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라
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41) 인생 이모작(Encore career, 앙코르 커리어)을 준비하라
<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 , 712-770)가 ‘사람이 태어나 70세까지 사는 일이 매우 드물다.’ 는 뜻으로 썼던 시(詩)의 구절이다. 그런데 1,400년이 지난 오늘날은 70은 기본이고, 80을 넘어 90을 지나 100세까지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다.
다음은 공광규(孔光奎, 1960~) 시인의 <거짓말> 이라는 제목의 시(詩)다.
"대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속을 더 크게 비워가고
오래된 느티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을 썩히며 텅텅 비워간다
혼자 남은 시골 흙집도 텅 비어 있다가
머지않아 쓰러질 것이다
도심에 사는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도
머리에 글자를 구겨 박으려고 애쓴다
살림집 평수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친구를 얻으려고 술집을 전전하고
거시기를 한 번 더 해보려고 정력식품을 찾는다
대나무를 느티나무를 시골집을 사랑한다는 내가
늘 생각하거나 하는 짓이 이렇다
사는 것이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줄 내가 다 알면서도 이렇게 살고 있다
나를 얼른 패 죽여야 한다"
우리는 인생을 새롭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00세 인생을 넉넉히 감당해 낼 나의 인생 좌우명(座右銘), 곧 슬로건(slogan)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독수리(vulture)의 평균 수명은 약 40년 혹은 80년이다. 그러면 어떤 독수리는 40년을 살고 어떤 독수리는 80년을 사는가? 독수리는 보통 40년을 살고 나면 뾰족했던 부리와 발톱이 길어져서 구부러진다고 한다. 이 시기에 몇 개월의 고통의 시간을 겪고 이겨낸 독수리는 40년을 더 살고 그렇지 못하면 40년 정도만 산다고 한다.
여기서 고통의 시간이라는 것은 독수리가 구부러진 부리와 발톱을 날카롭게 갈아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독수리들은 돌산에서 서식한다. 40년을 살아서 부리와 발톱이 구부러지면 독수리는 돌산으로 가서 암벽에 부리를 부딪치는 고통의 과정을 겪는다.
몇 개월간의 부리를 암벽에 부딪치는 과정이 지나면 부리가 원래의 상태로 뾰족하게 된다. 그리고 난 뒤 독수리는 뾰족해진 부리를 이용해서 몇 개 월간 발톱을 뜯어내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인고(忍苦)의 시간을 잘 버텨낸 독수리는 40년이라는 삶을 더 살아간다. 즉 독수리의 인생 이모작(人生 二毛作)이 시작된다.
이모작은 같은 땅에서 한 해에 두 가지 농작물을 차례로 심어 거두는 것을 말한다. 정년(停年)은 점점 짧아지고, 이후에 죽기까지 남은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직장인의 80%가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내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여류 소설가 박완서(朴婉緖,1931-2011)씨는 담낭암(쓸개암)으로 인해 2011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고, 결혼해서 1남4녀를 둔 가정주부로 살았다. 하지만 꿈을 잃지 않았고 마침내 40세 되던 1970년 [여성동아]에 장편소설 <나목>이 당선되어서 문단(文壇)에 등단(登壇)한다. 이후 40년 동안 많은 소설을 쓴다. 그녀는 40년 동안 80편의 단편소설과 15편의 장편소설을 남겼다. 통상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70매 안팎을 단편소설, 300~500매 정도를 중편소설, 1천매 이상이면 장편소설이라 한다. 박완서 작가는 80년의 생애 중에 후반기 40년을 작가로서 인생 이모작을 살았던 것이다.
최재천(崔在天, 1954~)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는 책에서 “인생 100세 시대를 눈 앞에 둔 시점에서 50세를 전후로 해 두 인생 체제로 개혁할 것”을 주문한다. 이모작은 은퇴(隱退)나 정년(停年)에 연연하지 말고 제 2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자는 것이다.
최재천 교수는 책에서 "머지않는 장래에 실로 인생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 명실공히(名實共히) '번식기'와 '번식후기'가 각각 50년씩 거의 비슷해진다" 라고 말한다. 또한 18세기 프랑스 생물학자 뷔퐁(Buffon, 1707-1788)의 "동물의 수명은 평균 성장기간의 6배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보통 20세까지 성장하는 인간의 경우 정상 수명이 120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인용한다.
구약성경의 모세(Moses)는 인생 삼모작을 살았던 사람이다. 모세는 출생 3개월 만에 애굽 공주의 양자(adoptive son)로 입양된다. 히브리 노예의 아들이 애굽 공주의 아들로 입양된 것은 그의 인생의 첫 기적이었다. 덕분에 모세는 아무 부족함 없는 삶을 산다.
(출애굽기 2:10) '그 아기가 자라매 바로의 딸에게로 데려가니 그가 그의 아들이 되니라 그가 그의 이름을 모세라 하여 이르되 이는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내었음이라 하였더라'
모세는 나이 사십이 되어 동족 히브리인을 위해 애굽인을 살해하고 만다. 조금 충동적인 면이 있어 보이지만 이 일로 그는 왕궁에서 도망나와 광야로 들어간다. 이후 사십 년간 광야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광야생활 중 만난 여인 십보라(Zipporah)와 결혼하여 아들 게르솜(Gershom)과 엘리에셀(Eliezer)을 낳는다.
(출애굽기 2:21-22) '모세가 그와 동거하기를 기뻐하매 그가 그의 딸 십보라를 모세에게 주었더니 그가 아들을 낳으매 모세가 그의 이름을 게르솜이라 하여 이르되 내가 타국에서 나그네가 되었음이라 하였더라'
나이 팔십이 되어 모세는 하나님의 소명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탈출시킨다. 백성들은 대략 이백 만명으로 추정한다. 출애굽은 영화에서 보는 탈옥(脫獄) 수준이 아니다. 민족 대이동이다. 그는 백성들을 가나안 땅 지경에 인도한 후 120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출애굽기 3:10) '이제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너에게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
(신명기 34:7)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
애굽 왕실에서 왕자로서 40년, 광야에서 목동으로서 40년, 그리고 출애굽 리더로 40년을 살다간 모세는 인생 삼모작을 했다. 그는 인생 극(極)과 극(極')을 경험한 사람이다. 널뛰기(seesaw) 인생의 표본이다.
결국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이다. 인생 이모작이든, 삼모작이든 늘 하나님 면전(面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명 '코람데오(Coram Deo) 신앙'이다. 인생의 성공은 '하나님의 손잡기' 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전도서 12:1-2)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그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