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22)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되라
군기(軍紀)가 엉망이고 패전(敗戰)을 거듭하는 오합지졸(烏合之卒) 군대를 일컬어 '당나라 군대' 라 부른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의 당나라 군대는 건국 초창기만 해도 매우 강력한 군대였다. 고구려, 토번, 돌궐 등 중국과 오랫동안 대립하던 나라들을 차례로 정복한 군대였다.
이렇게 막강하던 당나라 군대가 오합지졸의 대명사로 전락한 것은 8세기 중반 양귀비(楊貴妃, 719-756)와의 스캔들로 유명한 당 현종 (唐玄宗)때부터이다. 7세기에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뜨리고 채 100년도 지나지 않아 군대가 망가진 셈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당나라 군대가 급격히 쇠퇴한 것은 현종 때 징병제(徵兵制)에서 모병제(募兵制)로 전환하며 이민족(異民族) 용병들에게 국방을 떠넘기고 나태해졌기 때문이라는 설(說)도 있다.
양귀비를 설명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경국지색(傾國之色)> 이다. '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아름다운 미인' 이라는 뜻이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나라를 기울게 했을까?
현종(A.D. 712-756년)은 황제의 자리에 있는 동안 유독 양귀비를 총애했다. 본래 양귀비는 현종의 열 여덟 번째 아들의 며느리였다가 현종의 후궁이 되었다. 양귀비는 글솜씨가 뛰어났다고 한다. 현종이 원하면 언제든 시 (詩) 한 수를 지어 읊어 주었다고 한다. 또한 음악과 가무(歌舞)도 뛰어나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755년 < 안사의 난(安史之亂) >이 일어나 현종과 양귀비는 피난을 떠나게 된다. 그러다가 반란군이 양귀비를 내어놓으라 요구하자 궁지에 몰린 현종은 양귀비로 자신을 떠나게 한다. 그리고 황제에게서 떠난 양귀비는 배나무에 비단천으로 목을 매 자결(自決)한다. 이때 그녀의 나이 38세였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곧, '십년 넘게 이어지는 권력은 없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10일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는 뜻인데 양귀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릴 적 동네에서 자주 들었던 노래 가운데 <노랫가락 차차차> (황정자,1962)라는 곡이 있는데 그 가사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화란춘성 만화방창,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 차차차'
구약성경에 블레셋 군대가 이스라엘을 침략했던 사건이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건국 초기로써 국방력이 매우 취약했다. 이때 블레셋 군대의 적장(enemy general)은 골리앗(Goliath)장군이었다. 그는 거인 장수로서 아마도 분위기 메이커였던 것 같다. 골리앗의 키는 여섯 규빗 한 뼘으로 현재의 단위로 환산하면 2m90cm 정도이다.
(사무엘상 17:4) '블레셋 사람들의 진영에서 싸움을 돋우는 자가 왔는데 그의 이름은 골리앗이요 가드 사람이라 그의 키는 여섯 규빗 한 뼘이요'
그리고 사울은 왕이 된 지 2년 째에 이스라엘에서 처음으로 상비군(常備軍)을 조직한다. 이 군사는 유사시 전 이스라엘 지파에서 모집한 군사가 아니라, 상비군으로서 평시에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서 사울과 함께 했던 군사이다. 이 군사의 수는 3,000명이었다.
그러다가 블레셋 군대가 침략했을 때에 사울왕은 선지자 사무엘이 와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후 전쟁에 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사무엘은 예정된 7일 안에 오지 않았다(삼상 13:8), 그러자 사울왕의 군사들은 사무엘이 이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사기를 잃고 흩어진다(삼상 13:8). 그래서 사울은 다급한 마음에 규정을 어기고 자기 손으로 제사를 집례하고 만다. 그 후에 사무엘이 도착해서 사울이 한 일을 보고 사울을 책망한다. 이 과정에서 사울을 따르는 군사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그 남은 숫자는 약 600명 정도이다(삼상 13:15).
결국 20%만 남고 모든 군사가 뿔뿔이 흩어진 셈이다. 이렇게 80%가 한순간에 붕괴되어 흩어진 군대가 사울왕의 군대였다. 군기(軍紀)라고는 눈씻고 봐도 없다. 이정도면 당나라 군대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물론 전쟁이 시작될 때 징병을 했을 수도 있지만 기록은 없다.
골리앗이 선봉에 서서 이스라엘 군대를 모욕한 날은 사십 일 동안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잠잠했다. 기싸움에서 이미 패배한 것이다.
(사무엘상 17:10-11) '그 블레셋 사람이 또 이르되 내가 오늘 이스라엘의 군대를 모욕하였으니 사람을 보내어 나와 더불어 싸우게 하라 한지라 사울과 온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의 이 말을 듣고 놀라 크게 두려워하니라'
(사무엘상 17:16) '그 블레셋 사람이 사십 일을 조석으로 나와서 몸을 나타내었더라'
속절없이 사십 일이 흐르고 그 전장에 한 인물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다윗이다. 다윗은 십대 후반의 소년이었다. 다윗의 등장으로 골리앗의 막말 공격은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골리앗은 다윗의 말 공격에 말려든다.
(사무엘상 17:46-47) '오늘 여호와께서 너를 내 손에 넘기시리니 내가 너를 쳐서 네 목을 베고 블레셋 군대의 시체를 오늘 공중의 새와 땅의 들짐승에게 주어 온 땅으로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계신 줄 알게 하겠고 또 여호와의 구원하심이 칼과 창에 있지 아니함을 이 무리에게 알게 하리라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넘기시리라'
결과적으로 거인(giant) 골리앗은 다윗에 의해 목베임을 당하고 블레셋 군대는 패퇴하게 된다.
(사무엘상 17:51) '다윗이 달려가서 블레셋 사람을 밟고 그의 칼을 그 칼 집에서 빼내어 그 칼로 그를 죽이고 그의 머리를 베니 블레셋 사람들이 자기 용사의 죽음을 보고 도망하는지라'
이 사건은 다윗이 역사속에 등장하는 첫 장면이 되었다. 당나라 군대같던 이스라엘 군대에 영웅이 탄생하는 장면이다. 그가 곧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다윗왕이다.
나는 전쟁의 역사들을 보면서 그 공간을 지배하는 한 사람에 의해 결과가 좌우됨을 본다. 오늘 우리가 그러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에 붙들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도 골리앗을 물리치고 전장을 지배한 다윗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하나님 신앙'이다. 이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