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26) 'Carpe diem ; Seize the day' (오늘을 즐기라)
안도현(1961~) 시인은 "글을 쓸 때 최소 50번 이상 고치고, 많을 때는 200번에서 300번까지도 수정한다고 한다. 혼자 보는 일기도 아니고, 둘이 읽는 편지도 아니고, 무한의 독자가 읽는 것이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고 말한다.
또한 "인생은 연습이 없기 때문에 삶도 고치고 또 고치며 살아야 한다. 과정의 즐거움이 빠지고 결과만 얻으려 하면 그게 바로 고통이다" 라고 말한다.
다음은 안도현(1961~)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제목의 짧은 시(詩)다. 그의 대표작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오늘 우리도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면 좋겠다. 결과에만 집착하면 인생이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결과에 대한 중압감에 힘들어질 수 있다.
고은(1933~) 시인의 <그 꽃>이라는 세 줄, 열 다섯 글자의 시(詩)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우리가 결과에만 치중하다 보면 삶의 분초(分秒)마다 놓치는 장면들이 있다. 34년 차 운전 경력을 가진 나는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물들을 거의 눈에 담지 못한다. 속도가 빠를수록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눈 알이 빠져라 앞만 쳐다보고 시속 100km로 달리면 정말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굳이 무언가를 기억해 낸다면 노란색 중앙선과 흰색 차선 뿐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수는 그의 책 <곡선이 이긴다>에서 "행복은 목적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로 가는 수많은 간이역(簡易驛)에 존재한다"고 했다. 그렇다. 행복은 한적한 인생의 간이역에 있다. 인생의 간이역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하면 목적지에서 누리는 행복은 너무 짧다. 그리고 정작 목적지에서 누리는 기쁨은 오래 가지도 못한다. 그래서 인생 속도를 줄여 하루 하루 간이역에서 쉬었다 가야 한다. 간이역에서 행복 조각들을 찾아야 한다.
여기 한 부부가 있다. 그들은 먹을 것도 안 먹고, 입을 것도 안 입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꿈의 아파트를 마련했다. 아파트는 베란다를 테라스 카페로 꾸며 놓았고, 독일제 커피머신을 설치해 놓았고, 최신형 벽걸이 오디오도 설치했다.
어느 날 출근 후 집에 두고 온 물건을 찾기 위해 낮 시간에 집에 들렀다. 집에 도착해 보니 오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테라스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있는 가정부를 보게 되었다. 가정부는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in spare moments) 커피와 음악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식사는 커녕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이 바쁘게 출근을 한다. 밤 12시가 가까워져서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에 들어와 고단한 육체를 쉬기 위해 바로 잠자리에 든다. 남편은 그때서야 깨닫고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왜, 무엇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라고 말이다.
'Carpe diem ; Seize the day' (카르페 디엠, 시즈 더 데이 : 오늘을 즐기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에 나오는 명대사이다. 카르페 디엠은 라틴어이고, 시즈 더 데이는 영어 번역이다.
투우경기장에서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그 장소에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은다. 그 자리를 스페인어로 '퀘렌시아(Querencia)'라고 부른다. '안식처'라는 뜻이다. 투우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매일 평화와 회복의 장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퀘렌시아(Querencia)가 필요한 것은 우리가 한순간도 놓쳐선 안되는 진리(眞理)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바쁘게 살다보면 잊고 지내기 쉬운 진리이기 때문이다. 곧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춰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야 세상에서 주님의 지체(肢體)로서 살아갈 수 있다. 예수의 흔적을 가진 자로서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예수님을 위해 쉼을 가져야 한다. 또한 우리 자신을 위해 쉼을 가져야 한다.
(갈라디아서 6:17) '이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
우리 안에 예수님의 흔적을 갖는 것이 가장 복된 일이다. 우리가 오늘 쉼을 갖고 즐기는 것은 다 예수님을 위한 우리의 '내어드림'이다.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다. 나아가 예수님께 집중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예수를 위해 쉬고, 또 예수를 위해 오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늘 우리의 눈과 마음에 예수를 담기 위해 삶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고린도전서 10:31-33)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유대인에게나 헬라인에게나 하나님의 교회에나 거치는 자가 되지 말고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