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39) 묘비(墓碑, gravestone)에 무엇이라 쓸 것인가?
망자(亡者)는 남겨진 기록으로 세상에서 기억된다. 그래서 후손들은 망자(亡者)의 유고(遺稿)를 정리하여 세상에 전하려고 노력한다. 묘비를 세우는 목적이다. 묘비명(墓碑銘, epitaph)은 묘비에 새겨서 고인(故人)을 기념하는 영문이나 시문을 말한다. 또한 묘비명은 죽은 자가 살아있는 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김수환(金壽煥, 1922-2009) 추기경의 묘비에는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는 글귀가 있다.
영국 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는 묘비에는 “우물쭈물 살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글귀가 있다.
스스로 '미치광이 중'이라 자칭했던 중광스님(重光, 1934-2002)은 “괜히 왔다 간다” 라는 말을 남겼고, 비구니였던 광우스님은 “떠나는 바람은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왔다가 갈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천상병(千祥炳, 1930-1993) 시인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는 본인의 귀천(歸天,1970)이라는 시(詩) 구절을 새겼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는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오(Pardon me for not getting up)” 는 글귀를 남겼다.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 목사는 "드디어 자유가, 드디어 자유가! 전능하신 주님 감사합니다. 제가 마침내 자유로워졌나이다" 라는 글귀를 새겼다.
어떤 무명의 수도사는 "나타났으므로 사라진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묘비명도 있다. “참 말 많던 아내 드디어 입을 다물다.” “사랑하는 내 아내 여기에 잠들다. 제발 아내를 깨우지 말아다오.”
탤런트 최진실(崔眞實, 1968-2008)의 묘비에는 "만인의 연인, 사랑스러운 그녀! 이 곳에 잠들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작가 이외수(李外秀, 1946-2022)의 묘비에는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 라는 글귀가 있다.
미국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1915-1998)의 묘비에는 "The Best is yet to come"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문명비평가였던 임어당(林語堂,1895-1976) 선생의 <무덤을 거닐며>라는 시가 있다.
“무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본다. 한 두 구절이지만 주의 깊게 읽으면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어 있다. 살아있을 때는 지위나 재물이 그들을 갈라 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웠구나. 죽은 자들이 나의 참된 스승이다. 그들은 영원한 침묵으로 나를 가르친다. ….”
그렇다. 묘비에 새겨진 글귀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 발자취(footprints)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늘 우리도 남겨진 이들을 위해서 어찌하든 좋은 흔적을 남겨야 한다. 인생의 시작과 끝은 우리가 결정할 수 없지만 인생의 부피나 깊이는 우리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훗날 반드시 찾아오고야 말 내 장례식을 생각해 본다. 몇이나 찾아올까? 그날은 평화로운 날일까? 묘비에는 무엇이라 남길까? 물론 화장(火葬)하면 묘비 따위는 필요없을 것이다. 그래도 80년을 품어 준 세상을 향해 마지막 한 줄의 글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예수, 알파와 오메가>. 이 말이 나의 어록이 되거나 묘비명이 되게 할 것이다.
성경에 다윗의 유언이 기록되어 있다. 묘비명에 무엇이라 기록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언을 한 줄로 정리한다면 "나 또한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간다"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라" 이다.
(열왕기상 2:1-3) '다윗이 죽을 날이 임박하매 그의 아들 솔로몬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내가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게 되었노니 너는 힘써 대장부가 되고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그 길로 행하여 그 법률과 계명과 율례와 증거를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대로 지키라 그리하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할지라'
사도바울은 마지막 유서로 불리는 디모데후서에서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다" 고 회고한다. 우리가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모데후서 4:7-8)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모래시계(sand timer)처럼 우리네 인생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서히 빠져 나가고 있다. 모래시계는 가운데가 잘록한 유리 그릇에 마른 모래를 넣고 중력으로 서서히 모래가 떨어지면 그 부피로 시간의 흐름을 재는 장치인데, 50대 후반인 나는 2/3의 모래가 빠져나간 상태이다.
세월을 아껴서 더욱 매진해야 한다. 우리가 점점 젊어질 수 없다면 시간을 아끼는 수 밖에 없다. 하나님을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갑자기 준비없이 하나님 앞에 선 후에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할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에베소서 5:15-18)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
어쩌면 인생 답은 하나인지도 모른다. "예수안에서 사는 삶"이다. 모두의 승리를 기원한다. 우리 지옥에서 이웃이 되지 말자. 천국에서 이웃이 되자.