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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이제 괜챦아

문학n천국 2024. 10. 11. 10:25

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44) 괜챦아, 이제 괜챦아 (It's okay. It's okay now)
 
대한민국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강(韓江,1970~)씨가 2024.10.10. 노벨위원회(The Nobel Foundation)로부터 노벨문학상(Nobel Prize in Literature)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이며,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Nobel Peace Prize) 수상에 이어 두번째며, 아시아 작가 수상은 2012년 중국 작가 모옌(莫言, 1955~) 이후 12년 만이다. 한강(韓江)은 2016년 소설 < 채식주의자 (The Vegetarian) >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국제문학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받은 바 있다.

스웨덴 한림원(Swedish Academy)은 선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의 삶이 지닌 깨지기 쉬운, 그 은폐된 취약함을 드러낸 긴장도 높고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얻게 되었다.”(She was receiving the honor 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

작가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króna, 약 13억 4000만원)와 메달과 증서가 수여된다. 한강의 아버지는 영화 < 아제 아제 바라아제 >의 원작자인 소설가 한승원(韓勝源,1939~)씨다. 남편 홍용희씨와 친오빠 한동림씨도 소설가이다.

다음은 한강 작가의 첫 번째 시집 <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 가운데 있는 < 괜찮아 > 라는 제목의 시다.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이제 괜찮아' "

.............

그렇다. '왜 그래' 라는 말 보다는 '괜챦아' 라는 말이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데 있어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 삶이 추궁 당하는 것을 기뻐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저 위로 받고 싶고, 공감을 원하는 것이 오늘 내 모습이고 모든 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통은 극복되기보다는 겪어가는 것이다" 라고 고(故) 박완서(朴婉緖, 1931~ 2011) 작가는 말했다. 작가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위로한답시고 방문한 지인들이 즐겨하는 표현을 놓고 분노한다. 하나님께서 의인(義人)을 먼저 데려가신다는 것이다. 세상이 너무도 혼탁하여 당신의 아들처럼 깨끗한 의인을 그냥 둘 수 없어 아름다운 천국에 먼저 데려가서 귀한 일을 맡겼다는 것이다. 이런 위로의 말은 그러나 위로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모가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치려고 하겠는가? 라고 되묻는다  박완서 작가는 "고통이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고통과 더불어 살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었다. 

구약성경에 극한 고통을 겪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욥(job)이다. 그의 인생은 '행복과 감사와 섬김'으로 설명될 수 있을만큼 모든 것이 축복 그 자체였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복을 주셨는데 모든 이들보다 월등한 축복이었다. 성경의 표현대로 하면 욥은 동방에서 가장 큰 자였다. 노인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도자들까지도 그를 존경했었다.

(욥기 1:2-3) '그에게 아들 일곱과 딸 셋이 태어나니라 그의 소유물은 양이 칠천 마리요 낙타가 삼천 마리요 소가 오백 겨리요 암나귀가 오백 마리이며 종도 많이 있었으니 이 사람은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한 자라'

(욥기 29:8-12) '나를 보고 젊은이들은 숨으며 노인들은 일어나서 서며 유지들은 말을 삼가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지도자들은 말소리를 낮추었으니 그들의 혀가 입천장에 붙었느니라 귀가 들은즉 나를 축복하고 눈이 본즉 나를 증언하였나니 이는 부르짖는 빈민과 도와 줄 자 없는 고아를 내가 건졌음이라'

하지만 사탄의 공격으로 욥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만다. 열 명의 자식이 한 날 한 시에 죽고, 재산도 모두 증발해 버리고 만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마디로 '인생사 세옹지마(人生事 塞翁之馬)'이다.

(욥기 1:19) '거친 들에서 큰 바람이 와서 집 네 모퉁이를 치매 그 청년들 위에 무너지므로 그들이 죽었나이다 나만 홀로 피하였으므로 주인께 아뢰러 왔나이다 한지라'

멀리서 그의 세 친구가 욥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다. 스스로 욥의 절친이라고 믿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욥을 위로하러 왔다가 욥의 숨은 죄를 찾아내기 위해 애쓴다. 그들은 방향을 잃고 말았다. 위로가 아니라 책망을 하고 만다.

(욥기 2:11) '그 때에 욥의 친구 세 사람이 이 모든 재앙이 그에게 내렸다 함을 듣고 각각 자기 지역에서부터 이르렀으니 곧 데만 사람 엘리바스와 수아 사람 빌닷과 나아마 사람 소발이라 그들이 욥을 위문하고 위로하려 하여 서로 약속하고 오더니'

(욥기 4:7) '생각하여 보라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정직한 자의 끊어짐이 어디 있는가'

욥의 세 친구들은 사람의 고난이 죄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그래서 욥을 단죄(斷罪)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상한 영혼을 보듬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괜챦아, 힘 내' 라는 말을 건넴으로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우리의 사명은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세우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괜챦아, 이제 괜챦을거야' 를 연습해 두어야 한다.

(에베소서 4:29)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