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기적을 말하다} 시리즈 6
김상용목사의 {기적을 말하다} 시리즈 6
[6] 만나와 메추라기 (출16:1-20)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로 홍해를 건너게 하시고, 추격해 오는 애굽 군대를 바다에 몰살시킨 장면은 대서사시라 할 수 있다. 이 사건에는 모세라는 영웅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날 홍해를 건넌 모든 백성들은 하늘에는 하나님, 땅에는 지도자 모세가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가나안 땅을 소망했을 것이다. 더 이상 걱정할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애굽을 떠난지 한 달이 지나 신광야에 도착하면서 백성들은 그 본성이 드러나고 말았다. 애굽에서 지낼 때가 좋았다며 불평하기 시작했다. 한 달 전 홍해 앞에서 하나님을 찬양했던 일은 벌써 잊어버린 것 같았다. 망각의 사람들이었다.
(출16:1-3)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이 엘림에서 떠나 엘림과 시내 산 사이에 있는 신 광야에 이르니 애굽에서 나온 후 둘째 달 십오일이라 이스라엘 자손 온 회중이 그 광야에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여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있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너희가 이 광야로 우리를 인도해 내어 이 온 회중이 주려 죽게 하는도다'
이 말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찬 물을 끼얹는 불신앙이자 불평이었다. 모세의 지도력을 부정하는 말이었다. 불기둥, 구름기둥으로 동행해 주시고 홍해바다를 가르는 기적을 보여 주셨음에도 백성들은 어느새 과거로 되돌아가 있었다. 신앙의 퇴보이다.
그러나 사실 백성들의 이 말은 과장되어 있었다. 노예 신분인 그들이 고기 가마 곁에 편히 앉아 고기를 실컷 뜯었을까? 착각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의 불평을 들으시고 징계를 내리는 대신 새로운 양식으로 먹이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출16:8) '모세가 또 이르되 여호와께서 저녁에는 너희에게 고기를 주어 먹이시고 아침에는 떡으로 배불리시리니'
(출16:13-14) '저녁에는 메추라기가 와서 진에 덮이고 아침에는 이슬이 진 주위에 있더니 그 이슬이 마른 후에 광야 지면에 작고 둥글며 서리 같이 가는 것이 있는지라'
만나와 메추라기, 하나님께서 광야를 걷는 백성들을 위해 새롭게 선보이신 메뉴이다. 만나(manna)는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메뉴로 떡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구워 먹을 수도 있었다. 메추라기(quail)는 꿩과의 조류로 단백질 보충용 메뉴이다. 그래서 저녁에는 메추라기를 진 주변에 내려 주셨고 이침에는 만나를 내려 주셨다.
약 이백 만명의 사람들이 먹을 수 있을 만한 양이었으니 만나와 메추라기가 산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 메추라기는 한 달 동안만 일시적으로 내렸다(민11:20). 백성들이 고기가 없음으로 불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나는 40년 광야생활 내내 공급 받았다. 이렇듯 광야의 주식이 만나(manna)였는데 이것만 먹었다 해서 영양 불균형에 시달린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다. 백성들은 광야생활 40년 동안 음식 문제를 이렇게 해결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옷은 40년 동안 해어지지 않도록 해주셨고, 수면환경은 불기둥 구름기둥으로 최적의 온도를 맞춰 주셨다. 문화생활에 대한 것은 공식적으로 언급이 없으나 스스로 찾아서 즐겼으리라. 어렸을 적 작은 돌멩이 몇 개만 있어도 공기놀이를 했고, 나뭇가지로 줄을 그어서 각종 놀이를 했었다. 아마 백성들도 무엇인가를 즐겼으리라. 광야라는 장소만 다를 뿐 그곳도 사람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럼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만나를 비같이 내려 주신 목적이 무엇일까? 하나님의 명령인 율법을 지키는지 보기 위함이라고 말씀한다. 떡을 먹는 일에서 더 나아가 명령에 순종하는 것까지 기대하셨다는 것이다.
(출16:4) '그 때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서 양식을 비 같이 내리리니 백성이 나가서 일용할 것을 날마다 거둘 것이라 이같이 하여 그들이 내 율법을 준행하나 아니하나 내가 시험하리라'
우리가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하게 되었다면 그것을 내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써서는 안되는 것이다. 목을 뻣뻣하게 해선 안된다. 말씀에 더 가까이,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더 겸손해져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하셨다. 새벽녘이었다. 깊은 곳이 아닌 호수 가장자리에 물고기들이 모여 있을 시간이었다. 조금 엉뚱해 보이는 주문이지만 베드로가 말씀에 순종했다. 그랬더니 두 배에 가득히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이때 베드로의 고백이 훌륭하다. 명답을 말했다. '주여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나를 떠나소서'(눅5:8). 기적을 체험할수록 우리의 모습이 이러해야 한다.
(눅5:4-6)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시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그렇게 하니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
은혜를 받을수록, 기적을 경험할수록 우리는 더 낮아져야 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기적 때문에 교만해지면 안된다. 하나님께서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기적을 베푸신 것은 말씀에 귀기울이게 하기 위함이다. 말씀에 순종하게 하기 위함이다. 결코 특권의식을 심어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만나와 메추라기 사건은 공급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 말씀으로 살아가는 삶을 우리에게 권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