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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시기는 있다 그러나 늦은 시기는 없다

문학n천국 2025. 1. 13. 18:16

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57) 더 좋은 시기는 있다. 그러나 늦은 시기는 없다  (There are better times. But there is no time for it to be late)

일본의 100세 시인 할머니 시바다 도요(柴田トヨ, 1911-2013)는 92세에 시(詩)를 쓰기 시작해서 99세에 <약해지지 마> 라는 시집을 발간해 150만부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다음은 그의  책 표제와 같은 <약해지지 마> 라는 제목의 시(詩)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KFC 매장 입구에 서 있는 하얀 양복을 입은 할아버지는 KFC 창업자인 커넬 샌더스(Colonel Sanders, 1890-1980)다.

1890년 미국 인디애나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자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음식 만드는 법을 혼자 배웠고, 열 살 때부터 농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열두 살 때 초등학교를 중퇴해야 했다. 열여섯 살 때는 생계를 위해 나이를 속여가며 미 육군에 입대했지만 병을 앓는 바람에 넉 달 만에 전역했다. 이후 증기선 선원부터 철도 노동자, 보험 외판원, 주유소 일까지 닥치는 대로 했다.

가난했지만 결혼도 하고 아이도 얻었다. 그러나 대공황의 격랑에 휩쓸려 마흔 살에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믿을 건 어릴 때 배운 요리 솜씨뿐이었다. 그는 주유소 한 귀퉁이에서 배고픈 여행자들에게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테이블 하나에 의자 여섯 개로 시작한 레스토랑은 입소문을 타고 날로 번창했다.

그는 여기서 번 돈으로 큰 모텔을 지었다. 그러나 불이 나 레스토랑과 모텔이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그 자리에 레스토랑을 다시 지었지만, 고속도로가 관통하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 그에게 남은 것은 빚 뿐이었다. 게다가 아들을 잃고 아내에게도 버림받았다. 나이 60에 모든 것을 잃고 극한 상황에 빠진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는 60세 나이에 모든 것을 잃었고, 1,009번의 거절을 당한 후에 1,010번 째에 투자자를 만나, 65세에 KFC를 설립하여 세계적인 프랜차이즈(Franchise)로 성공시켰다.

독일 작가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대작 < 파우스트(Faust) >를 22세에 쓰기 시작하여 82세에 완성하였다. 거의 60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이었다. 그는 83세에 사망했다. 괴테는 근현대사에 있어서 독일의 최고의 작가로 평가 받는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The Sorrows of Young Werther) >은 1774년 발표되었는데 이 작품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당시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이 주인공 베르테르처럼 옷을 입고 다니는가 하면, 작품 속 베르테르의 자살을 모방해서 자살을 감행한 사람이 2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베르테르식 열병을 우려한 나머지 소설은 1775년 판매금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유럽사회에서 통용되는 언어는 불어와 영어뿐이었으나 괴테의 작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자 독일어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예술가들의 예술가'로 불리는 건축가이자 화가인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Aedicula Sixtina)의 벽화를 완성한 것은 90세 때였다.

미켈란젤로는 1508년에서부터 1512년 사이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무려 12,000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천지창조>를 4년, <최후의 심판>을 8년에 걸쳐 완성했다. 또한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사람들이 결혼을 재촉하면 "나에겐 끊임없이 나를 들볶는 예술이라는 부인이 있소. 또 내가 남긴 작품들이 곧 나의 자식들이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 인생 여정에 있어 늦은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앞서 다녀간 위대한 인물들이 그들의 삶을 통해 이것을 증명해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일 수도 있다. 꿈이 있다면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구약성경의 인물 가운데 모세가 있다. 비기독교인들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집트(애굽)에서 노예민족으로 살아가던 시대에 레위지파 아므람과 요게벳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노예의 아들이니 그의 인생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의 시대에 하인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태어나는 순간 그의 일생이 결정되었던 것과 같다. 돌쇠로 태어나면 평생에 돌쇠로 살아야만 했다. 주인의 뒤치다꺼리(Pick up after)만 하다가 가야 했다.

당시 애굽은 이스라엘의 번성이 두려워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하자마자 죽이라는 왕명을 산파들에게 내린다. 하지만 모세의 부모는 아이가 너무 잘 생겨 아이를 석달을 숨겨 양육한다. 석달이 지나 더 숨길 수 없게 되자 아이를 나일강에 바구니에 담아 떠나보낸다. 물론 살리기 위함이다.

(출애굽기 2:2) '그 여자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잘 생긴 것을 보고 석 달 동안 그를 숨겼으나' (and she became pregnant and gave birth to a son. When she saw that he was a fine child, she hid him for three months)

여기서 '잘 생겼다'는 단어는 히브리어 토브 (טוב)인데 창세기에서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문장에 사용된 단어이다. 다시말해 장동건 정우성처럼 잘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이가 '범상치 않았다'는 의미이다.

하나님께서 나일강에 던져진 아기 모세를 애굽 공주가 건지도록 역사하신다. 그리고 모세는 공주의 양자가 되어 왕실의 왕자 신분을 얻는다. 40년을 왕실에서 왕족의 교육을 받는다. 40세 때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핍박하는 애굽 군인을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목숨을 위하여 광야로 도망하여 40년을 지낸다. 인생 곤두박질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모세 80세에 그를 찾아오셔서, 출애굽을 명령하신다. 모세는 애굽으로 돌아가 200만명 쯤 되는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팔레스타인)에 들여보낸 후 120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사용하신 것은 경험과 추진력을 갖춘 40-50대 중년의 모세가 아니었다. 80세에 부르셔서 40년간 그를 하나님의 도구로 쓰셨다. 모세 개인이 습득한 인간적인 능력이 소실되었을 즈음이다.

20세기 터키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Nâzım Hikmet,1902-1963)는 <진정한 여행>이란 시에서 노래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 우리에게도 아직 좋은 날은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염려하지 말자. 우리 인생 최고의 날은 지금 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