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 갈대상자, 신의 한 수가 되다
김상용목사의 < 대화 탐구 시리즈 1 >
《 하늘과 땅의 대화 》
[6] 갈대상자, 신의 한 수가 되다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란 말이 있다. 고무공을 바닥에 던지면 다시 튀어 오르는 것처럼, 역경 앞에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특성을 말한다. 오뚝이(roly poly)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능력, 실패와 좌절을 겪고 난 뒤에 오히려 더 강해지고 성장하는 능력이다. 이렇게 회복 탄력성이 좋은 사람이 대처능력과 적응력이 좋고 행복을 더 많이 경험한다고 한다.
어릴 적 보았던 만화 <개구리 왕눈이>의 주제곡 가사이다.
'개구리 소년 빰빠빠, 개구리 소년 빰빠빠,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
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울지 말고 일어나 빰빠빠,
피리를 불어라 빰빠빠,
삘릴리 개굴개굴 삘릴릴리,
삘릴리 개굴개굴 삘릴릴리,
무지개 연못에 웃음꽃 핀다'
이렇게 일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이 회복 탄력성이다.
(잠언 24:16)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엎드러지느니라'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ikolaevic Tolstoy, 1828~1910)는 두 살 때 어머니를 잃고 아홉 살 때 아버지마저 잃었다. 아버지가 죽고 9개월 만에 할머니마저 돌아가셨다. 당시 톨스토이 가족은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었다. 톨스토이 5남매는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되었다. 고아가 된 톨스토이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도 못했고 정규 학교 졸업장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혼자서 독학했기 때문에 공부가 체계적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톨스토이가 세계적인 대문호(大文豪)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작은 습관때문이었다. 톨스토이는 열아홉 살부터 시작한 작은 습관이 있었는데, 그것은 ‘일기 쓰기’였다. 평범한 일기 쓰기가 톨스토이를 세계적인 대문호, 러시아 최고의 작가가 된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보 이반> 등의 작품을 남겼다.
성경에 인생을 가장 위태롭게 시작한 한 아이가 있다.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에 맞닥뜨렸다. 애굽(이집트) 왕이 유대인의 남아(男兒) 신생아(新生兒)는 모두 죽이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 출생이 곧 저주인 상황이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그 아이에게는 왕에게 맞설 힘이 없었다.
(출애굽기 1:15-16) '애굽 왕이 히브리 산파 십브라라 하는 사람과 부아라 하는 사람에게 말하여 이르되 너희는 히브리 여인을 위하여 해산을 도울 때에 그 자리를 살펴서 아들이거든 그를 죽이고 딸이거든 살려두라'
그의 부모는 아이를 갈대상자(papyrus basket)에 넣어 나일강(Nile)에 흘려보냈다. 생후 3개월이었다.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아이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이 아이를 나일강에서 건져 올린 이는 애굽의 공주 하셉수트(Hatshepsut)였다. 공주는 나일강에 목욕하러 왔다가 아이를 보고 건져 양자(養子)를 삼았다. 공주는 아이에게 모세(Moses)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노예민족의 아들을 양자로 삼으려 할 때 왕실의 강한 반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주는 끝내 자신의 뜻을 관철(貫徹)시킨다.
(출애굽기 2:2-3) '그 여자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잘 생긴 것을 보고 석 달 동안 그를 숨겼으나 더 숨길 수 없게 되매 그를 위하여 갈대 상자를 가져다가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고 아기를 거기 담아 나일 강 가 갈대 사이에 두고'
(출애굽기 2:5-6) '바로의 딸이 목욕하러 나일 강으로 내려오고 시녀들은 나일 강 가를 거닐 때에 그가 갈대 사이의 상자를 보고 시녀를 보내어 가져다가 열고 그 아기를 보니 아기가 우는지라 그가 그를 불쌍히 여겨 이르되 이는 히브리 사람의 아기로다'
(출애굽기 2:10) '그 아기가 자라매 바로의 딸에게로 데려가니 그가 그의 아들이 되니라 그가 그의 이름을 모세라 하여 이르되 이는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내었음이라 하였더라'
이렇게 모세는 애굽 왕궁에서 키워진다. 엘리트로 성장한 그는 40세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노예에서 해방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자기를 키워준 왕실에 대적(對敵)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모세를 배반자로 치부(置簿)해선 안된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해방자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모세의 주도로 해방을 맞게 된다(B.C.1445). 노예로 전락한 지 430년 만이다. 일명 출애굽(Exodus)이다.
(출애굽기 3:4) '여호와께서 그가 보려고 돌이켜 오는 것을 보신지라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이르시되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출애굽기 3:10) '이제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너에게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
모세는 이백 만명 쯤 되는 백성들을 이끌고 애굽(이집트)을 탈출하여 광야를 지나 가나안 땅으로 인도한다. 40년 동안의 행군이었다. 그리고 3,500년 전 유대민족은 그렇게 팔레스타인, 곧 가나안 땅에 정착한다.
모세는 전능(全能)하지 않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행하셨다. 하나님께서 출애굽 과정에서 많은 이적과 기적을 나타내 주셨다. 다만 모세는 세상 권력의 세찬 바람에 단호히 맞선 용사이다. 세찬 바람을 극복하는 것이 능력이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명대사처럼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찾아오는 고난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말이다.
모세에게 갈대상자는 '신의 한 수(神之一手,God Move)'였다. 갈대상자는 하나님께 내어맡김이다. 모세의 부모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갈대상자를 강에 흘려 보낸 것이다. 이건 믿음이 없이는 상상도 못 할 모험이다. 만약 나일강의 악어를 떠올렸다면 죽어도 결단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도 인생의 가장 절박한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갈대상자를 기억하면 좋겠다. 온전히 하나님의 뜻에 맡길 때 하나님의 세밀한 간섭하심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 이게 믿어져야 갈대상자도 가능하다. 다음은 찬양곡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네> 의 가사 일부이다.
'....어두운 밤 어둠이 깊어
날이 다시는 밝지 않을 것 같아 보여도
내 신앙 부여잡고 주님께 모든 것 맡기리니
하나님을 내가 믿음일세
지금은 내가 볼 수 없는 것 너무 많아서
너무 멀리 가물가물 어른거려도
운명이여 오라 나 두려워 아니하리
만사를 주님께 내어 맡기리
차츰차츰 안개는 걷히고
하나님 지으신 빛이 뚜렷이 보이리라
가는 길이 온통 어둡게만 보여도
하나님은 실수 하지 않으신다네'
우리가 하나님께 큰 믿음을 보이면, 하나님은 우리로 큰 기적을 보게 하실 것이다. 갈대상자는 신의 한 수, 곧 묘수(excellent plan)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