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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 말 그릇을 키워라

문학n천국 2023. 4. 11. 17:09

김상용목사의 <잠언서> 에세이
{ 솔로몬에게 듣는.. 인생 사용 설명서 }

[10]  말(言) 그릇을 키워라

언어(言語)에도 온도(溫度)가 있다고 한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말(words)이나 글(writings)이 있고, 마음을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갑게 하는 말이나 글이 있다는 것이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 '왜 청승 맞게 우느냐?'는 말 보다는 '그래, 울어도 돼' 라는 말이 마음의 온도를 높여 준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를 상처로 보냈을 사람이 있다. 성경 인물 요셉이다. 야곱의 열 두 아들 가운데 열 한 번째 아들이다. 너무 귀한 아들이라서 아버지 야곱이 요셉에게만 채색옷을 지어 입혔다. 그리고 다른 아들들에게는 이 옷이 그 옷 같고, 그 옷이 저 옷 같은, 개성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없는 시장 장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옷을 입혔다.

야곱이 요셉에게만 채색옷을 입힌 것은 야곱의 4명의 부인들 가운데 야곱이 가장 사랑했던, 좀 심하게 말하면 온리 러브(only love)했던 라헬의 첫째 아들이 요셉이었기 때문이고, 노년에 낳은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이 요셉이었다. 야곱의 마음을 안다면 결코 그를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얼마나 예뻤으면 다른 아들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가며 요셉에게만 채색옷을 입혔을까?

(창세기 37:3-4) '요셉은 노년에 얻은 아들이므로 이스라엘이 여러 아들들보다 그를 더 사랑하므로 그를 위하여 채색옷을 지었더니 그의 형들이 아버지가 형들보다 그를 더 사랑함을 보고 그를 미워하여 그에게 편안하게 말할 수 없었더라'

요셉에 대한 야곱의 편애는 요셉의 삶에 양지(陽地)와 음지(陽地)를 모두 경험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요셉은 아버지 덕분에 열 여섯 살까지는 아무 부족한 것 없이 성장했다. 그러나 반대로 열 일곱 살에서 서른 살까지 십 삼년 동안 노예로 살아가는 원인이 되게 했다. 야곱이 마음으로나마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요셉의 나이 열 일곱 살에 인생의 위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사전에(beforehand) 어느 누구도 계획한 일은 아니었지만 분명 먹구름이 요셉의 인생을 뒤덮었다. 요셉의 형들이 세겜 땅에서 아버지의 양 떼를 치고 있을 때였다. 요셉은 막내 베냐민과 함께 들판에 나가지 않고 아버지 곁에 있었다. 그런데 야곱이 아들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요셉을 세겜 땅으로 보냈다. 야곱은 어떤 불행도 예견하지 못했다. 요셉은 형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보내진 심부름꾼(messenger)이었다. 야곱과 요셉은 이렇게 이별하게 되었다.

(창세기 37:12-14) '그의 형들이 세겜에 가서 아버지의 양 떼를 칠 때에 이스라엘이 요셉에게 이르되 네 형들이 세겜에서 양을 치지 아니하느냐 너를 그들에게로 보내리라 요셉이 아버지에게 대답하되 내가 그리하겠나이다 이스라엘이 그에게 이르되 가서 네 형들과 양 떼가 다 잘 있는지를 보고 돌아와 내게 말하라 하고 그를 헤브론 골짜기에서 보내니 그가 세겜으로 가니라'

세겜을 찾아간 요셉은 형들과 양떼가 도단으로 옮겨갔음을 알고 그곳으로 간다. 형들은 요셉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갑자기 모의하기 시작했다. 눈엣가시같은 요셉을 보니 이번에 그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들판이고 사건의 증인이 될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신속한 판단이고 결정이었다.

(창세기 37:18-20) '요셉이 그들에게 가까이 오기 전에 그들이 요셉을 멀리서 보고 죽이기를 꾀하여 서로 이르되 꿈 꾸는 자가 오는도다  자, 그를 죽여 한 구덩이에 던지고 우리가 말하기를 악한 짐승이 그를 잡아먹었다 하자 그의 꿈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가 볼 것이니라 하는지라'

형들에게 붙잡힌 요셉은 물 없는 구덩이에 던져졌다가 애굽을 향해 가고 있는 노예상에게 은 이십 냥에 팔려 가고 만다. 그리고 노예상은 요셉을 애굽 왕실의 친위대장인 보디발에게 팔아 넘긴다.

(창세기 37:28,36) '그 때에 미디안 사람 상인들이 지나가고 있는지라 형들이 요셉을 구덩이에서 끌어올리고 은 이십에 그를 이스마엘 사람들에게 팔매 그 상인들이 요셉을 데리고 애굽으로 갔더라...그 미디안 사람들은 그를 애굽에서 바로의 신하 친위대장 보디발에게 팔았더라'

요셉은 열 일곱 살부터 서른 살이 되기 까지 보디발의 집에서 지냈다. 처음 십 여년은 가정 총무였다. 요셉이 지혜로움을 보고 보디발이 임명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날 여주인 강간미수죄로 집에 있는 감옥에 수감되었다. 물론 사실무근이었고 요셉에게 여러번 동침을 거절당한 여주인 보디발 아내의 마지막 자존심 지키기였고 복수였다. 요셉은 최소 이 년 이상은 감옥에 있었던 것 같다.

