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에스더와 모르드개 (1)
성경인물 에세이 - 에스더와 모르드개 (1)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35] 에스더와 모르드개 (1)
'죽으면 죽으리라'(If I Perish, I Perish)는 명언을 남긴 에스더의 이야기는 아하수에로 왕의 잔치에서부터 시작된다. 아하수에로 왕은 페르시아 제국의 제 5대 왕이다. 아하수에로 왕의 통치 기간은 B.C.485-464년이다.
아하수에로 왕의 페르시아(바사) 제국은 그때까지 세상에 있었던 나라 중 가장 큰 제국이었다. 페르시아는 지금의 이라크, 이란, 파키스탄, 요르단, 레바논, 이스라엘 뿐 아니라 터키에 이르는 넓은 땅을 차지한 대제국이었다.
아하수에로 왕은 즉위 삼년 째에 180일 동안 신하들과 지방 관리들을 위하여 연회(a party)를 베풀어 자신의 부와 권력을 과시했다. 또한 도성인 수산성의 백성들을 위하여 칠일 동안 잔치를 베풀었다. 아하수에로 왕은 잔치에 모인 신하들과 지방 관리들에게 왕비의 아름다움을 보이고 싶었다. 왕후 와스디가 심히 아리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스디 왕후에게 내시를 보내 의관정제(衣冠整齊)하고 백성 앞으로 나오도록 했다.
(에1:4-5) '왕이 여러 날 곧 백팔십 일 동안에 그의 영화로운 나라의 부함과 위엄의 혁혁함을 나타내니라 이 날이 지나매 왕이 또 도성 수산에 있는 귀천간의 백성을 위하여 왕궁 후원 뜰에서 칠 일 동안 잔치를 베풀새'
그러나 와스디 왕후는 왕의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왕후도 여인들을 위한 잔치를 주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왕후의 자존심이 상했던걸까? 와스디는 변명도 없이 왕의 명령 자체를 거부해 버린다. 왕후의 뜻밖의 처신(處身,behavior)에 왕의 체면은 크게 손상을 입었다.
(에1:9) '왕후 와스디도 아하수에로 왕궁에서 여인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푸니라'
(에1:12) '그러나 왕후 와스디는 내시가 전하는 왕명을 따르기를 싫어하니 왕이 진노하여 마음속이 불 붙는 듯하더라'
이에 분노한 아하수에로 왕은 법률 자문관들과 이 문제를 상의하였고 그들은 왕후 와스디가 페르시아 제국의 모든 백성들 앞에 잘못했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그들은 페르시아 제국 안의 모든 여성들이 왕비가 왕에게 순종하지 않았다는 소문을 듣고 그들도 자기 남편을 멸시할까 봐 두렵다며 우려를 고한다.
그래서 그들은 왕에게 와스디 왕후가 다시는 왕의 앞에 서지 못하게 하는 조서를 온 땅에 내리라고 제안한다. 신하들이 왕후의 폐위를 건의한 것이다. 그리고 아하수에로 왕은 신하들의 말을 받아들여 모든 지방의 언어로 와스디 왕후의 폐위(廢位)를 공포한다.
(에1:21) '왕과 지방관들이 그 말을 옳게 여긴지라 왕이 므무간의 말대로 행하여'
이렇게 와스디 왕후가 폐위됨에 따라 왕후의 자리가 비게 되었다. 아하수에로 왕의 신하들은 새로운 왕비를 찾기 위해 아름다운 처녀들을 전국에서 모을 것을 제안한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아하수에로 왕이 새로운 왕후와 후궁 간택(簡擇)을 위해 400명의 처녀를 뽑았다고 기록했다.
