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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능력으로 일어서라

문학n천국 2024. 5. 22. 16:20

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11) 선한 능력으로(By gentle powers) 일어서라

독일의 히틀러와 나치 정권(1933~1945) 시절,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s, 1906-1945) 목사가 순교하기 전 남긴 시(詩)가 있는데 <선한 능력으로> 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이 시(詩)에 독일 교회음악가 지그프리트 핏츠(Siegfried Fietz)가 곡(曲)을 붙였고 요즘 교회에서 많이 불려지고 있다.

본회퍼는 독일 루터교 목사로 나치(Nazi)에 저항하여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를 암살하려는 단체를 돕다가 독일 비밀 경찰인 게슈타포(Gestapo)에 체포되었다. 그리고 겨울이 깊어가던 1944년 12월 19일, 본회퍼 목사는 베를린의 차가운 지하 감옥 안에서 약혼녀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Maria von Wedemeyer)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이 편지 말미(Closing)에 다음의 시(詩)를 써서 보낸다. 이 편지는 그가 남긴 생의 마지막 글이 되었고, 2차 세계대전의 종전(終戰)을 불과 3주 앞두고 1945년 4월 9일 새벽, 독일 플로센뷔르크 수용소에서 교수형으로 처형되어 39세로 생(生)을 마감했다. 수감생활 1년 6개월 만이었다.

<선한 능력으로>

" 선한 능력에 언제나 고요하게 둘러쌓여서,
보호받고 위로받는 이 놀라움 속에
여러분과 함께 오늘을 살기 원하고
그리고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원합니다.

옛 것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어두운 날들의 무거운 짐은 여전히 우리를 누르지만, 오 주님, 내몰려 버린 우리의 영혼에게
주님께서 예비하신 구원을 주옵소서!

주님께서 쓰라리고 무거운 고통의 잔을
가득 채워 저희에게 주셨으므로
저희는 그 잔을 주님의 선하고 사랑스런 손으로부터 떨림없이 감사함으로 받습니다.....

선한 능력에 우리는 너무 잘 보호받고 있으며
믿음으로 일어날 일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밤이나 아침이나 우리 곁에 계십니다. 또한 매일의 새로운 날에 함께 하십니다"

(Dietrich Bonhoeffer, Brevier. 1944년12월 )

차가운 지하 감옥 바닥에 엎드려 잠을 청하지만 그래도 본회퍼는 놀라운 평화를 고백한다. 주님의 선한 능력에 붙들려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망하고 불평해도 충분히 수긍할(agree) 수 있을 것 같은데 불평이 들어갈 조금의 빈 틈도 없다. 가히 신앙의 끝판왕(the last word) 같다.

이는 구약성경의 요셉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요셉은 야곱의 열 한번 째 아들이다. 위로 이복 형 열 명이 있다. 하지만 형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요셉이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다는 불만과 어린 애가 형들 앞에서 톡톡 튀는 행동을 한다는 이유때문이었다(창37:4-11).

요셉은 17세이던 어느날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먼 지역인 도단에 가서 아버지의 양떼를 치고 있는 형들의 안부를 살핀다. 이것이 아버지와 고향을 떠나는 생이별이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형들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방문한 요셉을 마침 그곳을 지나는 노예상에 은 이십에 팔아버린다. 요즘말로 친족간 인신매매 사건이다(창37:28).

요셉은 애굽(이집트) 왕실 친위대장 보디발의 집에 팔려간다. 그리고 노예로서 현실에 적응하고 살아갈 무렵 여주인이 요셉에게 은밀한 눈빛을 보내며 관계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친다. 여주인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남편에게 성폭행 미수로 요셉을 고발한다. 요셉은 친위대장의 그 집에 있던 감옥에 갇힌다. 그리고 이년 동안 성범죄자로 지하 감옥에서 지낸다(창39:7-20).

요셉의 삶에 풍파가 계속된다. 그렇지만 요셉은 하나님을 경외한다. 인생을 비관하거나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형들에 대한 원망의 말도 하지 않는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잘 견뎌낸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견디어 낸다.

그리고 노예가 된 지 13년 후 30세 때 요셉은 애굽왕의 근심이 된 어려운 꿈을 해석해 줌으로써 왕 다음인 총리직에 임명된다(창41:37-45). 이후 110세에 죽기까지 권력과 부와 명예에서 한순간도 멀어지지 않는다. 요셉의 온 생애를 돌아보면 하나님의 선하심에 온전히 기대어 살아간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결과는 해피엔딩(Happy Ending)이었다.

본회퍼나 요셉의 삶은 오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우리 마음에 하나님의 선한 능력을 확신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언제나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에게 다가오는 많은 고난들은 하나님의 선한 능력을 경험케 하는 도구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주님의 선한 능력을 따라 약점(weakness)을 극복할 수 있다. 'bad point'(단점) 를 'strong point' (강점)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