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잠언서> 에세이
{ 솔로몬에게 듣는.. 인생 사용 설명서 }
[19] 자기 일에 능숙해져라
(잠언 22:29) '네가 자기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보았느냐 이러한 사람은 왕 앞에 설 것이요 천한 자 앞에 서지 아니하리라'
'Do you see someone skilled in their work? They will serve before kings; they will not serve before officials of low rank'
20세기 현대미술을 말할 때 꼭 언급되는 인물이 있는데 피카소(Pablo Picasso)이다. 미술에 문외한(outsider)인 사람도 그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천재 화가이다. 피카소는 91세에 사망하기까지 1만 3,500여 점의 그림과 700여 점의 조각품을 창작했다. 그리고 인쇄물과 판화까지 합하면 3만 여점이나 된다. 그는 평생에 거의 매일 작품 하나씩 창작해 낸 셈이다. 그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였고, 우리의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자주 대면했던 인물이다.
피카소의 유명한 일화 가운데 6세 때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의 <시녀들>이라는 작품을 보고 매일 이 그림을 똑같이 따라서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76세가 되어서도 시녀들(Las Meninas)을 따라서 그렸다. 그는 <시녀들> 전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일부를 떼어 그리기도 했다.
피카소의 그림은 천재성에 의해 생겨난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수 년간의 노력과 탐구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피카소는 <시녀들>을 여러 번 베껴 그리며 결국 자신의 그림을 만든 것이다. 수 년간 <시녀들>을 베끼면서 피카소는 원작자 벨라스케스의 영감(inspiration)을 훔치고, 자신의 그림 안에 그 영감을 녹여냈던 것이다.
피카소는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라는 말을 남겼다. 아마도 이 말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 사람이 처음에 일을 배울 때에는 잘하는 사람을 따라 하다가 능숙해지면 모방(imitation)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내게 되는 것이다.
오늘 우리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 모방할 대상 곧, 롤모델(Role model)을 찾아내야 한다. 롤모델이 있으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 한다. 성취 동기와 삶의 목적이 분명해져 왜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알기 때문이다. 백 번의 다짐보다 롤모델을 찾는 것이 더 빠른 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 자신도 자기 일에 능숙한 사람 곧,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 또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배울 것이라곤 정말 눈 씻고 봐도 없는 그런 인생이 되어선 안된다.
사도바울이 위대한 사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고 죽은 스데반(Stephen) 안수집사 때문이라고 하면 억지일까? 스데반은 바울에 의해 순교당한 사람이다. 그는 기독교 교회의 최초의 순교자이다. 세상적인 안목으로는 바울이 승자이고 스데반은 패자이다. 돌에 맞아 죽은 스데반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도행전 7:58-60) '성 밖으로 내치고 돌로 칠새 증인들이 옷을 벗어 사울(바울)이라 하는 청년의 발 앞에 두니라 그들이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무릎을 꿇고 크게 불러 이르되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이 말을 하고 자니라'
하지만 스데반은 바울에게 집채만(house-sized) 한 의문점을 던져 주고 갔다. 도대체 무엇이 스데반을 죽음 앞에서 의연하게 하는가? 예수는 누구이기에 한 사람을 죽음 앞에서도 담대하게 하는가? 등의 의문이다. 바울은 이 의문을 풀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메섹으로 가는 길 위에서 직접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바울 또한 스데반과 같은 방향으로 인생경로를 수정하게 된다. 스데반은 살아서는 예루살렘 교회의 중직자로서 사명을 다했고 죽어서는 바울에게 참 생명의 길을 제시해 주고 간 것이다.
요즘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이라는 카피(Copy)가 유행인데 내 생각엔 스데반처럼 꺾이지 않는 신앙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신념이 꺾이면 그것은 더이상 신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는 리그 오브 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한 프로게임단 DRX 소속 프로게이머 김혁규(Deft) 선수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의 제목에서 유래된 유행어이다. 이 문구를 많은 사람들이 2022년 올 해의 명언(wise saying)으로 뼙았다.
다윗의 성공 요인을 찾아보면 그다지 특별한 게 없다. 학벌 재력 인맥 그 어느 것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없다. 다만 물맷들을 잘 던지는 것과 수금을 잘 연주하는 무명 연주자의 이력이 전부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다윗을 사울왕 앞에 서게 했다. 운명의 시계바퀴가 그를 비추었을 때 그는 물맷돌을 던져 골리앗을 죽이고 이스라엘을 구원해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성공이었다.
다윗이 물맷돌을 잘 던졌던 원인은 들에서 양떼를 지키다가 늑대같은 들짐승이 나타나면 물맷돌을 던져 양을 보호했는데 그 과정에서 익혀진 기술이기 때문이다. 백발백중... 다윗은 목표에 명중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 개인기 같은 기술이 나라를 구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블레셋 군대가 이스라엘을 침략하면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필살기(deadly skill)인 물맷돌 던지기를 통해 적장 골리앗(Goliath)을 쓰러뜨렸다. 다윗의 용기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니 돌멩이가 적장의 이마에 박혀 죽고 말았다. 그리고 다윗은 소년 영웅이 되어 사울왕 앞으로 인도되었다.