(에2:2-4) '왕의 측근 신하들이 아뢰되 왕은 왕을 위하여 아리따운 처녀들을 구하게 하시되 전국 각 지방에 관리를 명령하여 아리따운 처녀를 다 도성 수산으로 모아 후궁으로 들여 궁녀를 주관하는 내시 헤개의 손에 맡겨 그 몸을 정결하게 하는 물품을 주게 하시고 왕의 눈에 아름다운 처녀를 와스디 대신 왕후로 삼으소서 하니 왕이 그 말을 좋게 여겨 그대로 행하니라'
이렇게 당시 규례에 따라 선발된 처녀들은 왕을 대면하기 전에 일 년 동안 그들의 몸을 정결하게 해야 했다. 하닷사라는 히브리 이름을 가진 유대인 처녀 에스더도 그 처녀들과 함께 간택되었다.
(에2:12) '처녀마다 차례대로 아하수에로 왕에게 나아가기 전에 여자에 대하여 정한 규례대로 열두 달 동안을 행하되 여섯 달은 몰약 기름을 쓰고 여섯 달은 향품과 여자에게 쓰는 다른 물품을 써서 몸을 정결하게 하는 기한을 마치며'
주전 5세기 페르시아의 왕후가 된 에스더를 도와 유대 민족을 구한 사람이 있는데 이름은 모르드개이고 그는 베냐민 지파의 사람 기스의 증손이며 시므이의 손자이고, 야일의 아들이다.
모르드개는 남유다를 멸망시킨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서 유다 왕 여고냐와 백성들을 사로잡아 갈 때 함께 포로로 끌려 갔다. 그리고 바벨론 제국에서 페르시아 제국으로 나라가 바뀌는 과정에 모르드개는 왕궁의 문지기가 되었다. 아마 이때 모르드개의 나이는 학자들마다 이견이 있지만 대부분 백 세 가까이 보고 있다.
(에2:5-6) '도성 수산에 한 유다인이 있으니 이름은 모르드개라 그는 베냐민 자손이니 기스의 증손이요 시므이의 손자요 야일의 아들이라 전에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서 유다 왕 여고냐와 백성을 사로잡아 갈 때에 모르드개도 함께 사로잡혔더라'
에스더의 어린 시절은 알 수 없다. 다만 에스더의 부모는 에스더의 어린 시절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어린 에스더는 사촌 오빠인 모르드개에 의해 양육되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의 사촌 오빠로서 나이는 에스더 부모 세대의 연령이었고 두 사람의 나이차는 매우 컸다. 그래서 모르드개는 홀로 남은 사촌 여동생 에스더를 데려다 자기 딸처럼 양육하게 되었다.
(에2:7) '그의 삼촌의 딸 하닷사 곧 에스더는 부모가 없었으나 용모가 곱고 아리따운 처녀라 그의 부모가 죽은 후에 모르드개가 자기 딸 같이 양육하더라'
왕비 후보로서 교육을 받던 에스더는 결국 순서가 되어 아하수에로 왕 앞으로 인도되어 들어갔다. 그리고 왕은 다른 여인들보다 에스더를 더욱 사랑하여 에스더를 와스디를 대신할 왕후로 삼았다.
(에2:16-17) '아하수에로 왕의 제칠년 시월 곧 데벳월에 에스더가 왕궁에 인도되어 들어가서 왕 앞에 나가니 왕이 모든 여자보다 에스더를 더 사랑하므로 그가 모든 처녀보다 왕 앞에 더 은총을 얻은지라 왕이 그의 머리에 관을 씌우고 와스디를 대신하여 왕후로 삼은 후에'
왕은 에스더가 왕후로 세움 받던 날 에스더를 위한 큰 잔치를 열고 각 지방의 세금을 면제해 주었다. 거의 국경일 행사에 준(準)하는 수준으로 왕후 등극(登極)을 축하했다.
(에2:18) '왕이 크게 잔치를 베푸니 이는 에스더를 위한 잔치라 모든 지방관과 신하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고 또 각 지방의 세금을 면제하고 왕의 이름으로 큰 상을 주니라'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위기의 시간이 밀물처럼 소리없이 강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하수에로 왕이 하만이라는 사람을 총리로 세우면서 부터이다. 하만은 아말렉 자손의 후손이다.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을 대적했던 그 아말렉 족속의 후손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아말렉과 영원히 함께 하지 말라고 하셨다.
