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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 분홍 코끼리를 몰아내라

문학n천국 2023. 6. 16. 14:46

김상용목사의 <잠언서> 에세이
{ 솔로몬에게 듣는.. 인생 사용 설명서 }

[26] 분홍 코끼리를 몰아내라

(잠언 28:9) '사람이 귀를 돌려 율법을 듣지 아니하면 그의 기도도 가증하니라'
    'If anyone turns a deaf ear to my  instruction,
    even their prayers are detestable'

분홍 코끼리(Pink Elephant)의 법칙이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부정적 언어습관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예를 들면 '자, 이제부터 분홍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하면 그때부터 계속 머릿 속에 분홍 코끼리가 둥둥 떠 다닌다는 법칙이다. 또 '나는 코가 낮아서 못생겼어' 하면 상대방은 본래 관심이 없었는데 그때부터 은연 중에 그 코만 보게 되는 것이 분홍 코끼리의 법칙이다.

또 눈을 감게 한 후 절대 머릿속으로 계산하지 말라고 명령한 뒤 '5 × 2 = ?' 하면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계산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것이 분홍 코끼리의 법칙이다.

또 골프를 치면서 '제발 물에 빠지지만 말아라' 고 말하면 여지없이 연못에 공이 빠지는 것도 분홍 코끼리의 법칙이다. 또 컵에 물 반 컵이 있을 때 '이제 물이 반 밖에 안남았네' 라고 하는 것도 분홍 코끼리이다. 쉽게 말해 분홍 코끼리의 법칙은 부정적인 생각과 말에 붙들려 살아갈 때 우려했던 부정적인 일이 그대로 현실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 리처드 닉슨(Richard Milhous Nixon) 제 37대 미국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Watergate scandal)로부터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한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오히려 국민들이 그를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떤 사실을 부정할수록 듣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BBC 앵커 출신인 빌 맥파런 또한 부정적인 언어를 분홍 코끼리에 비유했다. 덩치 큰 코끼리가 만약 분홍색이라면 눈에 띄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표현도 눈에 띄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언어는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약성경에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을 목전에 두었을 때  모세가 열 두 명의 정탐꾼을 가나안 땅에 파송했다. 그 땅을 답사하기 위함이다. 정탐꾼들은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두루 살피고 돌아왔다. 그런데 보고하는 내용에 있어 두 부류로 나뉘고 만다. 열 명의 정탐꾼들은 그 땅을 악평한다. 땅은 좋으나 우리 능력으로 그 땅을 차지하는 것은 어림없다는 평가였다. 그러니 애굽의 노예로 다시 돌아가자고 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명인 여호수아와 갈렙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나님이 인도하셨으니 그 땅을 반드시 차지하게 하실 것이라고 백성들을 설득했다.

(민수기 13:30-33) '갈렙이 모세 앞에서 백성을 조용하게 하고 이르되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 하나 그와 함께 올라갔던 사람들은 이르되 우리는 능히 올라가서 그 백성을 치지 못하리라 그들은 우리보다 강하니라 하고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그 정탐한 땅을 악평하여 이르되 우리가 두루 다니며 정탐한 땅은 그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요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거기서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의 거인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이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

(민수기 14:6-8) '그 땅을 정탐한 자 중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여분네의 아들 갈렙이 자기들의 옷을 찢고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되 우리가 두루 다니며 정탐한 땅은 심히 아름다운 땅이라 여호와께서 우리를 기뻐하시면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시고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시리라 이는 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홍해 바다를 말리시고 백성들을 마른 땅으로 걷게 하신 일을 그새 잊어버렸다. 그래서 자기들은 가나안 땅 족속들에 비하면 메뚜기 정도 밖에 안된다며 부정적인 언사(言辭)를 서슴지 않았다. 그런고로 새 땅, 새 삶을 포기하고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과 말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 분홍 코끼리이다.

이 일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행군 방향을 돌려 가나안 땅이 아닌 광야로 들어가게 하셨다. 가나안 땅 목전에서 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게 하신 것이다. 그리고 40년을 광야에서 끝도 없이 걷게 하셨다. 결국 애굽에서 나온 사람들 중에서는 여호수아와 갈렙 두 사람만 가나안 땅을 밟게 하셨다. 또한 광야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출애굽 당시 미성년자였던 사람들만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하셨다. 부정적인 말을 한 사람들과 그들의 말을 추종한 사람들은 모두 광야에서 죽게 하셨다. 열 명의 정탐꾼들의 말처럼 백성들 모두가 마치 메뚜기 떼의 죽음처럼 의미없이 모두 사라지게 하셨다.

