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33) 눈 뜨면 없어라 (When you open your eyes, it's gone)
김한길(1952~)은 소설가이자 정치인이다. 제15·16·17·19대 국회의원과 김대중 정부의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국민통합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한길 작가는 <여자의 남자>,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등의 소설과 에세이 <눈 뜨면 없어라>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특히 1991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여자의 남자> (전3권)는 3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그의 글은 대중음악에도 자취를 남겼다. 그와 친분이 있던 가수 조영남이 부른 히트곡 <화개장터>의 원 작사자가 김한길이다. 하지만 작곡과 작사를 모두 조영남 이름으로 협회에 등록하는 바람에 저작권료는 받지 못한다고 한다. 조영남의 또 다른 히트곡 <사랑없인 난 못 살아요>의 가사도 김한길이 작사했다.
에세이 <눈 뜨면 없어라> 는 그가 1981년 6월 미국으로 건너간 뒤 다음 해인 1982년 7월까지를 기록한 일기(日記)다. 이 기간은 첫 부인 이민아(1959~2012)씨와의 결혼 기간이었다. 이민아씨는 미국변호사, 검사, 목사의 이력(履歷)을 가지고 있다.
다음의 글은 1982-1983년에 <문학사상>에 1년 여 동안 연재되었다. 이후 1992년 <눈 뜨면 없더라> 는 책으로 출간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 결혼생활 5년 동안,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은 그 절반쯤이었을 것이다. 그 절반의 절반 이상의 밤을 나나 그녀 가운데 하나 혹은 둘 다 밤을 새워 일하거나 공부해야 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서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모든 기쁨과 쾌락을 일단 보류해 두고 그것들은 나중에 더 크게 왕창 한꺼번에 누리기로 하고, 우리는 주말여행이나 영화구경이나, 댄스파티나 쇼핑이나 피크닉을 극도로 절제했다. 그 즈음의 그녀가 간혹 내게 말했었다. '당신은 마치 행복해질까봐 겁내는 사람 같아요'
서울의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내시곤 했다. '한길아, 어떤 때의 시련은 큰 그릇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련이란 보통의 그릇을 찌그러뜨려 놓기가 일쑤란다'
미국 생활 5년 만에 그녀는 변호사가 되었고 나는 신문사의 지사장이 되었다. 그곳의 교포사회에서는 젊은 부부의 성공사례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방 하나 짜리 셋집에서 벗어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3층 짜리 새 집을 지어 이사한 한 달 뒤에, 그녀와 나는 결혼 생활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혼에 성공했다. 그때 그때의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무시해버린 댓가로...."
작가는 이혼의 원인을 '그때 그때의 작은 행복을 무시하고 흘려 보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 불륜이나 사고 같은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기쁨과 행복을 계속 외면하면 나쁜 결말이 올 수도 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5년(1981-1986) 뿐이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김한길 작가는 1995년 탤런트 최명길(1962~)씨와 재혼해 슬하에 아들 형제를 두고 있다.
다음은 중국 전국시대 때 위(魏) 나라가 진(秦) 나라에게 침략을 당하자 위나라의 변설가(辯說家,speaker) 장의(張儀)가 왕에게 직언한 내용이다. 한마디로 신속히 진나라와 화친을 도모하여 전쟁의 폐허에서 나라를 구하라는 뜻이었다.
"새의 깃털도 쌓이고 쌓이면 배를 가라앉히고(적우침주, 積羽沈舟), 가벼운 짐도 많이 실으면 수레의 굴대를 부러뜨릴 수 있으며(군경절축, 群輕折軸), 많은 사람의 입이 모이면 쇠도 녹일 수 있다(중구삭금, 衆口鑠金)."
우리의 일상의 작고 소중한 경험과 그 의미를 계속 방관한다면 삶의 담(wall)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고마워 하고, 행복해 하고, 몸으로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께 범사에 감사하듯이. 내 가까운 이웃에게도 모든 일에 감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가의 책 제목처럼 어느날 눈 뜨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음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데살로니가전서 5:16-18)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신약성경의 인물들 가운데 예수님께서 특별히 애정(愛情)하셨던 가정이 있다. 나사로와 마르다와 마리아 남매 가정이다. 이들의 부모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일찍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미혼이었던 것 같다. 결혼이나 배우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젊디 젊은 청춘들 같은데 어느날 갑자기 나사로가 병들어 죽고 만다. 오랜 투병 생활이었으면 이미 예수님을 통해 치유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다른 도시에 머물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병들어 죽고 만다.
(요한복음 11:1-3) '어떤 병자가 있으니 이는 마리아와 그 자매 마르다의 마을 베다니에 사는 나사로라 이 마리아는 향유를 주께 붓고 머리털로 주의 발을 닦던 자요 병든 나사로는 그의 오라버니더라 이에 그 누이들이 예수께 사람을 보내어 이르되 주여 보시옵소서 사랑하시는 자가 병들었나이다 하니'
나사로가 병들었다고 전하는 것으로 미루어 예수님께 처음으로 병이 보고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예수님은 계시던 곳에서 이틀을 더 머물고 그 가정으로 가신다. 그러는사이 나사로는 죽어서 이미 장례까지 마쳤다. 이제 죽은지 나흘이 되었다. 당시 유대의 장례는 당일에 치렀기 때문에 예수님은 나사로의 무덤을 찾아가셨다. 유대는 우리처럼 봉분(封墳)이 아닌 바위에 굴을 파서 만든 입구가 있는 돌 무덤이었다.
예수님은 죽은지 나흘이 되어 냄새가 나는, 이미 부패가 진행 중인 나사로의 이름을 부르신다. 그러자 시신이 일어나 천을 감은 채로 무덤에서 걸어나온다.
(요한복음 11:43-44)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부르시니 죽은 자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은 수건에 싸였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 하시니라'
우리의 인생이란게 참으로 연약하기 그지 없다. 오늘을 넘겨 내일을 보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오늘, 지금이 중요하다.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미래대책은 예수를 진심으로 신앙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든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인생의 허무한 결말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