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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싱크홀을 극복하라

문학n천국 2024. 6. 5. 06:16

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15) 인생의 싱크홀(sinkhole)을 극복하라

싱크홀(sinkhole)은 '땅 꺼짐'을 말한다. 땅 표면이 여러 가지 이유로 내려앉아 땅 표면에 구멍이 나거나 커다란 웅덩이가 생기는 현상이다. 지질학적으로 말하면 지하수가 빠져 나가면서 그곳이 빈 공간이 되고 그로 인해 지반이 내려앉는 것을 말한다. 비슷한 의미의 블루홀(Bluehole)은 바다의 해저(海底) 꺼짐 현상이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오늘 싱크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20년 째 매일 청계산 같은 자리에서 산(山) 기도를 하는데 내 기도하는 자리에 작은 싱크홀이 생겼다. 2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크기는 매우 작아서 싱크홀이라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크기인 폭 15cm × 깊이 30cm 정도의 미니 싱크홀이다. 어쩌면 그냥 작은 웅덩이가 생긴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 웅덩이에 돌멩이들을 주워다가 메우면서 나에게는 싱크홀이라는 글 재료, 곧 글감(Source)이 생겼으니 감사할 뿐이다.

2021년 7월 15일,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한 아파트 주민들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 밖에서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집 바로 앞에 있는 도로의 지반(地盤)이 내려앉는 거대한 붕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꺼져 들어가는 웅덩이 속으로 자동차와 도로, 인도와 잔디밭이 빠져 들어갔다. 그리고 아파트와 건물들이 싱크홀로 점차 빨려 들어갔다. 이 사고로 100명 가까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러한 싱크홀은 가뭄 기간에 지하수가 말라붙어 지표(地表)를 지탱할 힘이 없을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이렇게 갑자기 모든 것이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현상을 보면서 지금 두 발로 딛고 서 있는 땅이 과연 안전한지 의심하게 된다. 또한 우리도 플로리다의 싱크홀과 같은 상황을 마주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본다. 

성경에 인생의 싱크홀을 경험한 여인이 있다. 유대인 나오미(Naomi)다. 그녀는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유대 땅 베들레헴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큰 흉년이 유대 땅에 임하자 타국 땅 모압으로 이주한다. 물론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베들레헴에서 버텨내기엔 흉년의 기세가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고향 땅을 떠날 땐 돌아올 여지도 충분히 남겨두었을거라 생각한다.

(룻기 1:1-2)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에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 유다 베들레헴에 한 사람이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 지방에 가서 거류하였는데 그 사람의 이름은 엘리멜렉이요 그의 아내의 이름은 나오미요 그의 두 아들의 이름은 말론과 기룐이니 유다 베들레헴 에브랏 사람들이더라 그들이 모압 지방에 들어가서 거기 살더니'

그러나 모압 땅에 정착한 것도 잠시 나오미의 가정에 시련(試鍊)이 닥쳤다. 십 년 사이에 남편과 두 아들이 죽고 만다. 성경은 이들의 죽음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룻기 1:3-5)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이 죽고 나오미와 그의 두 아들이 남았으며 그들은 모압 여자 중에서 그들의 아내를 맞이하였는데 하나의 이름은 오르바요 하나의 이름은 룻이더라 그들이 거기에 거주한 지 십 년쯤에 말론과 기룐 두 사람이 다 죽고 그 여인은 두 아들과 남편의 뒤에 남았더라'

이렇게 결말(ending)이 좋지 못하면 보통은 없는 죄도 소환하여 갖다 붙이려 한다. 죄 때문이었다고 결론지으려 한다. 그러나 성경의 기록만으로는 나오미 가정을 단죄(斷罪)할 수 없다. 그저 연속된 불행으로 가정이 무너졌다는 것만이 드러난 진실이다.

나오미는 고향 땅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고향 사람들의 오해와 비난을 감당하기로 한다. 그리고 두 며느리를 친정으로 돌려보내고자 한다. 아들들이 모두 죽었으니 친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그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며느리 룻(Ruth)은 나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고집한다. 룻은 이미 유대인이 되었고, 이미 하나님의 신자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룻기 1:15-16) '나오미가 또 이르되 보라 네 동서는 그의 백성과 그의 신들에게로 돌아가나니 너도 너의 동서를 따라 돌아가라 하니 룻이 이르되 내게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그러나 룻의 애정에도 불구하고 나오미는 보상받았다는 마음은 없었을거라 생각한다. 나오미의 상실감은 여전했을거라 생각한다. 마음의 싱크홀은 메워지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인생인걸 어찌하랴?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약물치료나 상담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선 우울증이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울증은 몸이 쉬지 못하고 마음이 텅 비어서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전문가는 우울증을 빨리 끝내기 위해 꾸준한 책 읽기를 권한다. 책을 꾸준히 읽다보면 우울증이 치유된다고 한다. 사람이 만져주지 못하는 부분을 글이 만져준다는 얘기다.

인생의 싱크홀을 만났을 때 무엇이 최선인지 나오미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곧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해하고 비난할지라도, 하나님은 위로하고 회복하고 치유해 주시는 분임을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베들레헴에 돌아온 나오미와 룻에게 하나님이 복을 주셨다. 룻은 유대인 보아스와 재혼을 했고, 그리고 모압 여인 룻은 다윗왕의 증조모(great grandmother)가 되었다.

(이사야 41:17) '가련하고 가난한 자가 물을 구하되 물이 없어서 갈증으로 그들의 혀가 마를 때에 나 여호와가 그들에게 응답하겠고 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그들을 버리지 아니할 것이라'

(룻기 4:16-17) '나오미가 아기를 받아 품에 품고 그의 양육자가 되니 그의 이웃 여인들이 그에게 이름을 지어 주되 나오미에게 아들이 태어났다 하여 그의 이름을 오벳이라 하였는데 그는 다윗의 아버지인 이새의 아버지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