(에3:1) '그 후에 아하수에로 왕이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의 지위를 높이 올려 함께 있는 모든 대신 위에 두니'
(신25:19) '그러므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어 차지하게 하시는 땅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사방에 있는 모든 적군으로부터 네게 안식을 주실 때에 너는 천하에서 아말렉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라 너는 잊지 말지니라'
이것 때문인지 유대인 모르드개는 총리 하만에게 절을 하지 않았다. 하만이 왕 다음 권세인 총리 대신이지만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 유대인의 자존심이었을까? 어찌되었건 이 일 때문에 모르드개와 유대인들이 하만에게 미움을 받게 되었다. 더 나아가 하만은 유대인 전체를 말살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그리고 그 날을 제비 뽑았다.
(에3:6) '그들이 모르드개의 민족을 하만에게 알리므로 하만이 모르드개만 죽이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아하수에로의 온 나라에 있는 유다인 곧 모르드개의 민족을 다 멸하고자 하더라'
과연 이것이 지혜일까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모르드개의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유대인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나의 소신때문에 다른 이들의 생명에 큰 위협이 찾아왔다면 그 소신은 인정 받을 수 있을까?
하만은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는 아하수에로 왕에게 유대 민족의 해악(害惡,an evil influence)을 고한다. 쓸모없는 골칫덩어리 민족이라고 모함한다. 그리고 유대 민족을 제국 안에서 한 날 한 시에 죽여야 한다고 설득한다. 왕은 한 민족이 없어지는 중대 사안임에도 사실 확인없이 총리의 건의안에 결재를 해버리고 만다. 어쩌면 은 일만 달란트의 뇌물때문에 판단이 흐려졌을 수도 있다.
(에3:8-10) '하만이 아하수에로 왕에게 아뢰되 한 민족이 왕의 나라 각 지방 백성 중에 흩어져 거하는데 그 법률이 만민의 것과 달라서 왕의 법률을 지키지 아니하오니 용납하는 것이 왕에게 무익하니이다 왕이 옳게 여기시거든 조서를 내려 그들을 진멸하소서 내가 은 일만 달란트를 왕의 일을 맡은 자의 손에 맡겨 왕의 금고에 드리리이다 하니 왕이 반지를 손에서 빼어 유다인의 대적 곧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에게 주며'
하만이 유대인을 말살하기로 정한 날은 아달월 십삼일 곧 12월 13일이다. 곧 유대인들의 예비 제삿날이다. 이 일은 비공개로 진행되지 않고 공공연하게(openly) 알려졌다.
(에3:13) '이에 그 조서를 역졸에게 맡겨 왕의 각 지방에 보내니 열두째 달 곧 아달월 십삼일 하루 동안에 모든 유다인을 젊은이 늙은이 어린이 여인들을 막론하고 죽이고 도륙하고 진멸하고 또 그 재산을 탈취하라 하였고'
(에4:8) '또 유다인을 진멸하라고 수산 궁에서 내린 조서 초본을 하닥에게 주어 에스더에게 보여 알게 하고'
그러나 인간의 모든 시도는 하나님의 판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나님께서는 유대 민족의 위기 상황에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신다. 유대인 모르드개가 지난 날 역모(逆謀)를 고발해서 왕실을 지켜냈던 사실을 비로소 드러나게 하신다. 그리고 이것이 유대인을 살리는 반격의 신호탄이 되게 하셨다.
(에6:1-3) '그 날 밤에 왕이 잠이 오지 아니하므로 명령하여 역대 일기를 가져다가 자기 앞에서 읽히더니 그 속에 기록하기를 문을 지키던 왕의 두 내시 빅다나와 데레스가 아하수에로 왕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모르드개가 고발하였다 하였는지라 왕이 이르되 이 일에 대하여 무슨 존귀와 관작을 모르드개에게 베풀었느냐 하니 측근 신하들이 대답하되 아무것도 베풀지 아니하였나이다 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