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성경을 벤치마킹(bench marking) 하라 >
[7] 인문학(人文學)을 익히자
옛날 옛적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밥을 먹는 것과 잠을 자는 것까지도 싫어했다. 그래서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밥을 먹지 못하게 하려고 솥을 작게 만들어서 밥을 짓게 했다. 솥이 작으니 밥이 모자라서 며느리는 늘 밥을 먹지 못하고 굶어야 했다.
이런 날들이 계속되면서 며느리는 점점 야위어 갔고 결국 어느 날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았다. 며느리가 피를 토하고 죽은 그 자리에서는 철쭉이 피어 났는데 며느리의 피의 색깔이 무척 붉어서 철쭉도 붉은 색이었다고 한다.
며느리는 죽어서 한 마리의 새로 변했는데 그 새는 밤이면 시어머니 집 앞 소나무에 찾아와 '솥이 적다, 큰 솥으로 밥을 해달라' 며 '솥적다' '솥적다' 하고 구슬피 울어 소쩍새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옛날 이야기처럼 인간의 삶의 근원적인 문제, 문화와 인간 가치에 관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을 인문학(人文學)이라고 한다.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많은 제품을 판매할 때 단지 신(新) 기술이라서 많이 팔리는 게 아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제품으로 탄생했을 때 많이 팔리는 것이다.
애플(Apple Inc)의 창업자 故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점심과 바꾸겠다' 고 했다. 이렇듯 세상에서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인문학에 조예(造詣)가 깊어야 한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도 미국의 해양소설 ‘모비 딕(Moby Dick)’의 등장인물인 스타벅(Starbuck)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스타벅은 커피를 좋아한 일등 항해사였다.
구약성경의 위대한 출애굽 지도자인 모세는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애굽 왕실에서 40년 동안 최고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는 전제(前提)가 있다. 모세 또한 인문학에 능한 사람이었다는 얘기다.
(사도행전 7:22) '모세가 애굽 사람의 학술을 다 배워 그 말과 행사가 능하더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요셉(Joseph)이 총리로서 애굽 전역을 통치하던 황금시대를 지나 요셉이 죽고(B.C.1805년), 요셉을 알지 못하는 왕이 등장하면서 이스라엘은 노예민족으로 전락(downfall)하고 만다. 이스라엘은 그들 가운데 이방인일 뿐이었다. 그리고 요셉을 알지 못하는 왕은 이스라엘 민족이 번성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노예민족이 왕성해지면 반란을 선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모세가 태어났을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왕의 명령에 의해 강제로 남아 산아제한(男兒 産兒制限)를 당했다(B.C.1527년).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살리고,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곧바로 죽이게 했다.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 산파(midwife)에 의해 삶과 죽음이 결정되었다. 요셉이 죽은 이후 삼백 여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였다.
(출애굽기1:8-10)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일어나 애굽을 다스리더니 그가 그 백성에게 이르되 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이 우리보다 많고 강하도다 자, 우리가 그들에게 대하여 지혜롭게 하자 두렵건대 그들이 더 많게 되면 전쟁이 일어날 때에 우리 대적과 합하여 우리와 싸우고 이 땅에서 나갈까 하노라 하고'
(출애굽기 1:15-16) '애굽 왕이 히브리 산파 십브라라 하는 사람과 부아라 하는 사람에게 말하여 이르되 너희는 히브리 여인을 위하여 해산을 도울 때에 그 자리를 살펴서 아들이거든 그를 죽이고 딸이거든 살려두라'
이러한 정책은 과거 중국에서도 시행했었다. 계획생육정책(計劃生育政策)인 이것은 1978년부터 2013년까지 시행된 중국의 산아제한정책이다. 다른 말로 한 자녀 정책인데 한 아이만 낳을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낳지 말라는 것이지 낳은 아이를 죽이라는 애굽의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초반부터 출산억제정책을 시행했다. 1960년 대 초반 가구당 평균 6명이었던 출산률을 낮추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출산률이 너무 저조해 오히려 자녀를 많이 낳도록 장려하는 시대가 되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시대가 있고, 낳으라고 장려하는 시대가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우스운 일이다.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 1980년대 한 학급 당 학생수는 60명 쯤이었는데 지금은 중학교 한 학급 당 학생 수가 30명 정도라고 한다. 더 나아가 폐교하거나 통폐합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세는 태어나자 마자 죽을 고비를 넘긴다. 왕의 명령이 있었음에도 산파는 모세를 죽이지 않았고, 부모 또한 아이를 죽이지 않고 석달 동안 몰래 키웠다. 이것은 왕명을 거역한 것이니 가벼운 죄가 아니었다. 그러나 산파들은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모세를 살렸고 부모들은 아이가 잘 생겨서 살리기로 한다. 여기서 잘 생겼다는 말의 히브리어 원어의 의미로는 '보시기에 좋았다'는 뜻이다. 부모인 아므람과 요게벳은 모세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아이임을 알고 살렸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스라엘 남자 아기들이 죽지 않고 몰래 양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애굽왕은 분노한다. 그래서 자기 백성들에게 명령하여 이스라엘의 남자 아기들이 태어난 것을 보게 되면 빼앗아서 나일강에 던지라고 명령을 내린다.
(출애굽기 1:17,22) '그러나 산파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애굽 왕의 명령을 어기고 남자 아기들을 살린지라....그러므로
바로가 그의 모든 백성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아들이 태어나거든 너희는 그를 나일 강에 던지고 딸이거든 살려두라 하였더라'
(출애굽기 2:2) '그 여자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잘 생긴 것을 보고 석 달 동안 그를 숨겼으나'
모세는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의 위기에 맞닥뜨린(encounter) 것이다. 보통의 아기들이라면 따뜻한 엄마의 품 속에서 온기를 체감(遞減)하는 시간들이다. 하지만 갓난 아기 모세에게 세상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 같았다.
