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4) "고도를 기다리며" (Waiting for Godot)
1952년 발표된 <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희곡(drama)이 있다. 아일랜드 출신인 프랑스 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9)의 작품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1969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희곡(戱曲)이란, 공연을 위하여 지문(地文, stage direction)과 대사(臺詞)로 쓰여진 글을 가리킨다. 쉽게 생각하면 연극 대본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라는 두 명의 주인공이 ‘고도’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기다리는 내용이다. 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고도를 기다려 왔으며, 그 기다림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언제 끝날 것인지, 기다림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작가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는다. 오직 나무 한 그루뿐인 황량한 곳에서 말 그대로 그저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기다림에 지쳐 무슨 이야기든 해보지만 아무런 의미없는 대화만 끝없이 이어진다. 한마디로 이 작품의 주제는 '기다림'과 '인내'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1953년 파리에서 초연(premiere)했고, 국내에서는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연출로 1969년부터 50년간 1천500회를 공연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재 공연을 시작한 이 작품은 최고령 고고 신구(88)배우와 최고령 디디 박근형(84) 배우를 주축으로 공연이 계속되고 있으며 50회 연속 매진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인생?, 이 물음표에 대한 답은 아마도 '기다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다. 무엇인가에 열정을 쏟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기다림이고, 상처가 났을 때 약을 바르고 낫기를 기다리는 것도 기다림이다. 아기를 잉태했을 때도 어김없이 열 달을 기다려야 한다.
다음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라는 제목의 안도현(1961~) 시인의 글이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불 꺼진 간이역에 서 있지 말라
기다림이 아름다운 세월은 갔다
길고 찬 밤을 건너가려면
그대 가슴에 먼저 불을 지피고
오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아들 이삭을 받기까지 25년을 기다려야 했다. 남의 일이니까 25년이 쉽지, 내 일이라면 대부분이 중도 포기할 것이다. 기다림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이걸 해내야 한다. 이걸 해내자니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히브리서 6:14-15) '이르시되 내가 반드시 너에게 복 주고 복 주며 너를 번성하게 하고 번성하게 하리라 하셨더니 그가 이같이 오래 참아 약속을 받았느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로 기다리게 하시는 것은 사전 정산(Pre-settlement), 곧 미리 그 댓가를 치르게 하심이 아니라 복 받은 사람으로의 자긍심을 갖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행하셨다는 자긍심(pride) 말이다. 그런고로 우리는 기다림을 즐거움으로 여겨야 한다.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그의 약속을 즐거워해야 한다.
(야고보서 5:7-8) '그러므로 형제들아 주께서 강림하시기까지 길이 참으라 보라 농부가 땅에서 나는 귀한 열매를 바라고 길이 참아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나니 너희도 길이 참고 마음을 굳건하게 하라 주의 강림이 가까우니라'
(로마서 5:11) '그뿐 아니라 이제 우리로 화목하게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 안에서 또한 즐거워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