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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산책 42. 알곡과 가라지 (마13:24-30)

문학n천국 2021. 11. 21. 19:20

김상용목사의 {마태복음} 산책하기

[42] 알곡과 가라지 (13:24-30)

가라지는 밀과 생김새가 흡사해서 이삭이 나왔을 때는 구분이 쉽지 않다. 그러나 추수 때가 되면 밀과 가라지는 쉽게 구분이 된다. 가라지를 다른 말로 '독보리' 라고 부른다. 독성이 있어 구토 현기증 설사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고대 근동지역에서는 원수에게 해코지 할 때 밀밭에 가라지를 몰래 뿌리고 갔다고 한다. 밀 농사를 망치는 것은 상대방의 생계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본문에 어떤 사람이 잘 가꾸어 놓은 곡식 밭에 원수가 와서 이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고 말씀한다. 보복성 선물을 밭에 놓고 간 것이다.
(13:25) '사람들이 잘 때에 그 원수가 와서 곡식 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더니'

곡식이 성장하는 모습을 살핀 종들이 주인에게 와서 뭔가 잘못되었다고 보고한다.
(13:27) '집 주인의 종들이 와서 말하되 주여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런데 가라지가 어디서 생겼나이까'

종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순간 주인은 그 상황을 해석할 수 있었다. 종종 주변에서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알곡만 뿌렸는데 가라지가 있다는 것은 자기에게 불만이나 원한을 품은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순간 주인은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누구를 억울하게 했을까?' '나의 실패를 기뻐할 사람이 누구일까?'

본문에 보면 이 주인은 가라지 밭이 되어 버린 자기의 밀밭을 둘러보며 흥분하거나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다. 성난 황소가 씩씩거리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침착하게 대응책을 지시한다. 무서울만큼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13:28-29) '주인이 이르되 원수가 이렇게 하였구나 종들이 말하되 그러면 우리가 가서 이것을 뽑기를 원하시나이까 주인이 이르되 가만 두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

주인이 염려하는 것은 알곡이다. 알곡을 위해 가라지를 뽑는 것을 유보하라는 것이다. 알곡을 상하게 하는 것은 원수가 기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이 주인의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이다. 사탄의 노예가 되어 성도를 해롭게 하는 가라지 같은 사람들에게 심판을 유보하시는 이유는 성도 때문이다. 가라지를 뽑다가 뜻하지 않게 성도가 상처를 입거나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라지에 대한 심판이 제 때 시행되지 않음으로 가라지들은 더욱 의기양양하여 점점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놓고 성도를 핍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성도는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을 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반드시 심판의 날은 찾아온다. 가라지에게는 최후의 날이다.
(13:30)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라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들에게 말하기를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 내 곳간에 넣으라 하리라'

하나님이 예정하신 시간이 되면 가라지들은 알곡에게서 분리 되어진다. 추수꾼들은 실수없이 이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마침내 가라지들은 불 살라지기 위해 불구덩이에, 알곡은 곳간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주인의 공의이고 하나님의 공의이다. 애초부터 알곡은 곳간에, 가라지는 땔감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것이 공의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성도는 비로소 노래하게 될 것이다.

성경에 가라지와 더불어 쓸모없는 것으로 쭉정이를 소개하고 있다(눅3:17). 가라지는 알곡과 비슷한 외모로 출발하지만 추수 때 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 되므로 쉽게 구분한다. 하지만 쭉정이는 알맹이가 들어 있지 않을 뿐 끝까지 알곡과 닮은꼴이다. 쭉정이는 마지막에 타작을 해 봐야 알 수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네 삶의 영역을 침범하는 존재가 있다. 가라지, 곧 마귀와 그 하수인들이다. 그들은 철저하게 위장하여 우리 주변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결코 하나님과 추수꾼들(천사)의 판단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는 끝까지 알곡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가라지와 쭉정이가 우리를 찌르고 꼬집고 비틀어도 하나님의 공의를 바라봐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명예로운 알곡이 되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라지와 쭉정이를 조심하되, 참 알곡이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