(사무엘상 17:48-49) '블레셋 사람이 일어나 다윗에게로 마주 가까이 올 때에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향하여 빨리 달리며 손을 주머니에 넣어 돌을 가지고 물매로 던져 블레셋 사람의 이마를 치매 돌이 그의 이마에 박히니 땅에 엎드러지니라'
(사무엘상 17:57-58) '다윗이 그 블레셋 사람을 죽이고 돌아올 때에 그 블레셋 사람의 머리가 그의 손에 있는 채 아브넬이 그를 사울 앞으로 인도하니 사울이 그에게 묻되 소년이여 누구의 아들이냐 하니 다윗이 대답하되 나는 주의 종 베들레헴 사람 이새의 아들이니이다 하니라'
이후에 다윗은 그가 늘 하나님을 찬양하던 수금(harp)을 가지고 사울왕이 악령(惡靈)에 사로잡힐 때마다 수금으로 악령을 쫓아 주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악령에 붙잡힌 사람을 수금으로 낫게한 음악치료(music therapy)였다.
(사무엘상 16:23) '하나님께서 부리시는 악령이 사울에게 이를 때에 다윗이 수금을 들고 와서 손으로 탄즉 사울이 상쾌하여 낫고 악령이 그에게서 떠나더라'
(사무엘상 18:10) '그 이튿날 하나님께서 부리시는 악령이 사울에게 힘 있게 내리매 그가 집 안에서 정신 없이 떠들어대므로 다윗이 평일과 같이 손으로 수금을 타는데 그 때에 사울의 손에 창이 있는지라'
이렇게 다윗은 골리앗을 죽이고 이스라엘을 구한 영웅이 되었고, 사울왕을 괴롭히는 악령을 수금 연주로 치료한 인연을 계기로 사울왕의 사위가 된다. 무명의 소년이 정치 한복판에 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훗날 다윗은 사울왕에 이어 이스라엘의 제 2대 왕에 등극하게 된다.
(사무엘상18:20-21) '사울의 딸 미갈이 다윗을 사랑하매 어떤 사람이 사울에게 알린지라 사울이 그 일을 좋게 여겨 스스로 이르되 내가 딸을 그에게 주어서 그에게 올무가 되게 하고 블레셋 사람들의 손으로 그를 치게 하리라 하고 이에 사울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가 오늘 다시 내 사위가 되리라 하니라'
사도바울의 동역자들 가운데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가 있다. 이들은 본래 로마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글라우디오 황제가 로마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추방령을 내린다. 이때 로마에 살고 있던 유대인은 5만 명 쯤이었는데 크리스챤 유대인과 비크리스챤 유대인과의 갈등이 심해 민란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로마에서 쫓겨난 이들 부부는 고린도로 이주하게 되고 거기서 바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바울의 동역자가 된다.
이들 부부의 생업은 천막을 만드는 일이었다. 바울도 천막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래서 이들은 함께 천막을 만들며 선교 사역을 감당한다. 곧, 자비량 선교(tent-making mission)이다. 이들 부부에 대한 바울의 애정도 각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1년 6개월 동안 고린도에 함께 머물며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바울이 안디옥교회로 복귀할 때 이들 부부를 에베소에 데려와 거기 머물게 한다.
(사도행전 18:2-3) '아굴라라 하는 본도에서 난 유대인 한 사람을 만나니 글라우디오가 모든 유대인을 명하여 로마에서 떠나라 한 고로 그가 그 아내 브리스길라와 함께 이달리야로부터 새로 온지라 바울이 그들에게 가매 생업이 같으므로 함께 살며 일을 하니 그 생업은 천막을 만드는 것이더라'
(사도행전 18:19) '에베소에 와서 그들을 거기 머물게 하고 자기는 회당에 들어가서 유대인들과 변론하니'
(로마서 16:3-4) '너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동역자들인 브리스가와 아굴라에게 문안하라 그들은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들의 목까지도 내놓았나니 나뿐 아니라 이방인의 모든 교회도 그들에게 감사하느니라'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는 자신들의 생업인 천막 제조업이 복음을 위한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교회를 세우는 일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께 쓰임 받는 것은 우리의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 신령한 기회가 우리 앞에도 예비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일에 대해 능숙한(adept)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다 해 주시지는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에게 온전히 위임하신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가장 악한 습관은 게으름이다. 이것은 나도 살고 너도 살고가 아니다. 게으름은 나도 죽고 너도 죽게 하는 것이다. 그런고로 참 신앙인은 일 하기를 즐거워 해야 한다.
(데살로니가전서 4:11-12) '또 너희에게 명한 것 같이 조용히 자기 일을 하고 너희 손으로 일하기를 힘쓰라 이는 외인에 대하여 단정히 행하고 또한 아무 궁핍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