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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인물 에세이 - 아브라함

문학n천국 2022. 8. 3. 08:31

성경인물 에세이 - 아브라함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

[3]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75세에 지금의 터키 동남부 지역인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에 들어갔다. 자기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이었다. 조카 롯과 함께 했다. 롯의 아비인 하란은 일찍이 하란 땅에서 죽었기 때문이다(창11:28).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가나안 땅으로 보내신 이유는 한 민족을 그 땅에 세우시기 위함이었다. 가문(家門)이 아니라 민족(民族)이다.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아브라함은 당혹했을 것이다. 자기가 한 민족의 조상이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민족의 조상으로 지명하신 것이다. 물론 그에게는 아버지 뿐 아니라 이미 조상들이 있었다. 10대조 할아버지인 노아도 당시에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창11:10-26). 노아가 950세까지 생존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브라함의 50세까지 노아는 생존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브라함을 통해 새 민족을 세우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창12:1-2)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에 내려와 세겜에 첫 장막을 치고 정착생활을 시작했다. 이곳에 여호와의 제단도 쌓았다. 하지만 가나안 정착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 땅에 큰 기근이 임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브라함은 가나안 정착을 포기하고 애굽으로 내려갔다.

(창12:10)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그리로 내려갔으니 이는 그 땅에 기근이 심하였음이라'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가나안 땅에 내려왔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근이었다. 애굽으로의 이주를 결정할 만큼 극심한 흉년이 찾아왔다. 여기서 아브라함은 불평하지 않았다. 말씀에 대한 순종의 결과가 극심한 가뭄이었는데도 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근을 피해 애굽에 힘들게 내려갔더니 이번엔 더 버거운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애굽 땅에 들어서니 부인 사라의 아름다움을 보고 사람들이 칭찬하더니 그 소문이 바로왕에게까지 전해졌다. 결국 바로왕은 사라를 궁궐로 데려가고 말았다. 왕의 여자로 삼기 위함이다.

(창12:14-15) '아브람이 애굽에 이르렀을 때에 애굽 사람들이 그 여인이 심히 아리따움을 보았고 바로의 고관들도 그를 보고 바로 앞에서 칭찬하므로 그 여인을 바로의 궁으로 이끌어들인지라'

아브라함은 눈 뜨고 코 베인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아내를 빼앗기면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 사람은 내 아내라고 당당하게 밝히지 못했다. 오히려 누이동생이라고 둘러댔다. 자기가 죽을까봐 두려워서이다. 조카 롯도 있고 종들도 있었을텐데 그들 앞에서 비겁한 남자가 되고 말았다. 결국 아내의 몸 값으로 많은 가축을 바로왕으로부터 선물받았다.

(창12:16) '이에 바로가 그로 말미암아 아브람을 후대하므로 아브람이 양과 소와 노비와 암수 나귀와 낙타를 얻었더라'

졸지에 아내를 빼앗기고 괴로워하는 아브라함을 대신해 하나님께서 바로왕에게 역사하셨다. 바로왕에게 큰 재앙을 내리셨다.
(창12:17) '여호와께서 아브람의 아내 사래의 일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신지라'

아브라함은 아내 앞에 못난 남편이 되었다. 고개숙인 남편이 되었다. 그러나 한번은 용서가 될지 몰라도 아브라함은 훗날 그랄땅에 올라가서 아비멜렉왕에게 또 아내를 빼앗기고 만다. 애굽 사건의 복사판이다. 이때도 아브라함은 아내를 누이 동생이라고 했고 하나님의 개입하심으로 아내를 돌려받았다(창20장).

이렇게 애굽에서 아내를 돌려받은 아브라함은 다시 가나안 땅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이때 조카 롯을 독립시켜 내보내게 된다. 롯에게 선택권을  주어 떠나게 했다.
(창13:9)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하냐 나를 떠나가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

조카 롯을 떠나 보낸 아브라함은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 상수리 수풀 근처에 새롭게 정착하게 된다. 이곳 마므레에서 아브라함은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하고, 아내 사라가 노년에 아들을 낳을 것이란 약속을 받고, 의인 열명이 없어 멸망에 처한 소돔을 위해 끝까지 하나님께 기도했다(창18장).

