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기적을 말하다} 시리즈 8
김상용목사의 {기적을 말하다} 시리즈 8
[8] 반석에서 샘이 터지다 (민20:1-13)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해방되어 가나안 땅에 입성하기 까지 40년 광야 여정이 있었다. 애굽에서 가나안까지의 거리는 대략 640km이다. 도보로 걸으면 2~3개월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이것은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동행한다는 가정하에 계산된 기간이다. 하루에 7~10km를 걸었다고 가정한 것이다. 건강한 성인은 시간당 4km를 걸을 수 있다.
이 40년 광야 기간 동안 이스라엘의 숙영지는 42 곳이다(민33장). 텐트를 41번 정도 쳤다 걷었다를 반복한 것이다. 출애굽기와 민수기는 이 기간 동안 있었던 많은 사건을 기록해 놓고 있다. 본문은 물 부족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출애굽기 17장에 보면 출애굽한지 얼마되지 않아 르비딤에 장막을 쳤는데 그곳에 물이 없어서 백성들이 모세에게 항의를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때 모세는 지팡이를 가지고 반석을 쳐서 물을 내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그렇게 해서 백성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출17:5-6)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백성 앞을 지나서 이스라엘 장로들을 데리고 나일 강을 치던 네 지팡이를 손에 잡고 가라 내가 호렙 산에 있는 그 반석 위 거기서 네 앞에 서리니 너는 그 반석을 치라 그것에서 물이 나오리니 백성이 마시리라 모세가 이스라엘 장로들의 목전에서 그대로 행하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메마르고 황량한 광야에서 40년 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이런 기적으로 모든 필요를 채우셨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존에 있어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동행 여부이다. 하나님이 동행하시면 광야에 널린 게 오아시스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광야가 오아시스 지역으로 순식간에 탈바꿈 될 수 있는 것이다.
민수기 20장 본문도 백성들이 불평을 늘어놓으며 모세와 아론에게 항의하는 내용이다. 백성들의 불만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곳에는 파종할 곳도 없고, 무화과도 없고, 포도와 석류도 없고, 마실 물도 없다는 불만이었다.
(민20:5) '너희가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나오게 하여 이 나쁜 곳으로 인도하였느냐 이 곳에는 파종할 곳이 없고 무화과도 없고 포도도 없고 석류도 없고 마실 물도 없도다'
하지만 이곳은 광야생활 초기에 물이 없어 불평했던 르비딤이 아니다. 이곳은 40년 광야 여정 막바지인 가데스에서 모세의 누이 미리암이 죽고 나서 백성들이 물이 없음으로 또 불평하는 내용이다. 르비딤에서는 모세가 바위를 쳐서 물을 냈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지시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문은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마실 물 때문에 불평하는 백성들을 위해 반석에게 명령하여 물을 내라고 하셨다.
(민20:7-8)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지팡이를 가지고 네 형 아론과 함께 회중을 모으고 그들의 목전에서 너희는 반석에게 명령하여 물을 내라 하라 네가 그 반석이 물을 내게 하여 회중과 그들의 짐승에게 마시게 할지니라'
르비딤에서 물을 얻는 방법과 지금 이곳에서 물을 얻는 방법을 다르게 말씀하셨다. 르비딤에서는 반석을 쳐서, 그러나 이곳에서는 반석에게 명령하여 물을 얻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모세가 40 여년 전 했던 방식대로 백성들에게 언성을 높이며 바위를 두 번 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하나님께서는 바위에게 명령하여 물을 내라고 하셨다. 얼핏보면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화를 내면서 바위를 두 번 내리쳤던 것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반석에서 물이 솟구쳐 나와 백성들과 짐승들이 모두 해갈했다. 그 많은 백성들과 짐승들이 갈증을 풀었으니 물의 양도 엄청났으리라. 저수지 몆 개 분량의 물이 바위에서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민20:11) '모세가 그의 손을 들어 그의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치니 물이 많이 솟아나오므로 회중과 그들의 짐승이 마시니라'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진노하셨다는 것이다. 진노하신 이유는 하나님의 지시대로 준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반석에게 명령하라고 하셨지 르비딤에서처럼 세게 두 번 내리치라고 명령하신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민20:12)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너희는 이 회중을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어찌하든 결과만 놓고 보면 좋았다. 하지만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을 왜곡했다는 심각한 오류에 빠졌다. 이 사건 때문에 모세와 아론은 가나안 땅을 코 앞에 두고 걸음을 멈춰야 했다. 그들의 생명을 내놓아야 했다. 사명을 내려놓아야 했다.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을 책망하신 말씀의 요지는 백성들 앞에서 하나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모세는 어떻게 하나님의 거룩함을 훼손했는가?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민20:10) '모세와 아론이 회중을 그 반석 앞에 모으고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반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하고'
모세의 진심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그의 말을 보면 자기의 뜻을 따라 물을 줄 수 있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언제든 자기의 능력으로 기적을 베풀어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자신감, 곧 교만함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도 많이 하거나 능력 행하는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모범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답을 베드로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베드로는 성전 미문 앞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웠다. 사람들이 그를 높이려 들자 이렇게 고백한다.
(행3:12-13) '베드로가 이것을 보고 백성에게 말하되 이스라엘 사람들아 이 일을 왜 놀랍게 여기느냐 우리 개인의 권능과 경건으로 이 사람을 걷게 한 것처럼 왜 우리를 주목하느냐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 곧 우리 조상의 하나님이 그의 종 예수를 영화롭게 하셨느니라'
베드로는 백성들에게 나를 주목하지 말고, 내가 행한 능력에 주목하지 말고 예수님께 주목하라고 선포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마땅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설령 우리는 어떤 선한 일을 했을지라도 사람의 칭찬을 얻기 위해 나팔을 불어선 안되는 것이다.
우리는 나의 시선을 그리고 다른 이들의 시선을 예수께로 향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