(창세기 39:3-4) '그의 주인이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하심을 보며 또 여호와께서 그의 범사에 형통하게 하심을 보았더라 요셉이 그의 주인에게 은혜를 입어 섬기매 그가 요셉을 가정 총무로 삼고 자기의 소유를 다 그의 손에 위탁하니'

감옥에 갇힌 지 이 년 쯤 흐른 뒤 하나님이 애굽 왕에게 꿈을 주셨는데 그 꿈을 요셉이 해석해 주게 된다. 그 꿈은 너무 어려워 애굽의 술사들, 곧 어떤 무당도 해석해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년 전 꿈을 해석받은 술 맡은 관원장의 추천으로 요셉은 왕의 꿈을 명쾌하게 해석해 준다.

애굽 왕은 요셉이 꿈을 해석하는 능력을 보고 하나님의 지혜가 그에게 있다며 요셉을 왕 다음 가는 자리인 총리에 임명한다. 요셉이 해석한 꿈은 칠 년 풍년이 오고, 다음에 이어서 극심한 칠 년의 가뭄이 온다는 예언적인 꿈이었다. 그리고 과연 요셉의 해석대로 칠 년의 큰 풍년이 지나고 칠 년의 극심한 흉년이 찾아왔다.

하지만 근동지역에서 애굽 땅에만 곡식이 넘쳐났다. 흉년이 무색하리만큼 양식이 풍부했다. 애굽은 요셉 총리의 지휘 아래 칠 년 풍년 때 많은 곡식을 비축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 양이 많아 이웃 나라들에게까지 나눌 수 있는 양이었다. 그리고 흉년 둘째 해가 되었다. 요셉이 형들의 손에 의해 노예로 팔려 애굽에 온 지 22년 째였고, 그의 나이 39세였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얘기는 지금부터다. 가나안 땅에 사는 요셉의 형들이 곡식을 사러 애굽 땅에 내려온 것이다. 형들은 요셉의 생존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요셉의 생존과 요셉이 애굽의 총리가 되었음을 알게 되고 형들은 요셉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신세가 된다. 이제 상황이 역전되었다. 형들에겐 간담이 서늘해지는(blood runs cold) 실제 상황이었다.

(창세기 42:5) '이스라엘의 아들들이 양식 사러 간 자 중에 있으니 가나안 땅에 기근이 있음이라'
(창세기 45:4) '요셉이 형들에게 이르되 내게로 가까이 오소서 그들이 가까이 가니 이르되 나는 당신들의 아우 요셉이니 당신들이 애굽에 판 자라'

하지만 요셉은 형들을 용서했다. 질책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2년을 이렇게 해석한다. 지난 날 형들이 나를 애굽에 판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셔서 모두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셨다고 한다. 요셉은 지난 날의 고생을 모두 잊은 듯이 말했다.

(창세기 45:5) '당신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요셉의 해석은 너무 관대하다. 형들이 죽이기로 모의했고 노예로 팔아 넘긴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셉은 하나님이 자기를 이곳에 보내셨고, 가족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려 하심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다(Fair words please the conversation).

나는 요셉이 꿈 해석 능력이 탁월할 뿐만아니라 그의 말(言) 그릇이 대단히 크다고 본다. 자기를 죽이려 했던 형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편안하게 너그럽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요셉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을 경영할 만한 말 그릇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요셉이 고난 중에서도 쉼없이 하나님과 소통한 결과라고 믿는다.

성공한 사람은 말 그릇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솔로몬은 입술의 말로 말미암아 선하고 좋은 것을 누리게 된다고 선언한다.
(잠언 12:14) '사람은 입의 열매로 말미암아 복록에 족하며 그 손이 행하는 대로 자기가 받느니라'

성공한 인물 1,000명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는데, 그때마다 한 가지 공통된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운이 좋았어요' 라는 말이다. 어려운 일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주변 상황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어서 잘 되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말 그릇이 남다른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내가 잘해서, 내가 똑똑해서 라고 대답하고 싶을 것이다. 이것이 성공한 이들의 대답과 다른 점이다.

요셉은 하나님께서 자기를 애굽으로 인도하셨고, 하나님께서 도우셔서 오늘날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자기 마음 속에서 솟구치는 자랑하고픈 마음은 스스로 제어했다.

그럼, 말 그릇을 키우는 방법이 무엇일까? 예수님은 마음 곧 생각의 변화를 말씀하신다. 생각이 온전해야 좋은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

(누가복음 6:43-45) '못된 열매 맺는 좋은 나무가 없고 또 좋은 열매 맺는 못된 나무가 없느니라 나무는 각각 그 열매로 아나니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또는 찔레에서 포도를 따지 못하느니라 선한 사람은 마음에 쌓은 선에서 선을 내고 악한 자는 그 쌓은 악에서 악을 내나니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니라'

사도바울은 주 안에서 자신의 성공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한다. 바울은 가장 위대한 사도가 되었지만 자신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가 과거에 교회를 핍박했었다며 스스로를 낮춘다. 그리고 내가 약할 때 강하다고 고백한다.

성서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바울은 간질병을 앓고 있었다. 설교하다 혹은 전도하다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얼마나 수치스러운 모습인가?  하지만 바울은 약한 그 때가 주 안에서 강했다며 감사한다. 하나님의 능력은 약한 곳에 임하기 때문이다. 바울 또한 말 그릇이 큰 사람이다.

(고린도전서 15:9-10) '나는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라 나는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하였으므로 사도라 칭함 받기를 감당하지 못할 자니라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고린도후서 12:10)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말이 온전해야 성공한다는 것은 억측(a conjecture)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을 힘입어 성공하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말에 있어 온전해야 한다. 말 그릇을 키워야 한다. 요셉의 성공 요인은 신앙이다. 그리고 그의 말 그릇에 하나님의 축복이 부어졌다. 그런고로 많은 말을 하려 하지 말고, 말 그릇을 키워 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