모세의 부모는 아므람(Amram)과 요게벳(Jochebed)이며 레위지파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는 이미 아들 아론(Aaron)과 딸 미리암(Miriam)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산아제한 명령이 내리기 전 출생했기에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세에게는 인생이 가혹했다. 모세의 출생은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모세는 겨우 석 달 동안 엄마 품에 있다가 살기 위해 버려져야 했다.
(출애굽기 6:20) '아므람은 그들의 아버지의 누이 요게벳을 아내로 맞이하였고 그는 아론과 모세를 낳았으며 아므람의 나이는 백삼십칠 세였으며'
(출애굽기 2:3) '더 숨길 수 없게 되매 그를 위하여 갈대 상자를 가져다가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고 아기를 거기 담아 나일 강 가 갈대 사이에 두고'
모세는 갈대상자에 담겨 나일강에 버려졌다. 버려졌다기 보다는 살아남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떠나보낸 것이다. 엄마 요게벳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나일강은 길이가 6,650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다. 이곳에는 하마나 나일악어 같은 위험요소가 있다. 그럼에도 요게벳은 나일강에 아이를 보낸다. 아마도 요게벳의 마음은 왕실 사람에게 발견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특히 애굽 공주에게 발견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 정도 권세있는 사람이라야 아이를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요게벳은 공주가 목욕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에 아기를 담은 갈대상자를 놓아둔다.
(출애굽기 2:5-6) '바로의 딸이 목욕하러 나일 강으로 내려오고 시녀들은 나일 강 가를 거닐 때에 그가 갈대 사이의 상자를 보고 시녀를 보내어 가져다가 열고 그 아기를 보니 아기가 우는지라 그가 그를 불쌍히 여겨 이르되 이는 히브리 사람의 아기로다'
요게벳의 기도의 응답이었던지 모세의 갈대상자는 공주의 눈에 발견되고 물에서 건져진다. 공주는 아기가 이스라엘 남자 아기인 것을 알았지만 죽이지 않고 자기의 양자로 입양(adoption)한다. 어쩌면 요게벳의 뜻대로, 기도대로 다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요게벳은 모세의 유모로 선택되어 아기에게 젖을 먹여 키우게 된다. 자기가 낳은 아들을 돈을 받으며 양육하게 된 것이다. 요즘 말로 나라에서 양육수당을 받으며 키우게 된 것이다. 아마 유대인의 관습을 따라 3~4세까지 젖을 먹였을 것이다.
모세를 건진 애굽의 공주는 핫셉수트(Hatshepsut)이다. 핫셉수트 공주는 훗날 자기의 형제인 왕자들이 모두 일찍 죽자 이집트 여왕 곧 파라오(Pharaoh)가 된다. 모세는 왕자로서 40년 동안 애굽 왕실에서 상위 1%의 교육을 받고, 상위 1%만의 기회들을 누리게 된다.
모세는 왕궁에서 애굽의 모든 학술을 익혔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것이다. 애굽의 학술이란 철자법, 문법, 역사, 산술, 의학, 기하학, 천문학 등을 가리킨다. 이런 학문들이 출애굽 지도자인 모세의 리더십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어쩌면 모세에게 인문학은 삶의 한 축(軸,axis)이었을 것이다.
출애굽은 얼핏 모세의 지팡이 하나로 시작해서 지팡이 하나로 끝난 것 같지만 애굽 왕실에서 40년 동안 익힌 인문학의 도움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애굽 왕궁에서 모세와 바로왕의 출애굽 담판은 열 번이나 계속되었다. 이 담판에서 바로왕의 논리와 억지를 반박하는데 인문학이 사용되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요즘 말로 무식하게 지팡이 하나 휘두르면서 애굽왕을 협박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세는 배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애굽의 모든 학술을 익힌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세가 40년 동안 익힌 인문학과 더불어 출애굽을 실제로 가능케 한 것은 40세에서 80세까지 40년 동안의 미디안 광야 생활이다. 애굽 왕실을 떠나온 모세는 애굽을 벗어나 미디안 광야에서 40년을 양을 치는 목동으로 살았다. 아마 이 모진 세월이 모세를 하나님 앞에 엎드리게 했을 것이다. 모세의 영성은 곧 광야의 영성이다. 그리고 모세는 80세에 호렙산에서 출애굽 사명을 받게 된다.
(출애굽기 3:1-4) '모세가 그의 장인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의 양 떼를 치더니 그 떼를 광야 서쪽으로 인도하여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매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가운데로부터 나오는 불꽃 안에서 그에게 나타나시니라 그가 보니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그 떨기나무가 사라지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모세가 이르되 내가 돌이켜 가서 이 큰 광경을 보리라 떨기나무가 어찌하여 타지 아니하는고 하니 그 때에 여호와께서 그가 보려고 돌이켜 오는 것을 보신지라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이르시되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출애굽기 3:10) '이제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너에게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
우리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기 원한다면 분발해야 한다. 지팡이 하나만으로 세상의 모든 일을 감당할 수는 없다. 우리는 홍해바다를 가른 지팡이의 능력도 소유해야 하고, 세상을 설득하고 가르칠 인문학도 터득해야 한다. 참고로 인문학을 익힐 가장 쉬운 길은 폭넓은 독서이다. 요즘 시대는 인문학 열풍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우리도 인문학에 좀 더 다가가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