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에세이 - 베드로 (2)
성경인물 에세이 - 베드로 (2)
김상용목사의 성경인물 에세이 {평범하거나, 위대하거나}
[49] 베드로 (2)
예수님은 로마 군병들에게 희롱을 당하신 후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 째 되는 날 아침에 부활하셨다.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과 부활의 과정에서 가장 큰 마음의 상처 곧 내상(內傷)을 입은 자는 베드로이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제자였으며 죽기까지 주님을 따르겠다고 호언장담(bombast)했었기 때문이다. 베드로는 자신의 실패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입술로 예수님을 저주하고 말았다.
(마26:33)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
(마26:70-74) '베드로가 모든 사람 앞에서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노라 하며....베드로가 맹세하고 또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더라....그가 저주하며 맹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니 곧 닭이 울더라'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곧 승천하시지 않고 40일 동안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기 위함이다.
(행1:3) '그가 고난 받으신 후에 또한 그들에게 확실한 많은 증거로 친히 살아 계심을 나타내사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보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니라'
예수님은 공생애(共生涯) 삼 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치셨다. 그러나 승천(昇天)을 앞두고 40일 동안 이 땅에 머무시며 하나님 나라 곧 천국에 대해 가르치셨다. 아마도 천국에 대한 제자들의 이해(理解)가 아직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예수님의 부활 이후 40일 동안에 있었던 에피소드(episode)가 누가복음 24장과 요한복음 21장에 기록되어 있다. 눅24장에는 예루살렘에서 10km쯤 거리에 있는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가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두 제자는 예수님께서 길에서 동행해 주셨음에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엠마오 가까운 마을에 도착해서 함께 저녁을 먹던 중 비로소 예수님을 알아 보았다는 이야기다.
요한복음 21장에는 베드로를 비롯한 7명의 제자들이 다시 그들의 본래의 생업으로 복귀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요21:2-3) '시몬 베드로와 디두모라 하는 도마와 갈릴리 가나 사람 나다나엘과 세베대의 아들들과 또 다른 제자 둘이 함께 있더니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 하니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다 하고 나가서 배에 올랐으나 그 날 밤에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더니'
베드로를 비롯한 7명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했지만 사역의 방향에 대해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던(at a loss)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해 낸 것은 본업이었던 어부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베드로의 제안에 따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삼 년 만에 복귀한 탓인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 그 새벽녘에 예수님이 바닷가에 찾아 오셨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한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물고기가 없음을 확인하시고 배 오른편에 한번 더 그물을 던지라고 말씀하신다. 제자들은 기대하는 마음없이 그물을 던졌다. 그리고 밤이 새도록 잡지 못했던 물고기를 단 한번의 그물 던짐으로 한가득 잡을 수 있었다. 큰 물고기가 백쉰세 마리였다.
(요21:4-6)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 이르시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하시니 이에 던졌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더라'
(요21:11) '시몬 베드로가 올라가서 그물을 육지에 끌어 올리니 가득히 찬 큰 물고기가 백쉰세 마리라 이같이 많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더라'
그제서야 예수님이 가장 사랑하셨던 제자 요한이 예수님을 알아보고 베드로에게 주님이시라고 말한다. 그러자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바다로 뛰어내린다. 예수님께 나아와 엎드리기 위함이다. 수제자 본능이 다시 깨어난 것이다.
(요21:7)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이르되 주님이시라 하니 시몬 베드로가 벗고 있다가 주님이라 하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른 후에 바다로 뛰어 내리더라'
제자들이 육지에 올라와 보니 예수님께서 이미 조반(breakfast)을 준비해 놓으셨다. 조반은 떡과 생선이었다. 이렇게 제자들과 부활하신 예수님은 바닷가에서 함께 조반을 나누었다. 이 일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세번 째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사건이었다.
(요21:12-13)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니 제자들이 주님이신 줄 아는 고로 당신이 누구냐 감히 묻는 자가 없더라 예수께서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시고 생선도 그와 같이 하시니라'
조반을 먹은 후 예수님은 베드로에게만 질문을 계속하셨다. 세 번에 걸쳐 똑같은 질문을 하셨다. 질문의 내용은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였다. 예수님의 같은 질문이 반복될수록 베드로는 자신의 실수를 떠올리게 되었다. 대제사장의 종들 앞에서 예수님을 세 번 부인(deny)한 일이다.
(요21:15-17) '그들이 조반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어린 양을 먹이라 하시고 또 두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양을 치라 하시고 세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주께서 세 번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이르되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양을 먹이라'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을 물으셨을 때 그 중에서 먼저 하신 두 번의 질문에 사용된 ‘사랑’이라는 단어는 ‘Agape’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Philia’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반면에 베드로의 대답 속에 있는 사랑은 모두 ‘Philia’ 라고 한다. 여기서 아가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의미하고 필리아는 친구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해석 곧 아가페로 물었는데 필리아로 대답했다는 식의 설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다. 그럼 예수님께서 세 번이나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베드로가 예수님을 모른다며 세 번 부인했던 지난 일을 꺼내 치유하고자 함이었으리라.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否認)했던 일로 인해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있었을 것이다. 죽을지언정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했었는데 너무 허무하게 그 맹세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수제자의 체면이 심하게 손상된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의 자책감(自責感,remorse)을 풀어 주고자 하신 것으로 생각한다. 그간 베드로는 얼마나 마음 고생을 많이 했을까? 예수님이 체포되자 다른 제자들은 두려워서 모두 도망을 갔고, 자신은 도망치지는 않았지만 예수님을 강하게 세 번 부인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는 세 번의 질문을 통해 예수님은 베드로의 주님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신하게 하고, 세 번 부인했던 말을 마음에서 지워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베드로를 심한 자책감에서 건져주고 무너진 마음을 세워주고자 하신 것이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마지막으로 말씀하신다.
(요21:19) '이 말씀을 하시고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신다. 이제 베드로는 더이상 지난 실패에 매여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베드로는 회복되었다. 그리고 베드로의 최대 약점인 배신자라는 트라우마(trauma)는 극복되었다.
베드로는 '내가 주님을 사랑하나이다' 라고 세 번 고백한 이후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초대 예루살렘교회의 기적의 현장에는 항상 베드로가 있었다. 교회의 폭발적인 부흥의 중심에는 베드로가 있었다.
(행4:4) '말씀을 들은 사람 중에 믿는 자가 많으니 남자의 수가 약 오천이나 되었더라'
(행5:15) '심지어 병든 사람을 메고 거리에 나가 침대와 요 위에 누이고 베드로가 지날 때에 혹 그의 그림자라도 누구에게 덮일까 바라고'
(행10:44) '베드로가 이 말을 할 때에 성령이 말씀 듣는 모든 사람에게 내려오시니'
우리가 주님을 뜨겁게 사랑하면 깊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다. 우리의 열등감도 치유된다. 우리의 트라우마도 치유된다.
그런고로 주님 예수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신앙이고, 주님 예수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어야 한다. 주님 예수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승리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이것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