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21)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Go alone like musso's horn)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글은 불교 초기의 대표적 경전(經傳)인 ‘숫타 니파타(Sutta Nipāta, 經集)’의 명구(名句)이다. 법정스님도 수행(修行)을 할 때 오두막 한 쪽 벽에 이 글귀를 적어 놓고 눈에 들어 올 때마다 외웠다고 한다.
여기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는 말은 인간의 모든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뿔이 하나뿐인 코뿔소처럼 우직하고 묵묵히 정진(精進)하라는 뜻이다.
문학계에서는 공지영 작가(1963~)가 쓴 베스트셀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3)는 작품이 있다. 다음은 그 줄거리이다.
한때는 글도 잘 쓰고 공부도 잘하고 꽤 칭찬도 받았던 괜찮은 여학생이었던 세 친구 경혜, 영선, 혜완은 결혼 이후에는 더 이상 사회에서 괜챦은 직업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전업주부로서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도 못한다.
과거 유명한 아나운서였던 경혜는 부유한 의사와 결혼한 뒤 자기 일을 포기하지만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로 고통받는다. 결국 자신도 맞바람을 피우며 적당히 현실과 타협한다.
영선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남편을 뒷바라지 해 그를 성공한 영화감독으로 만든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이 성공한 만큼 더욱 초라해진 자신의 현실을 견디지 못한 채 자살하고 만다.
혜완은 결혼과 출산으로 경단녀(경력단절 여성)가 된 자신을 견디지 못해 재취업을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고 결국 남편과 이혼한다. 그리고 이혼 후엔 홀로 서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자신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때문에 갈등한다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공지영 작가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대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대해 '탄력을 받아서 쓴 글이 아니다. 돈이 필요해서 막 썼다" 라고 고백했다. 공지영은 '당시 혼자서 딸을 키우던 때인데 돈이 없었다. 출판사에서 원고료 300만원을 제안하며 선금으로 150만원을 입금하자 쓰기 시작했다' 라고 고백했다. 공지영 작가는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을 했다. 참고로 1995년 근로자 월 평균 급여는 100만원 정도였다. 물론 직업이나 직급에 따른 편차(deviation)는 있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처럼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둘러보면 불만을 표출하지 못해 안달난(be fussy)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어디 화풀이(take it out on)할 데가 없는지 찾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근래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 가 성행하는 것도 아마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불교(佛敎)에서 수행(修行)을 위해 세상을 등지고 혼자서 고군분투(fight alone) 하는 것은 나의 신념(信念)인 기독교(基督敎)와 다르다. 오히려 기독교는 하나님과의 동행을 통한 진리 체험과 치유를 가르친다. 기독교는 임마누엘(Immanuel)이 기본 전제가 된다. 다시말해 세상을 등지지 않고 세상 안에서 복음으로 살며, 복음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 원리이다.
(마태복음 1:23)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신약성경에 빌립집사의 이야기가 있다. 빌립은 초대 예루살렘교회의 일곱 명의 첫 안수자 가운데 하나이다. 열 두 사도들을 도와서 교회를 섬기고 복음을 전하는 일을 했다. 오늘날 교회제도로 말하면 안수집사이다. 빌립은 일곱 집사 중 스데반과 함께 유일하게 기록으로 그의 행적이 남아 있다. 그는 능력있는 전도자였다.
(사도행전 8:5-8) '빌립이 사마리아 성에 내려가 그리스도를 백성에게 전파하니 무리가 빌립의 말도 듣고 행하는 표적도 보고 한마음으로 그가 하는 말을 따르더라 많은 사람에게 붙었던 더러운 귀신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나가고 또 많은 중풍병자와 못 걷는 사람이 나으니 그 성에 큰 기쁨이 있더라'
사마리아 땅에서 열심히 복음을 전하던 빌립에게 성령이 갑자기 광야로 가라고 명령하신다.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곳은 가사(Gaza) 땅이다. 가사는 오늘날 분쟁지역인 가자지구를 가리킨다. 예루살렘에서 서남쪽으로 약 70km 거리이다.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수십 km를 이동한다는 것은 쉬운 결단이 아니다. 요즘처럼 고속철도나 승용차가 없던 시절이다. 하지만 풀 한 포기 찾기 힘든 광야 사막도 빌립의 전도열정을 막지 못했다. 빌립은 복음전파를 위한 무소의 뿔같은 사람이었다.
(사도행전 8:26-28) '주의 사자가 빌립에게 말하여 이르되 일어나서 남쪽으로 향하여 예루살렘에서 가사로 내려가는 길까지 가라 하니 그 길은 광야라 일어나 가서 보니 에디오피아 사람 곧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관리인 내시가 예배하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돌아가는데 수레를 타고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읽더라'
갑(甲)이라는 사람이 밤길을 가는데 을(乙)이란 사람이 땅바닥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갑이 을에게 뭘 찾느냐고 물으니 을은 집 열쇠를 잃어버려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이를 측은히 여긴 갑은 같이 찾아주기로 하고 을이 찾는 주변을 열심히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열쇠가 눈에 띠지 않았다.
한참 찾다가 갑이 을에게 '열쇠를 잃어버린 데가 여기가 맞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을은 '아니요, 열쇠는 저쪽에서 잃어버렸소' 라고 대답했다. 손가락으로 다른 곳을 가리키면서 말이다. 갑은 '아니, 열쇠를 잃어버린 곳은 저쪽인데 그걸 여기서 찾으면 어찌하오?' 라고 말했다. 그러자 을은 '저쪽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으니 환한 여기서 찾는 것이오' 라고 대답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는 방법이 이와같다고 생각한다. 엉뚱한 곳에서 하나님을 찾고, 구원을 찾는다. 우리나라처럼 이단과 사이비 종교가 득세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곳엔 구원이 없다. 하나님을 찾는 일에 우리는 무소의 뿔처럼 좌우로 치우침없이 우직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주님 안에서 우직하게 맏음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