롯을 떠나보낸 아브라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나안 부족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엘람왕 그돌라오멜이 이끄는 4개 부족 연합군이 소돔왕 베라를 포함한 5개 부족을 쳐서 양식을 빼앗고 사람들을 포로로 잡아간 것이다. 이때 소돔에 있던 아브라함의 조카 롯도 그들에게 포로로 잡혀갔다(창14:1-4).

아브라함은 이 소식을 듣고 집에서 훈련시킨 318명의 종들을 이끌고 쫓아가서 밤에 기습하여 군대를 쳐부순다. 그리고 조카 롯을 구출해냈다(창14:14-16). 가정에서 키운 사병들이 군대를 격파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하나님의 간섭하심이었다. 아브라함은 전리품 가운데서 구별하여 제사장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드렸다(창14:20). 이로써 아브라함은 십일조를 최초로 드린 인물이 되었다.

아브라함에게는 늘 자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가나안 땅에 들어온지 십여년이 흘러 80대 중반의 노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사라가 아브라함에게 놀라운 제안을 한다. 자기 여종 하갈을 줄테니 여종을 통하여 아들을 낳자는 것이다.

아브라함도 시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기에 사라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하갈과 동침하여 곧 아들을 출산하게 된다. 이 아들이 이스마엘이다. 아브라함 86세였다. 그러나 이스마엘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후사가 아니었다. 이스마엘은 그저 여종의 자식일 뿐이었다.

아브라함과 사라가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고 행한 결과물이 이스마엘이었다. 하나님은 이스마엘로 만족하려는 아브라함에게 참 아들을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셨다. 이스마엘은 본래 하나님의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창18:10,14) '그가 이르시되 내년 이맘때 내가 반드시 네게로 돌아오리니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하시니 사라가 그 뒤 장막 문에서 들었더라...여호와께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네게로 돌아오리니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은 참 더디 이루어졌다. 이스마엘이 태어나고 14년이 흘러서 아브라함의 나이 백세, 사라의 나이 구십세에 비로소 약속의 자녀를 주셨다. 그가 바로 이삭이다.

(창21:1-5)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를 돌보셨고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에게 행하셨으므로 사라가 임신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시기가 되어 노년의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낳으니 아브라함이 그에게 태어난 아들 곧 사라가 자기에게 낳은 아들을 이름하여 이삭이라 하였고 그 아들 이삭이 난 지 팔 일 만에 그가 하나님이 명령하신 대로 할례를 행하였더라 아브라함이 그의 아들 이삭이 그에게 태어날 때에 백 세라'

이삭의 이름의 뜻은 '그가 웃다 (he laughs)'이다. 여기서 웃음의 주체는 아브라함과 사라이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마침내 웃었다. 그리고 십 수년을 이삭으로 말미암아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위기는 소리없이 또 찾아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 자식을 번제로 바치라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명령하셨다. 아브라함은 110년이 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신앙때문에 이처럼 힘든 밤을 보낸 적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생명과도 같은 아들을 달라고 요구하셨기 때문이다. 이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삭때문에 고통스런 밤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날이 밝아 오자 아브라함은 어떤 갈등도 하지 않은듯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산으로 향했다. 사흘 길이었다. 사라와 이삭에게는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러 간다고 설명했다. 사실은 인신제사(人神祭祀)였다. 이쯤에서 불평과 원망이 한번쯤 터져야 당연한 것 아닐까? 자식을 죽이라는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며 반항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아브라함은 빠른 속도로 하나님의 명령을 실행한다. 이삭을 묶고 죽인 후 각을 떠서 번제로 드리려고 할 때까지는 홀로 외로운 투쟁이었다. 하지만 칼을 들어 이삭을 죽이려 할 때 멈추라는 하나님의 다급한 음성이 들린다. 이렇게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으로서의 시험을 통과했다.

(창22:10-12) '손을 내밀어 칼을 잡고 그 아들을 잡으려 하니 여호와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그를 불러 이르시되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시는지라 아브라함이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매 사자가 이르시되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까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아브라함의 명예는 거저 주어진 게 아니다. 뼈를 녹이는 고통의 밤을 보낸 댓가이다. 아브라함이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를 권면하고 책망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의 밤을 믿음으로 견디어 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 그는 믿음의 조상으로서 우리에게 믿음의 본을 보여주었다. 이제 우리는 그를 닮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