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5)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중세의 수도승들은 만나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라틴어 인사말을 나누었다. 그 뜻은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이다.
호스피스(Hospice)의 선구자이자 최초로 죽음학(Thanatology)을 전공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 1926~2004)라는 여의사가 있다.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죽음에 대한 강의를 했으나 정작 자기가 암에 걸려 괴로워하자 기자가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임종하는 사람을 지켜보며 그렇게 많은 희망을 줬는데 왜 정작 당신의 죽음 앞에서 화를 내고 있는가?'
로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은 타인의 죽음이었어. 동물원 철장 속에 있는 호랑이였지. 지금은 아니야. 철장을 나온 호랑이가 나한테 덤벼들어. 바깥에 있던 죽음이 내 살갗을 뚫고 오지. 전혀 다른거야....전두엽으로 생각하는 죽음과 척추 신경으로 감각하는 죽음은 다른거야....''
인류학자들은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인류의 숫자는 약 1천 82억(108,200,000,000)명이라고 추산한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2,100배다. 이것은 성경의 첫 사람 아담 이전, 곧 5만년 전에도 인류가 존재했다는 가설(假說)에 기반하고 있다. 물론 비성경적인 보고이다. 성서 연대기로 보는 아담의 연대는 B.C.4,000년 경이다. 지금으로부터 6천년 전이다. 물론 전체 인류의 정확한 숫자는 하나님만 아신다. 그리고 단 한 사람도 예외없이 죽음과 죽음의 건너편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성경에 나사로의 이야기가 있다.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의 오라버니다. 이 삼남매는 예수님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사로가 그만 병으로 사망하고 만다. 하지만 예수님은 장례가 끝나기까지 그 가정을 찾지 않으셨다. 매우 의아한 장면이다.
(요한복음 11:3,19, 21) '이에 그 누이들이 예수께 사람을 보내어 이르되 주여 보시옵소서 사랑하시는 자가 병들었나이다 하니....많은 유대인이 마르다와 마리아에게 그 오라비의 일로 위문하러 왔더니...마르다가 예수께 여짜오되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
예수님은 나사로가 죽은 지 나흘이 되어 이미 무덤 속에 묻힌 후에야 찾아오셨다. 당시 유대사회의 장례는 당일에 치러야 했다. 더운 날씨 탓에 시신의 부패가 빠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이 시점에 맞춰 오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썩어서 냄새가 나는 죽은 나사로롤 무덤에서 불러내셨다. 당시 유대인의 무덤은 우리처럼 땅을 파서 관을 묻고 봉분을 쌓는 것이 아니라 바위에 판 굴 무덤이었다. 예수님은 모두에게 부활의 간접 경험을 선물하셨다.
(요한복음 11:39-40, 43-44) '예수께서 이르시되 돌을 옮겨 놓으라 하시니 그 죽은 자의 누이 마르다가 이르되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말이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하시니.....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부르시니 죽은 자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은 수건에 싸였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 하시니라'
죽음에 정복 당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육신을 가진 이상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 죽음은 우리 모두의 공통 경험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냥 행복에 취해 있을 수 만도 없고, 마냥 고통에 압도당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살아가기도 하고, 동시에 죽어가기도 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메멘토 모리가 필요한 것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우리를 하나님 앞에 깨어 있게 한다. 우리의 방향 설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죽음 앞에서 우리를 초연(超然)하게 하는 말씀이 있다. 분명 우리의 나중 모습일 것이다. 우리가 다녀간 삶의 그 자리에서 주님은 큰 구원의 역사를 이루실 것이다. 그러니 감사하며 미소짓자.
(요한븍음 12: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