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23) 퇴근하겠습니다 (Get off work)
육중완 밴드의 노래 <퇴근하겠습니다>의 가사내용이다. 일명 <직장인 퇴근송>이다.
'오래 버텼네 참나, 오래 버텼어,
이 나이 먹을 동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았네
배고픈 세상, 가난한 청춘이라 음음,
나 기대하는 사람들의 책임감에 버텼네
퇴근하겠습니다, 퇴근하겠습니다
이놈의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버텨왔는데
퇴근하겠습니다, 퇴근하겠습니다
나 이제 행복 찾아 멀리멀리 떠나렵니다
퇴근하겠습니다........
그만두겠습니다, 나 그만둡니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인생 한 번 걸어볼랍니다
퇴근하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육아퇴근'이다. 그러다 가끔 남편이나 시부모님이나 친정부모님이 아이를 잠깐 맡아 주어 나만의 시간이 생기면 '자유부인'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배우자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을 전담하는 것을 '독박육아'라고 부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는 이래저래 퇴근하고 싶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정시(定時)에 직장 문을 나서는 칼퇴근 (finish on the dot)을 축복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퇴근은 '나만의 시간'의 시작이기에 직장인들은 퇴근시간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요즘 직장인들에게 <퇴근카페>가 유행이다. 집으로 곧장 퇴근하면 소파에 널브러지기 십상이기에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집이 아닌 스타벅스(Starbucks) 커피숍으로 퇴근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된 요인은 직장인의 정년(停年)이 짧아진 대신, 수명은 늘어나서 하나의 직업으로 100세 인생을 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페로 퇴근해 새로운 공부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놈의 공부는 끝도 없다' 는 것이 그들의 푸념(complaint)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어떤 작가는 글쓰는 본업 외에도 서른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팔방미인(八方美人)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나태주(1945~) 시인의 <사는 일> 이라는 제목의 시(詩)다.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시인(詩人)처럼 오늘 하루 잘 살았다고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다. 후회나 탄식보다는 감사로 매듭짓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신약성경에 보면 사도바울(Apostle Paul)이 죽기 전 마지막 편지를 제자 디모데(Timothy)에게 보냈는데 곧 디모데후서이다. 바울의 유서라고 할 수 있는 서신이다. 이 서신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디모데후서 4:7-8)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이렇게 바울처럼 자신의 인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충분하다'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한다. 그는 아마도 철학자로서 매우 성실한 삶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얼마나 시간 관리를 잘하는지 그가 동네를 산책하는 것을 보고 일하던 농부들이 시계의 시간을 맞추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반면에 좀 후회스러워 보이는 마지막 말을 남긴 사람도 있다. 바로 베토벤(Beethoven)이다. 그는 '아쉽다. 너무 아쉽다. 코미디는 끝났다' 는 말을 남겼다. 그는 천재적인 음악가였지만 삶은 대체로 만족하지 못한 듯하다.
구약성경의 인물 가운데 에녹과 엘리야는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 살아서 천국에 입성했다. 이들은 하나님과 동행했던 사람들이다. 이들도 인생을 잘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창세기 5:24)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
(열왕기하 2:11) '두 사람이 길을 가며 말하더니 불수레와 불말들이 두 사람을 갈라놓고 엘리야가 회오리 바람으로 하늘로 올라가더라'
오늘 우리도 인생을 잘 살고, 인생퇴근을 잘 해야 한다. 사람들 가운데 천국으로 퇴근하는 이들도 있고, 지옥으로 퇴근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았더라도 지옥으로 퇴근한다면 인생을 잘 못 산 것이다. 천국으로 인생퇴근해야 한다. 천국과 지옥에서의 시간은 영원하다. 돌이키지 못한다. 퇴근 잘 못하면 큰 일이다.
그리고 천국으로 퇴근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 예수께만 구원이 있고, 예수께만 영원한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요한복음 14:6)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