(민수기 14:36-38) '모세의 보냄을 받고 땅을 정탐하고 돌아와서 그 땅을 악평하여 온 회중이 모세를 원망하게 한 사람 곧 그 땅에 대하여 악평한 자들은 여호와 앞에서 재앙으로 죽었고 그 땅을 정탐하러 갔던 사람들 중에서 오직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여분네의 아들 갈렙은 생존하니라'

이스라엘이 애굽을 나온 후 홍해바다를 건너고, 호렙산에 약 1년을 머무르고, 세일산을 지나 가나안 땅 접경지역인 가데스 바네아까지 2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백성들의 불신앙으로 다시 광야로 들어가 38년을 황량한 광야 길을 걸어야 했다. 총 40년의 세월을 정착하지 못하고 길 위에서 살아야 했던 것이다.

(신명기 1:2) '호렙 산에서 세일 산을 지나 가데스 바네아까지 열 하룻길이었더라'

200만 명 이상되는 큰 집단이 광야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38년을 길 위에서 헤맨 것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은 출애굽 이후 40년 동안 생산성이 전혀 없는 집단이었다. 속된 말로 이스라엘은 40년 동안 무노동 무생산 집단이었다. 만약 하나님께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하늘에서 내려 주시지 않았다면 얼마 못가서 멸족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철저히 무능한 존재임에도 백성들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평(complaint)이 그들의 일상이었다.

만약 이스라엘 백성들이 열 명의 정탐꾼들의 부정적인 견해를 따르지 않고 여호수아와 갈렙의 말을 듣고 가나안 땅 들어가기를 즐거워 했다면 38년 동안 모래 폭풍이나 흙 먼지를 마시지 않았을 것이고 모두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서 행복했을 것이다. 누구의 말을 듣느냐에 따라 결과는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사차이도(舍車以徒)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수레를 버리고 걸어간다는 뜻이다. 요즘 말로 사서 고생한다는 의미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이와같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가나안 땅에 믿음으로 전진했다면 38년의 고생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을 스스로 메뚜기 떼로 폄하하고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한 채 뒷걸음질 함으로 사서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분명 사서 고생한 것이다(ask for trouble).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430년 동안 노예민족으로 살면서 온 몸과 영혼을 부정적인 생각과 말에 내어주고 말았다. 그냥 툭 치면 부정적인 언행을 쏟아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말씀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열 명의 정탐꾼의 부정적인 보고에 그들이 쉽게 주저앉은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그런고로 우리는 말씀으로 우리 안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몰아내야 한다. 다시말해 분홍 코끼리를 몰아내야 한다.

우리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풍성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분홍 코끼리는 떠나게 되어 있다. 우리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풍성하면 믿음으로 생각하고 믿음으로 말하게 된다. 하나님의 음성이 비로소 내 안에서 들려지게 된다. 그리고 사는 길로, 생명의 길로 갈 수 있다.

솔로몬은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 다윗왕을 이어 이스라엘 제 3대 왕에 등극하여 40년을 통치한다. 하지만 왕이 되기까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솔로몬 위로 쟁쟁한 형들이 아홉 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왕위 계승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아버지 다윗왕에게 솔로몬을 후계자로 지목해 주셨다. 이게 전부였다. 솔로몬에게는 너무나 큰 숙제였다. 솔로몬이 왕이 되는 과정에서 셋째 형 압살롬과 넷째 형 아도니야의 반역이 있었다. 이들은 결국 죽임당했다. 그리고 첫째 암논 형은 셋째 압살롬에 의해 살해되었고, 둘째 길르압은 어린 나이에 일찍 죽었다. 다윗왕의 가정사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상황을 지나며 솔로몬은 왕이 되었다. 그리고 솔로몬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며 일천번제(一千燔祭)를 드린다.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의 일천번제를 받으시고 그에게 응답하신다.

(열왕기상 3:5) '기브온에서 밤에 여호와께서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
(열왕기상 3:9)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솔로몬이 하나님께 구한 것은 '듣는 마음'이었다. 히브리어로는 레브 쇼메아(לֵב שֹׁמֵעַ), 직역하면 ‘듣는 심장’ 이다. 즉, 심장으로 들을 수 있기를 하나님께 구한 것이다. 이렇게 솔로몬처럼 하나님의 말씀이나 백성들의 말을 심장으로 들을 수만 있다면 갈등이나 분쟁이 없이 평탄하리라 본다. 듣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자기 안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 안에 채워야 한다. 우리 안에 있는 분홍 코끼리를 몰아낼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 뿐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부정(negative)이 아니라 긍정(positive )으로 우리의 삶을 이끌어 주신다.

(에베소서 6:13-17)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  그런즉 서서 진리로 너희 허리 띠를 띠고 의의 호심경을 붙이고 평안의 복음이 준비한 것으로 신을 신고 모든 것 위에 믿음의 방패를 가지고 이로써 능히 악한 자의 모든 불화살을 소멸하고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팽개치고 복을 구하는 것은 기복신앙(祈福信仰)이다. 기복신앙이란, 자신이나 가족의 물질적인 풍요(富)와 건강과 형통함 등 세속적인 복을 충족시키는 목적으로 종교를 너무 과다하게 믿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의 기도가 이와같아서 가증하다고 말씀한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분홍 코끼리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깨워서 몰아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평강을 온전히 누리는 삶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