생각은 달라졌을 것이다. 사람을 더 의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들은 정반대의 상황을 경험하게 했다. 솔로몬은 풍요속의 빈곤처럼 천 명의 아내들이 있었지만 영적으로 외로움에 묻혀 지냈을거라 생각한다.

결국 솔로몬은 노년이 되어서 인생의 성패(成敗)는 사람들로부터 말미암지 않음을 깨달았다. 자기가 하나님을 배반하고 하나님을 떠남으로 인생이 혼돈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신앙이었다면 수백 명의 이방 여인들과 정략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영혼이 곤핍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고로 하나님을 신앙(belief)하는 것은 단순히 종교생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신앙은 우리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길로, 인생 복락(福樂,delight)의 길로 안내하는 선물인 것이다. 인생을 의미있게 살고자 한다면 더 나아가 영원한 천국을 소망한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신앙(belief)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